130차 만복대(1,438.4m) 산행기 |
1. 일시 : 2010년 10월 06일(수)
2. 동행 : 조경환, 김성식 선생님
3. 코스 : 정령치 주차장(14:30) - 만복대(1,438.4m 15:30 - 15:50) - 정령치 주차장(16:50)
4. 시간 : 2시간 20분
5. 지도 :
6. 산길을 걸으며
가을을 다독이고 있는 만복대
무엇이 마음을 흔들고 있었을까.
만복대는 텅 비어 있는데
가을을 밀어 올리는 바람줄기는
반야봉을 감싸 안고 심술을 부리는 구름 하나 걷어내지 못하고
척박한 그리움만 토닥이고 있다.
얇디 얇은
땅그리매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는
만복대에서
만복대 돌탑에서
서북능선의 거친 몸놀림을 바라보다가
잘록한 허리를 드러내놓고 욕정어린 몸짓으로 다가서는
다름재에 넋을 잃는다.
눈을 질끈 감아도
끓어오른 욕정을 어쩌지 못하고
마음은 벌써 다름재와 운우의 정을 나눈다.
만복대에서는 육중한 몸뚱아리를 일으켜 버린 반야봉은
돌아보고 싶지 않다.
서북능 고리봉의 춤사위도
어디에 내놓아 부끄럽지 않으련만
다름재 잘록한 허리를 잘근잘근 깨물어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만복대는
가을이 독차지한 만복대는
그 옛날의 수줍은 색시가 아니었다.
갓 씻은 얼굴의 풋풋함으로 서 있던
만복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값싼 향수를 잔뜩 뿌린 여인네처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꼭대기 돌탑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제 그 흔한 억새풀 하나도 제대로 피워내지 못하는
풋사과 같은 그리움과
가다듬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잊어버린
만복대에서는
이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가.
어느 여름날
미치도록 말간 달빛에 순결한 육체를 곱게 닦아내던
시골 처녀 같은 만복대는
그렇게 울어대던 풀벌레 소리 하나
끌어안지 못하고
시들어 가는 풀잎으로 남아
애써 가을을 그려내고 있었다.
하룻밤을 부등켜 안고 뒹글어
눈물까지 말라버릴 만큼 질펀한 묘무성(猫撫聲)을 쏟아내면
만복대는 속세의 때를 벗고
순박한 몸을 드러낼 수 있을까.
그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만복대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렇게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까.
2010년 10. 06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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