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23차 덕유산 무룡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0. 8. 23. 16:09

 

123차 덕유산 (경남 함양) 산행기

 

1 일시 : 2010727()

2 동행 : 단독 산행

3 코스 : 주차장(09:45) - 삿갓재 산장(11:28) - 무룡산 헬기장(12:30 - 13:22) - 무룡산(1,491.9m 13:35) - 삿갓재 산장(14:30 40분 휴식) - 양봉단지(16:00 알탕 20) - 황점 주차장(16:30)

4 시간 : 6시간 45

5 지도 :

 

 

6. 산길을 걸으며

 

원추리가 보고 싶었다.

파아란 하늘을 향해 노란 웃음을 짓는 원추리가

무룡산 평전에서 땡볕을 보듬고 돋아난 원추리가 보고 싶었다.

거기에 잠자리라도 하늘 가득

날아다닌다면

제법 산에 오른 대가(代價)를 받은 셈이다.

바람까지 한 줄금 여름을 흔들어 줄 것이면

무룡산을 더듬어 홀로 오른 마음을

묘하디 묘한 가슴떨림을 충분히 안겨 줄 것이 아닌가.

 

능선에는

한 여름 혼자서 오른 능선에는

앞서가는 아낙들이 흩어 놓은 잠자리 떼와

부끄럽다고 고개도 들지 못하는 원추리의 다소곳함이

무룡산 오르는 나무 계단을 끌어안고

가끔씩 파란 몸짓으로 내려서는 하늘을 끌어 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무룡산에는

근원이 깊은 그리움이 왼 산을 덮고 있었다.

마음까지 파고들어 버린

인정(人情)의 무더기가

산꼭대기를 걸터앉아 여름을 노래하고 있었다.

조금은 느른한 한 여름의 오후를 속삭이고 있었다.

 

백두대간을 걷는 이들은

느긋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동엽령 나무 데크에서 피로에 젖은 몸을 누이고

칠연골을 거슬러 올라온 바람이나 껴안고

하룻밤을 황홀감을 누릴 것이다.

문득

향적봉으로 몸을 틀어 달려가는 산등성이를 밟아가고 싶었다.

어떤 계산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산길을 걷고 싶은 것이다.

동무가 없어도 좋다.

같이 걸어줄 비옥한 시간이 없어도 좋다.

몸을 홀대하여

마음을 풍성하게 살찌울 수만 있다면

잔잔한 몸부림하며 백두산으로 향하는 등성이를 한 마음 한 마음 옮겨 디디고 싶었다.

 

돌아서는 무룡산은

표정도 없이 길을 내줬지만

나는 오늘 무룡산을 보지 못한다.

좀 찌푸린 하늘과

그 만큼의 감정으로 다가서는 바람과 함께

가끔씩 쏟아져 내리는 여름날의 햇볕이 빨갛게 타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나 돌아서는 발길은

무엇인가 부족하다.

삿갓재 산장 앞마당에 피어나는

산객들의 마음도

떠나는 이의 발길을 잡지 못하는 것은

돌아서는 사람들의 아쉬움을 채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길은 늘 허전하다.

홀로 걷는 산길은 언제나 가슴을 짓눌러 대는 것이다.

 

산을 나서기전

몸을 씻는다.

하루 종일 마음속에 갇혀 있었던 묵직한 생각들을 털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모르겠는가

그것이 무룡산 원추리의 초라한 모습에 실망한 한숨이 아니라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상념의 편린이라는 것을

산은 그렇게 우리 앞에 서 있고

우리의 걸음은 무엇인가 기대감을 가지고 산으로 들어서는 것을

허전한 마음으로 산을 나설 것을 알면서도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산으로 들어서는 것을.

 

            2010년 7월 27일 힘날세상

 

 

 잘 가꾸어 놓은 황점 주차장

 

 황점 들머리에 있는 이정표

 

 힘차게 흘러 내리는 계곡

 

 햇빛이 마음을 덮어온다.

 

 늘 한적한 삿갓재 산장

 

원추리. 뒤에 남덕유와 장수덕유산이 보인다. 

 

 삿갓봉과 남덕유

 

 무룡산에서 본 남령과 월봉산

 

 비비추도 피어 있다

 

 삿갓봉으로이어지는 능선. 이 곳에서 받은 햇볕은 어디에 적어두고 싶었다.

 

 헬기장. 이곳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무룡산에서 본 남덕유산

 

 무룡산 셀카

 

 알탕의 즐거움을 누린 지계곡

 

 올려다본 덕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