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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차 무등산(1,187m) 산행기

힘날세상 2010. 10. 20. 13:47

132차 무등산(1,187m) 산행기

 

1. 일시 : 20101017()

2. 동행 : 아내

3. 코스 : 증심사 주차장(09:30) - 증심교(09:50) - 바람재(10:30) - 토끼등(10:47) - 동화사터(11:22) - 중봉(12:00 점심 40) - 서석대(13:20) - 입석대(13:36) - 장불재(13:47) - 중머리재(14:18) - 새인봉(15:02) - 증심사 주차장(15:45)

4. 시간 : 6시간 15

5. 지도

 

 

 

6. 산행수첩

증심사 지구는 신축건물에 각종 등산용품 판매점과 음식점, 카페들이 들어서 있었다.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1일 주차비는 6,000원이다.

 

7. 산길을 걸으며

 

 바람재로 오르는 길

 바람재

  바람재에서 토끼등으로 이어지는 길

 

 

 

무등산!

가을빛에 흥건히 젖어버린 무등산 속으로 들어간다.

바람재를 올라 청풍대

토끼등으로 이어지는 나무 터널을 따라 걷다가

문득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서

가을을 만난다.

땀을 조금 흘려 사양능선에 올라

중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을 밟는다.

억새가 너울거리는 길

앞서가는 아내를 보면서

인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벌써 50을 넘기고 60으로 가건만

삶을 뒤돌아 보면

손에 쥔 것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잘 자라준 일은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애들과 같이 보낸 시간들이

보람이나 자랑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세월은 그렇게 가버린 것이다.

햇빛에 반짝이다가

찬 서리에 스러질 억새풀처럼

인생은 그렇게 가는 것인가.

 

 

 덕산 너덜 지대. 이무기가 노루를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는데..

 산길이 이렇듯이 우리들 삶도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야 한다.

 

 땀흘려 올라왔기 때문에 이런 호사도 누리고..

 언제부턴가 중봉 능선을 걷고 싶었다.

 억새가 화들짝 피어 있었고

 

 

 

어느덧 중봉에 섰다.

아내가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넉넉한 무등의 품에 안긴다.

문득 서정주의 무등을 바라보며라는 시를 생각한다.

 

무등을 바라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힘들었다.

어려운 살림을 이어간 아내가 고맙다.

그래서 아내의 이마에 손을 얹고 옥돌같은 삶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산등성이를 걸으며

그래도 우리가 우리에게 달려드는 고난을 잘 헤쳐나간 것에 대해 감사한다.

정말 힘겨운 시간을 이겨낸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 한 가운데에서 힘의 구심점이 되어 주었던 아내에게 감사한다.

 

 

 넉넉한 중봉

 중봉은 이렇게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다.

 서석대와 무등산 정상

 서석대로 가다가 뒤돌아 본 중봉

  군부대에 빼앗긴 무등산 정상

 

 

억새춤 사이를 걸어 서석대에 오른다.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서석대는 입석대와 더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병풍같은 서석대와

돌기둥으로 서 있는 입석대를 놓고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 견주지 말 일이다.

아름다움의 본질은 인간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닌가.

평온한 마음으로 장불재로 내려설 수 있다면

서석대는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고

입석대는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이다.

 

 

 서석대

 서석대 전망대

 서석대에서

 

 서석대 꼭대기 부분

 서석대에서 본 백마 능선

 입석대

 전망대에서 본 입석대

 장불재에서 본 입석대

 

 중머리재에서 본 중봉

 

장불재로 쏟아지는 햇살은 오랫동안 만지고 싶다.

바람자락 가끔씩 펄럭이건만

억새잎을 반짝이고 있는 햇살의 풍성함을 이기지 못한다.

장불재는 그렇게 햇살을 안고 있었다.

한 숟갈의 점심에 빠져버린 사람들의 속한 이야기까지도 끌어안고 장불재의 햇살은 살아 있었다.

돌아서는 발길까지 아쉬움으로 흔들며

장불재는 조용히 가을을 말하고 있었다.

 

 

 중머리재

 옥쇄를 닮았다느 새인봉

 새인봉의 깎아지른 절벽 

 

 

다시 산등성이를 따라

새인봉 바위 절벽에 섰다. 돌아온 무등을 한 눈에 담고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에서

하루를 만지작거린다.

지나온 능선을 멀리서 되돌아보는 일은 언제나 삶을 반추하는 일이다.

힘들게 올랐던 것 같던 길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보이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내려온 길도 가파른 경사를 보이기도 한다.

반평생을 걸어온 삶의 궤적은 오늘의 산길만큼이나 곡절이 있었다.

 

 상가지구에 들어선 등산 용품점. 이곳에서 드리 고어텍스 자켓 한 벌 사고

 

산을 나설 때면

언제나

안도감보다는 아쉬움이 늘 먼저 따른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삶도 조금씩 색이 바래가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주름살이 덮여가는 것일까.

 

2010. 10.17 ()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