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차 신불산(1,209m) 산행기 |
1. 일시 : 2010년 10월 10일(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간월재(08:10) - 파래소폭포 갈림길(08:45) - 신불산(1,209m 08:56) - 산불재(09:20) - 영축산 (1,81m 10:16) - 신불산(11:43) - 간월재(12:25) - 간월산(1,083m 12:53) - 간월재(13:20)
4. 시간 : 5시간 10분
5. 지도 :
6. 산행 수첩
1) 간월재 들머리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나와 밀양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가다가 석남사 방향으로 나와 2차선 도로를 따르면 삼거리를 만나는데 여기에서 배내골 방향으로 직진하면 배내고개 정상에 닿는다. 고개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좌측으로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는 비포장 도로를 만난다. 이곳은 간월재에서 내려오는 출구이다. 진입 금지라는 안내판이 있고, “간월재 입구 2.2km”라고 써 있는 화살표 안내판이 도로 아래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이 흔히 인터넷에서 말하고 있는 “사슴목장” 입구이다. 만약에 이곳으로 진입하면 내려오는 차들과 엉키게 되어 큰일이 난다.
도로를 따라 약 2km 정도 내려가면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간월재 입구 임도가 나온다. 이곳에는 “신불산 휴양림”, “ 간월재 입구”라는 안내판이 도로 우측에 세워져 있다. 이곳을 따라 오르면 파래소 폭포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좌측으로 올라가면 중간에 죽림굴을 지나 간월재에 이르게 된다.
도로 상태는 입구나 출구 모두 노면 상태가 차량 통행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이고, 차량 한 대가 여유있게 지나갈 정도이다.
2) 간월재
간월재 고갯마루는 주차장이 없고 도로 양 쪽에 주차를 해야 한다. 화장실과 대피소가 있으나 물은 나오지 않는다. 간월재에서 물이 있는 계곡은 죽림굴 방향으로 약 200여 미터 내려가야 한다.
간월재에는 나무 데크가 넓게 설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야영하기에 딱 좋다. 10월 9일 토요일 밤에는 억새를 보러 온 사람들의 텐트가 약 50여 동 펼쳐져 있어 시장을 방불케 했다.
7. 산길을 걸으며
1
어제밤 간월재에서 내려다 본 삼남면의 야경
나무데크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어둠에 젖어가는 간월재.
간월재.
짙은 어둠에 묻혀야 할 고갯마루는
야영객들의 취중 소란과
그들이 토해내는 고기 굽는 냄새에 젖어
속(俗)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애타는 마음으로
쏟아져 내리는 초롱한 별빛은
돌탑에 매달려
그 진한 눈물을 흘릴 뿐
간월재까지 올라와 버린 인간들의 추악함을
걷어내지는 못하였다.
2
아침 산에 오르는 이유는 이러한 풍광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찬란한 해가 솟아 오른다.
간월산 자락을 붉게 물들인 아침 햇살.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이제 하루가 시작된다.
태양이 솟는다.
세상을 붉게 태워버릴 듯한
눈부신 햇살이 간월재를 덮어 온다.
무질서하게 널부러져 있는
간밤의 토악질을
말끔히 씻어내면서
새뜻한 아침이 열린다.
그 눈부심이여.
그 황홀함이여.
그 보배로움이여.
이슬에 젖은 억새꽃잎 위에서
마음까지 열린다.
3
뒤돌아본 간월재. 가까이는 간월산, 멀리는 가지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재약산과 천황산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신불산 오름길. 가을빛이 제법 여물고 있었다.
파래소 폭포 갈림길의 이정표.
파래소폭포 갈림길에서 본 신불산
신불산 정상. 정상석이 여러개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이 선명하게 보여 찍어 봤건만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신불재로 내려서는 길. 신불재에는 샘터와 매점이 있다.
신불평원의 억새.
햇볕은
가을 하늘을 말갛게 씻어 놓은
억새의 물결 하얗게 부서지는
신불 평원의 잘록한 산허리를 쓰다듬고 있는
통랑한 가을 햇살은
속세의 때가 두껍게 껴있는 한 인간의
더러운 속내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찌
신록의 파릇함만이 생명력인가.
눈을 감으면서도 피어나는
억새의 마른 잎에서도
통통 튀는 삶의 이야기가 살아나지 않는가.
4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지리산의 연하선경이 자꾸 떠올랐다.
억새잎에 내려 앉는 햇살이 살아 있었다.
이런 곳에서 별빛을 끌어안고 밤을 보내고 싶었다. 정말이지 미치도록 야영을 하고 싶었다.
1046봉에서 뒤돌아본 신불산
하늘을 향해 발돋움하고 있는 그리움들
단조성터를 덮은 억새. 역사의 순간들을 저들은 보았을 것이다. 영축산 정상이 보인다.
억새 속에 잠겨가는 사람들. 저들의 마음 속에 담긴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그 부드러운 산길이여
오래 된 원한이며
분노까지도 가시게 만들어버리는
하이얀 억새의 춤사위는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게 펼쳐진 신불평원에서만
살아 있었다.
힘있는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세사(世事)에 지쳐버린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순전한 생명력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산은
그렇게 위안을 준다.
길을 열어
우리를 걷게 하고
골짜기부터 밀어 올린 바람으로
그 넓은 평원을 토닥이면서
삶의 이유를 말한다.
하늘을 감돌아 내리는 햇살이라도
파랗게 하늘을 물들이기라도 한다면
산은 그대로
신선의 세계이다.
부끄러운 인간들의 속내로는
감히 마주할 수 없는
선계(仙界)인 것이다.
5
이렇게 편안하고 부드러운 길을 보았는가. 마음까지 평정을 주는 넉넉한 길은 산이 아니라 들판을 걷고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억새잎에 걸터앉아 노닐고 있는 햇살은 뇌살적이었다. 아침에 산행에 나선다면 반드시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역으로 걷는다면 이런 아름다움을 모두 놓치게 된다.
숙제로 남겨진 능선. 영축산에서 함박등, 채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조망이 말할 수 없었던 영축산
영축산 정상에서 신불산을 바라보고 있는 이 산객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우연한 만남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었던 용담
이 자리에서 앉아 있던 시간은 인생의 수첩에 영원이 기록해 두고 싶었다.
삼남면 일대
아, 정녕 이제는 산을 나서야 하는가.
오늘
신불평원에서 참으로 부끄럽다.
무엇으로도 어루만질 수 없는
가슴 저림을 맛본다.
산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등줄기를 내어 놓지만
꼭대기에서
드넓은 산자락에서
언제나 자신이 부끄럽다.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움의 본질에서
나는 한 번도 자유롭지 못하다.
산을 나선다.
늘 산을 나서지만
언제나 허전한 마음뿐이다.
두고 오는 것도 없는
가지고 오는 것도 없는 걸음인데
산을 나서는 걸음은
언제나 허전할 뿐이다.
6
억새밭에 자리잡은 소나무
신불재로 되돌아가는 길. 신불재는 좌우로 하산길이 열려 있다.
신불산으로 돌아오면서 돌아본 신불재.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되돌아 보게 된다.
신불산 정상.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 오늘 산행은 끝까지 조망이 압권이었다.
4시간만에 되돌아온 간월재.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간월산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간월재
간월산으로 가다가 본 재약산과 천황산. 저 곳도 환상적이라고 하는데..
간월산 정상. 특별한 것은 없었으나 올라가보고 싶었다.
신불평원은
간월재는
억새가 너울거리고
별빛이 총총할 것이며
아름다운 달빛 소나타가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움이나 다독이면서
2010.10.10.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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