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제 61 차 관악산(629m) 산행기

힘날세상 2009. 6. 30. 16:52

제 61차 관악산(629m) 산행기

 

1. 일시 : 2009년 04월 11일(토)

2. 동행 : 아내

3. 산행코스 : 서울대 정문(10:00) - 호수공원(10:15) - 제4쉼터(10:40/깔딱고개 갈림길) - 무너미 고개(11:00/삼성산 갈림길) - 국기봉(11:55 점심 20분) - KBS송신소(12:40) - 관악산 정상(13:10) - 지도바위(13:55/관악문) - 헬기장(14:10/과천 갈림길) - 마당바위(14:40) - 하마바위(14:50) - 과학전시관(15:25)

4. 산행 시간 : 5시간 25분

5. 산행지도

 

 

6. 산행기

봉천동 아이들 집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 있게 집을 나서 서울대 정문까지 걸어갔다. 서울대 정문 앞에는 시장처럼 북적였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지만 처음으로 와보는 정문에서 사진 한 장 찍고, 김밥 두 줄(4,000원)과 물을 사가지고 인파에 묻혀 관악유원지 가는 길로 들어섰다. 오늘 산행코스는 관악유원지에서 무너미고개로 올라 학바위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 다음 사당역으로 뻗어내린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하마바위에서 과학전시관 앞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글이가 다니는 서울대학교 정문. 글이가 95학번인데 처음으로 가봤다. 그것도 정문까지만이고 아직 학교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관악산은 처음인지라 모든 것이 낯설기도 했지만, 특히 서울에 있는 산인데도 집에서 걸어서 산행을 하고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내심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도 하였다.

10여년 이상 산에 다녔지만 집에서부터 걸어서 산행을 하고 다시 걸어서 집에까지 오는 산행은 처음이었고, 또한 산행 들머리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도 처음이었다. 관악 유원지를 지나면서 소풍 나온 사람들이 모두 계곡에서 자리를 잡았고, 호수 공원입구에서 삼성산 방향으로 오르는 사람들과 나위어지면서 산길은 한결 조용해졌다.

 

 

 호수 공원에서

 

 

 무너미 고개로 오르는 길

 

 

제4 쉼터를 지나며

 

아카시아 동산을 지나자 왼쪽으로 서울대학교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서부터 서울대와 이별을 하고 완만한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는지 길이 반들반들하였다.

 

 


무너미 고개. 서울대 정문에서 이곳까지는 오르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이정표 우측은 삼성산, 좌측은 관악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10시 35분에 계곡 건너편에 옥류샘이 있는 정자를 지난다.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 즐거운 잔치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5분을 더 걸으니 널따란 공터가 있는 제4쉼터이다. 어느 지도에는 제4야영장이라고 나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좌측으로 오르는 길은 깔딱고개를 거쳐 연주대로 오르는 길이다. 이정표(무너미고개 900m/ 연주대 1.8km 호수공원 1.4km)가 서 있고, 주변에 야영데크가 여려 개 설치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깔딱고개 방향으로 들어선다. 무너미 고개로 오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길이 완만하여 산에 오르는 것 같지가 않다. 햇볕이 제법 따갑게 파고든다. 갈증을 느낄 즈음 파이프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만났다. 물맛이 시원하고 좋다.

무너미 고개에 이르니 3 명의 아주머니들이 그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고, 오른쪽 삼성산에서 3명의 산객들이 내려와 학바위 능선으로 오르고 있다. 철조망을 따라 오르니 앞에 가는 산객들은 팔봉능선 방향으로 간다. 내친김에 팔봉 능선을 따라 올라가볼까도 생각하였으나 다음을 기약하고 학바위 능선을 따른다. 10여분 오르니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면서 삼성산이 시원하게 보인다. 오늘 오르지 못한 삼성산을 아쉬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능선을 따라 오른다.

 

 

 

학바위 능선에서 만난 진달래. 그 수줍은 모습이 호남정맥에서 만난모습과 다를 바 없다. 소월이 노래가 아니었더라도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기에는 딱 어울리는 꽃잎이다.

 

분홍빛 이야기를 늘어 놓는 진달래 꽃잎 위에서 흔들거리고 햇살에 아침부터 심연(深淵)을 차고 오르는 묘한 느낌의 실체를 얹어 본다. 다른 지역의 산에 오를 때 느낄 수 있었던 객창감(客窓感)만이 아닌 또 다른 느낌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손가락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바위 전망대에 앉아 팔봉능선을 넘어온 바람을 끌어 안는다. 맨 살갗을 타고 문드러지는 바람은 정녕 관악산의 봄이었을까. 꼭대기만 내다보이는 연주대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바위 전망대에서 본 삼성산. 왼쪽이 삼성산이고 오른쪽이 국기봉이다.

 

커다란 바위 위에서 태극기가 봄바람을 부등켜 안고 힘찬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돌아가는 길도 있었지만 바위에 붙어 꼭대기에 오른다. 산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꼭대기를 돌아가는 길보다는 기어이 꼭대기를 오르고야마는 심사는 또 무엇일까. 오늘 산행도 최대한으로 마루금을 밟아가는 산행이다.

어느 산이든 바위가 아름다우면 소나무의 자태가 곱다. 바위에 뿌리를 박고 험한 세월을 엮어가고 있는 소나무 그늘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점심이래야 서울대 정문에서 사온 김밥 두 줄이 전부다. 그러나 산에서 먹는 점심이 진수성찬이어야 맛이던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아름답고 마주 앉아 시간을 나누는 사람과 이야기가 넉넉하면 그만이 아니던가. 게다가 봄 내음 가득한 새뜻한 바람이라도 찾아든다면 호사를 누리는 점심이지 않는가.

‘삿갓승군’이라는 이름만큼이나 괴이하고 커다란 바위를 돌아 이정표가 서 있는 KBS 송신소 앞 삼거리에 섰다. 우측으로 송신소를 끼고 돌아가는 길은 팔봉능선으로 이어지고, 좌측 길은 연주암으로 우회하여 기상관측소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아내는 우회로를 버리고 좁다란 바위를 타고 오른다.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걸음이 지체된다. 그것을 핑계 삼아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을 즐긴다.

 

 

 

학바위 능선. 뒤로 보이는 능선은 팔봉능선이다.

 

제4쉼터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깔딱고개는 아예 막걸리집이다. 정상에도 그런 곳이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펼쳐 놓은 좌판이 아니라 시건장치를 해놓은 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속리산 신선대에서는 불을 피우고 요리를 해서 팔고 있었고, 문장대 아래에서는 국수를 삶아서 팔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가. 워낙에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국민성이라고 해도 산에까지 와서 막걸리를 마셔야 되는가.산에 오르는 이유가 걸판지게 차린 점심을 먹기 위한 것인 양,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대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관악산 정상은 거대한 바위였다. 바위 위에 세워 놓은 정상석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하거나 조망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한쪽에는 막걸리를 마시며 큰소리로 떠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팔봉능선 다음에 저곳으로 한 번 올라야겠다.

 

뒤돌아본 삼성산. 저것도 찜해 두었다.

 

 요런 바위도 지나고

 

국기가 걸려 있는 봉우리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고 

 

관악산 정상 

 

팔봉 능선 갈림길 

 

연주암 

 

 

정상으로 가는 길에 만난 기암

 

이래서 관악산이 명산이다. 

 

깔딱고개는 막걸리집이다. 

 

 말바위라고 하던데

 

 

관악산 정상. 오랜 시간을 머물면서 마음을 열어 놓아 보고 싶은 곳이었다. 손가락처럼 뻗어내린 능선에 우뚝우뚝 솟아 있는 암봉에 앉아 세월을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넘실거렸다.

 

막걸리를 팔고 있는 곳 위에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고, 국립지리원에서 세워 놓은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관악산의 좌표(동경 126 57 58 북위 37 26 32)가 써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 옆에 동경 126 57 50.9 북위 37 26 42.8이라고 써 놓았다. 도대체 누가 맞는지 알 수 없다. 명색이 국가 기관에서 세운 안내판인데 이렇게 해도 되는가 의심스럽다. 설사 좌표가 잘못되었다면 국립지리원에 연락해서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관악산 정상도 막걸리집이다. 서울의 명산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가. 이것은 간이매점이 아니라 아예 고정시설이다.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건설교통부에서 써 놓은 좌표인데...

 

정상에서 본 서울대학교. 아들녀석을 이곳에 보내느라고 3년간 고생했다.

 

 낙성대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 이곳도 경치가 절경이었다. 아들이 전역하면 꼭 같이 와야겠다.

 

 

 

바위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연주대를 돌아보고 사당역 방향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하산을 하는데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칼날같은 바위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인해서 정체가 심하다. 정체보다는 추락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였다.

쇠줄을 붙잡고 어렵게 내려섰지만 암릉으로 이루어진 하산로는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시원한 바위 전망대 위에 손바닥만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소나무 밑에 앉아 서울대학교정을 내려다 보다가 산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묘한 느낌의 실체를 발견하였다.

서울은 언제나 낯선 곳이었다. 또한 서울에 올 때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육중한 무게감의 희미한 두려움이 짓누르곤 했다. 아이들이 학교와 직장 관계로 서울에서 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서울에 몸을 누일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러한 정서가 내 몸을 에두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오늘 오르는 관악산 밑에는 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가 있는 터라 그 녀석이 뿜어 놓은 숨결이나 여기저기 남겨 놓은 족적으로 인해 생긴 뒷심이 얽히면서 내 마음 속에 묘한 기류가 흐르게 되었던 것이다.

 

 

코끼리 바위 

 

 지도 바위. 한반도와 꼭 닮았다.

 

 지도바위 바로 아래에 있는 관악문

 

 빠져나와서 본 관악문

 

 왠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다.

 

 거북이 같기도 하고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는 지도바위와 관악문을 지나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올랐다. 과천방향으로 흘러내리는 능선과 남태령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분기하는 곳이다. 뒤돌아본 관악산의 모습이 위엄있어 보인다.

 

 

 마당바위. 정말 넓었다.

 

 마당바위 한쪽에 있는 바위. 느낌이 흔들바위같다.

 

 마당바위에서 본 가야할 능선

 

 하마바위. 이바위를 지나자마자 낙성대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하마바위 뒤로 돌아갔다가 본 돌고래 바위.

 

좌측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능선을 따라 진행하니 다시 헬기장이고, 이곳에서 오른쪽으로도 능선이 나뉘어지고 있다. 그늘에 쉬는 사람들이나 걷는 사람들이나 모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분의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은 삶의 흔적일까.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서니 거대한 너럭바위가 길을 막는다. 마당바위다. 한쪽에는 흔들면 조금은 흔들릴 것 같은 바위가 있고, 그 아래에는 너댓명은 비박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은 지붕같은 바위도 있다. 그 곁으로 붉은 얼굴을 드러낸 진달래가 무리지어 오가는 사람들을 빙긋이 바라보고 있다.

서울과학전시관으로 하산하는 능선을 따라 하산해야 하므로 지형을 확인하며 걷고 있는데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는다. 바위 위에서 보니 한 마리의 날렵한 돌고래가 눈을 지그시 감고 바다로 뛰어 들고 있다. 바위를 내려와 보니 ‘하마바위’라고 써 있는 안내판이 서 있다. 내가 올라섰던 거대한 바위는 바로 하마의 등이었던 것이다.

  

하산길에 만난 샘터.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샘터

 

 서울과학전시관 직전의 인현아파트

 

 과학전시관쪽에서 본 인현아파트

 

 관악구 운동장 부근의 벗꽃

 

하마바위를 지나자 마자 왼쪽으로 하산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가 아니었으면 지나칠 뻔 했다. 10여분 내려서니 체육시설이 있는 공터가 있고 샘이 있다. 공터가 끝나는 지점에 갈림길이 있는데 좌측으로 바위를 따라 내려간다. 이후 나무 데크를 설치해 놓은 쉼터가 있는 곳에서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데크가 있는 곳으로 직진하여 100여 미터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따르니 작은 절과 교회가 나란히 있고 인헌아파트를 지나 서울과학전시관에 이른다.

 

2009. 04.11 힘날세상

'서울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228 차 서울 도봉산 산행기  (0) 2013.03.17
제 227 차 양평 용문산 산행기  (0) 2013.03.09
제 209차 북한산 산행기  (0) 2012.10.21
133차 용문산(1,157m) 산행기  (0) 2010.10.26
112차 도봉산 산행기  (0) 201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