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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차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힘날세상 2010. 9. 16. 09:12

128차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1. 일시 : 2010년 09월 09일(목)

2. 동행 : 도라지, 김사장

3. 코스 : 중산리(09:50) - 칼바위(10:30) - 망바위(11:38) - 법계사(12:15) - 개선문(13:50) - 천왕봉(14:40

             점심 40분) - 장터목(16:15) - 유암폭포(17:12) - 칼바위(18:20) - 중산리(19:00)

4. 시간 : 9시간 10분( 동행한 김사장이 걷지를 못한 관계로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어졌음) 

5. 지도

 

 

 

6. 산길을 걸으며

    

1

 태풍 '말로'가 허랑하게 비껴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지리산에 남김 생채기는

충분한 이야깃거리는 되었다.

 

 

2

 

 

 

중산리 주차장에서

신발끈을 매고 있을 때

해는 이미 중천에 솟아 올랐다.

도라지는 이미 앞서 갔고

김사장과 발을 맞추어 걷는다.

칼바위에 도착하니

도라지가 삼거리 벤치에 앉아 있다.

좌측의 장터목으로 오르는 길은 하산길로 남겨 두고

우측의 망바위로 오른다.

길은 가팔라진다.

김사장의 걸음이 느려진다.

망바위에서

연하봉 능선을 올려다 보지만

짙은 구름 속에 싸여

신비스럽기까지하다.

문창대 옆구리를 돌아가며

도라지에게 전화를 한다.

벌써 30분째 로타리 산장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벤치에 누워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는 도라지.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천왕봉을 목표로 오른다.

김사장은 그 와중에도 법계사 부처님을 만나러 간다.

법계사 입구에 피어 있는 물봉선과

다가서는 가을을 이야기하며 기다린다.

개선문은 여전히

빼꼼히 문을 열어 놓고

지나는 사람들의 옷깃을 잡는다.

중산리와 써리봉 능선이 구름에 싸여 있다.

천왕샘 물맛은 눈으로 보고

가파른 길을 따라

천왕봉을 오른다.

이따금 바람이 살갗을 쓸어댄다.

 

 

 

 

 

 

 

 

 

 

 

천왕봉

구름이 바람을 불러오는 것인지

바람이 구름을 불러오는 것인지

천왕봉은

삐투름히 돌아 앉아 있다.

늦은 걸음으로

올라 선 천왕봉에서

제법 차가운 바람을 만난다.

느닷없이 나타난 하얀 고양이 한 마리는

어느 길을 밟아 온 것일까

무엇을 하려고 천왕봉을 올라온 것일까.

늦은 밥상을 펼쳐 놓는데

짙은 구름이 주위를 둘러싸더니

끝내 비를 내린다.

비 속에서 먹는 밥은 이런 것인가

서둘러 상을 치우고

천왕봉을 돌아볼 사이도 없이

장터목으로 향한다.

 

산희샘을 지나 유암폭포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을 내려서며

태풍 말로의 위력을 실감한다.

산길이 파헤쳐지고

계류가 넘쳐난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지루함을 느꼈을 때

스틱 하단을 부러뜨리고

칼바위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미 숲은 어둠의 커튼을 드리우고

중산리 주차장은

텅 빈 고요 속에서

지친 발걸음으로 산을 나서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3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어도

들어서는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다르다.

진솔하게 말하면

우리의 마음이 다른 것보다는

우리를 맞아들이는 산의 표정이 다른 것이다.

오늘

축축한 산길을 깔아

들어서는 마음까지 눅눅하게 만들어 놓고도

짙은 구름까지 불러와

숲 사이사이로 두꺼운 벽을 쌓는다.

하루의 시간을 구름에 갇혀 있는 일은

특히 능선을 걷고 있었다면

두 눈을 감은 일이다.

속을 끓이는 세속의 추악함을 등질 수 있어서 은근한 즐거움도 있겠지만

우선 당장은

노고단을 향해 비슷하게 드러누운 잘록한 허리 곡선을 보듬지 못하는

반야봉의 봉긋한 엉덩이를 어루만지지 못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단순히 운해(雲海)의 이야기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산을 내려온다.

 

 

 2010.09.09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