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차 백운산(1,218m 전남 광양) 산행기 |
1. 일시 : 2011년 4월 3일(일)
2. 동행 : 단독 산행
3. 코스 : 진틀(09:55) - 병암 산장(10:12) - 삼거리(10:50) - 신선대(11:40) - 백운산(1,218m 11:55) - 헬기장(12:15 점심 30분) - 억
불봉 갈림길(헬기장 13:53) - 억불봉(997m 14:15 10분 휴식) - 억불봉 갈림길(14:38) - 노랭이재(14:50) - 노랭이봉
(884m 14;55) - 동동마을(15:50)
4. 시간 : 5시간 55분
5. 산행지도
6. 산행 수첩
1) 노선버스는 논실 마을까지 운행하는 21-2번(광양출발 06:20, 09:40, 13:00, 17:40)과 산행 기점인 진틀마을까지 운행하는 21-3번 버스(05:30, 07:00, 07:30, 09:00, 11:00, 11:40, 13:40, 15:00, 15:40 17:00, 18:20, 19:40, 21:00, 21:40 광양교통 ☎ 061-762-7295)가 있다.
2) 산행 중 만나는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있어서 산행에 어려움이 없다. 단, 백운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나 억불봉 방향으로 가다가 처음으로 만나는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없다. 억불봉은 직진이고, 오른쪽으로 하산하면 광양제철 수련원으로 내려오게 된다.
7. 산길을 걸으며
4월 2일 토요일, 아내가 딸과 같이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 직장에 다니면서 모아 둔 돈으로 여행경비를 부담하겠다며 모녀가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오자는 딸의 제안에 아내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하며 홍콩행 비행기를 탔다.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나는 토요일 오후 차를 몰아 하동 금오산 해맞이 공원으로 갔다. 고속도로를 이용할까도 생각했지만 섬진강변을 느긋하게 달리면서 봄의 진한 내음을 맡아보자는 심사로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는데 화개 삼거리에서 차가 밀려 30분 이상을 소비한다. 강건너편 길을 이용했어도 수월하게 갈 수 있었을 것을...
남해대교에서 진교 방향으로 가다가 인터넷에서 확인한 공군부대 안내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여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금오산(849m) 정상에 올랐다. 공군부대를 지나서 Y자 갈림길을 두 곳 만나는데 모두 우측길을 따르면 된다. 전망대 데크에는 텐트 3동이 자리를 잡았고, 도로 위에는 차량 숙박을 하는 부부가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교면 직전에 있는 금오산 올라가는 길 이정표. 진교 방향에서 남해대교 방향을 보고 찍은 사진
금오산 올라가는 길은 1차선이지만 두 대의 차량이 교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갈림길에서 우측 대원사 방향으로 가면 된다. 대원사는 금오산 정상 직전에 있다.
금오산 정상에는 이런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화장실까지 갖추어져 있다. 부대 옆 도로에 수도시설이 있기는 했는데 물은 나오지 않았다.
일출을 기대했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이 모양이다.
적당한 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어둠이 내려앉는 남해바다를 향해 허겁지겁 들뜬 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차 속에 누워 이리저리 생각의 파노라마를 펼치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빗방울 소리에 잠을 깨었는데 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진교 IC에서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섬진강 휴게소에서 된장찌개로 아침 식사를 하고 광양 IC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광양읍에서 김밥을 사서 점심 준비를 한다. 2008년 호남 정맥 종주시에 가봤던 길을 따라 동동마을로 가는데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하산지점인 동동마을 보건소 옆 공터에 주차를 하고 진틀마을까지 올라가는 21-2, 21-3번 노선버스를 타려는 생각으로 동동마을로 가는데 노선버스가 앞에 가고 있다. 이 버스를 못타면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잽싸게 추월하여 동동마을에 주차를 하고 채비를 하여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가느 비가 내리는 길가에 서 있으니 괜히 처량한 생각이 든다. 잠시 후 버스가 와서 손을 들었는데 노선버스가 아니고 구미 산악회원들을 태우고 올라오는 관광버스다. 기사님이 산행 복장을 하고 있어서 태워줬다고 한다. 잠시 후 맞은 편에서 노선버스가 내려오고 있다. 내가 주차를 하는 사이에 버스가 지나가 버린 것이다.
동동마을에서 진틀마을까지 얻어탄 관광버스. 구미에서 오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진틀마을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노선버스가 서는 진틀 휴게소에서 논실방향으로 100여미터 더 올라가야 한다.
병암 산장.
진틀 마을에서 내려 오른쪽 병암 산장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길을 따라 들어선다. 가는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다. 몇 몇 산악회 회원들과 같이 올라가다보니 적적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등로가 복잡하다. 병암 산장을 지나고 신선대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를 즈음해서 등로가 조용해진다.
삼거리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는데 눈이 내려 있다. 왼쪽으로 호남정맥을 바라보며 신선대 쪽으로 올라가니 산죽에 내린 눈이 제법 많다.
신선대 갈림길. 한재 방향으로 하산할 계획이면 신선대 방향으로 오르고, 억불봉 방향으로 가려면 신선대 쪽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능선에 올라서니 눈이 쌓여 있다.
11시 40분, 진틀에서 출발한지 1시간 45분만에 호남정맥과 만나는 신선대 아래 삼거리에 도착했으나 시야가 없어 바로 정상을 향한다. 15분만에 정상에 올라섰으나 정상석만이 짙은 운무 속에서 바람에 할퀴우고 있을 뿐이다. 마침 뒤따라 온 평택 산울림 산악회원님께 부탁하여 사진을 한 장 찍고 바로 억불봉으로 향한다. 호남정맥과 억불봉 능선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2008년에 호남정맥 종주를 할 때만 해도 아무런 표지가 없었는데 모든 산길에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진틀에서 올라오는 길과 한재에서 오는 호남정맥이 만나는 신선대 아래 삼거리
백운산 정상.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능선의 장쾌함은 포기하였다.
너무 춥고 장소가 좁아 바로 내려왔다.
정상 바로 아래 호남정맥과 억불봉 능선이 갈라지는 곳의 이정표
억불봉으로 가는 길
신선대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의 이정표
능선상에 핀 상고대
핼기장.바로 위에 헬기장이 또 있다.
백운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의 이정표
멋있는 자태의 소나무 두 그루. 누군가 선유송이라고 이름지어 놓았다.
선유송을 지나면 만나는 억새평원
억불봉으로 향하다가 만난 헬기장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눈에 쌓여 있는 능선을 홀로 걷는다. 억불봉 갈림길 헬기장에서 억불봉까지는 700미터인데 중간에 철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가파른 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억불봉 갈림길의 헬기장
헬기장에 있는 이정표와 구급함
억불봉으로 가는 길의 철사다리.
위 사진 옆에 이런 간판이 있는데 아 긴판 뒤로 희미한 길을 따라가면 철사다리를 오르내리지 않고도 억불봉으로 갈 수 있다. 되돌아 올 때도 마찬가지다.
억불봉. 운무로 인해 그 위용을 보지 못했다.
억불봉에서 되돌아 올 때 처음 만나는 철사다리 앞 바위.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는 길을 따르면 위 사진의 돌아가는 길로 이어지게 된다.
14시 15분, 어렵게 억불봉에 올라섰다. 사실 오늘 산행은 억불봉의 위용을 바라보며 능선을 걸어 지난 호남정맥 종주 때부터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억불봉에 오르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 마음에 담아둔 능선을 생각하며 그저 걸을 뿐이었고, 억불봉에 올랐을 뿐이었다. 그렇게 끌어 안았던 억불봉은 정상석 하나 우뚝 세우고 있을 뿐 아무런 조망도 보이지 않았다.
2008년 6월 호남정맥 종주 때 백운산 정상에서 찍은 억불봉 사진
억불봉은
꼭
백운산에서 보아야 한다.
백운산에 보아야만
억불봉의
그 신비한 흡인력에 빠져들어 갈 수 있다.
너무 멀어도 안 되고,
너무 다가가서 보아도
안 되는 것이다.
문득
발걸음 옮겨 디뎌
억불봉 능선으로 밟아간다면
아무런 마음도 없이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정도 없이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느닷없이 휘파람 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눈이라도
하얗게 쌓여 있을 어느 날
차갑게 몰아닥치는 칼바람을 안고 들어설까,
땡볕이 터져나는 한여름
매미소리라도 한 움큼 쏟아질 때
아무도 없이
소리도 없이
스며들어 볼까나
담록으로 피어나는 새 잎파리를 끌어 안고
억불봉
그 신선함에 젖어
신선놀음이라도 해볼까
온 나뭇가지들이
오색으로 현란하게 춤사위를 펼치는 그날
말간 햇살 내려 앉는
가을을 거두러
억불봉 그 품에 안겨 볼까.
2008년 6월 호남정맥 종주시 품었던 억불봉에 대한 느낌
억불봉에서 나는 혼자였다. 사방으로 터지는 조망을 기대하고 나선 산행이었지만 짙은 운무로 인해 손톱만큼의 조망도 즐기지 못하여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억불봉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건넨다.
- 일망무제로 터지는 조망도 좋지만 짙은 운무로 인해 사방이 차단된 만큼 시선을 자신의 내부로 돌릴 수가 있지 않은가. 오직 자신만을 돌아보며 자신과 나누는 대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 오늘 하루 산길을 걸으며 바깥 세계로 눈길을 돌리지 않고 내면세계를 들여다 본 것도 큰 의의가 있지 않은가.
그랬다. 날씨로 인해 백운산 정상에서 지리산 주능을 바라보는 기쁨도 누리지 못하고, 억불봉으로 힘차게 뻗어 내린 능선과 억불봉의 당찬 모습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안타깝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홀로 걷는 시간에 온통 내면의 자아와 소통할 수 있었지 않은가.
인간의 삶은 언제나 양면적이다. 잃은 것 같지만 얻는 것이 있고, 얻은 것 같지만 잃는 것이 있는 것이다. 오늘 6시간 정도를 산에 들어 있으면서 내 스스로 들여다 본 내 자신은 말 할 수 없이 복잡했다. 많은 것을 후회하고, 많은 것을 뉘우치며 어쩌다 하나씩은 마음에 들기도 하였다.
홀로 걷는다는 것, 거기에다가 오늘처럼 운무에 싸여 시야가 차단된 산길이라면 조망을 내려놓는 대신에 자신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횡재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노랭이재.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노랭이봉(일명 경찰봉)이다.
노랭이재의 이정표.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하산하면 광양제철 수련원으로 내려가게 된다.
노랭이봉의 돌탑
노랭이봉의 정상석. 봉우리에 걸맞은 크기로 세워 놓았다.
이런 표지도 좋다.
노랭이봉에서 본 노랭이재.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운무가 걷히고 있다.
억불봉을 내려와 다시 삼거리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 사다리를 만나는 곳에서 좌측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길이 있고 리본이 달려 있어서 노랭이재로 가는 지름길로 생각하고 그 길을 따랐는데 억불봉으로 가면서 오르내렸던 철사다리 구간을 우회하는 길이었다. 덕분에 심한 오르내림은 하지 않아서 좋았다.
억불봉 삼거리 헬기장에서 노랭이재는 700여 미터 떨어져 있었다. 길로 평탄하여 10여 분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노랭이재로 내려서는 순간 갑자기 거센 바람에 운무가 걷히고 노랭이봉의 농염한 살결이 드러난다. 노랭이재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광양제철 수련관을 거쳐 동동마을로 하산하게 된다. 통신 안테나가 서 있는 노랭이봉을 올라 능선을 따라 동동마을로 하산하기로 하고 노랭이봉을 오른다.
노랭이봉에서 동동마을로 하산하는 길
광양제철 수련원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히어리라는 꽃이란다.
다정한 동동마을
동동마을 담벼락의 개나리
동동마을 보건지소. 주변에 주차공간이 넓다
바람이 너무 심하여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불과 5분 만에 노랭이봉(884M)에 섰다. 경찰봉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곳에서 남쪽으로 진행하면 국사봉을 거쳐 옥룡중학교로 하산할 수 있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한 시간 정도를 내려서니 조용한 동동마을이다.
여기저기 민박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집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마 고로쇠물을 마시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마을 안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살가운 인정이 물씬물씬 묻어난다. 돌담에 핀 개나리의 노란 웃음과 벚나무 가지에서 흐드러지는 하얀 벚꽃의 춤사위도 모두 다 봄날의 노래를 흔들고 있었다.
2011년 4월 3일 일요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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