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1. 산행 일자 : 2010년 2월 1일(월)
2. 동행 : 아내
3. 산행 시간 : 7시간
4. 산행 코스 : 중산리 탐방지원센터(08:20) - 망바위(09:40) - 법계사(10:20 간식 20분) - 천왕봉(11:40 10분 휴식) - 장터목
(12:30 점심 30분) - 유암폭포(14:20) - 중산리 탐방지원센터(15:20)
5. 산행지도
6 산길을 걸으며
텅 빈 천왕봉.
눈발이 날리는 1915m의 천왕봉은
누구도 없이
쓸쓸한 얼굴을 들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언제나 많은 사람의 애무를 받던
천왕봉을 껴안고
뜨거운 입맞춤을 맛본다.
연초부터 천왕봉에 서고 싶었지만
여러가지로 이어지는 사정은
산으로 들어서는 발길을 사정없이 붙잡는다.
1월 한 달을 바쁘게 보내고
토요일 계룡산 수통골에 스며들었던 발걸음을
지리산으로 이어 본다.
아침 중산리는
막 잠에서 깨어나
풋풋한 산길을 열어 놓는다.
밤새도록 곱게 치장한 청아한 기운이 가득한
법천골을 따르면서
점점 겨울의 품으로 들어간다.
산길을 걷는 것은
언제나 그리움을 키우는 일이다.
산 밖에 두고 온 세속의 시간을
늘상
떨쳐버리지 못하고
의식의 심층부에 갈무리 해 둔
얼굴들을 반추하고 만다.
세속에 몸 담고 살면서 어떻게 세속을 놓아 버릴 수가 있을까.
그저
더 이상 어지럽히지나 않으면 다행인 것을.
개선문에서 만난 바람은
구상나무 흔들어
눈발 속에 아련한 추억을 내려 놓고
천왕샘에서
맑은 눈물을 흘린다.
마음까지 씻어낼 듯한 신선한 눈물
구비구비 남강을 이루어
남해로 남해로 흘러 바다가 되면
나는 개운한 걸음을 옮길 수 있을까.
삶 속에서 너덜거리는 티끌쯤은 떨어낼 수 있을까.
천왕봉은
발밑 중산리 사람들에게 입춘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는
천왕봉은
정작 자신은 온몸으로 눈보라를 맞고 있다.
누구도 없이
표정도 없이
눈보라 틈으로 날을 세우는 바람에 맞서다가
크나 큰 몸뚱이를 온새미로 베이고 있다.
혼자서 끌어안은 천왕봉을 놓지 못하고
가멸찬 웃음을 흘리던 나도
온 몸을 슴벅슴벅 베인다.
바람에 베어
노곤한 생활이나 걷어냈으면 좋으련만.
장터목 돌아
내려서는 법천골은
꽁꽁 얼어붙은 이야기를 늘어 놓고 있는데
아픈 걸음을 내려서는
우리는 두꺼운 얼음 속에서
새뜻한 봄날의 울림을 장만하고 있는
지리산의 겨울을 만난다.
거창한 울림으로
골짝 가득한 고요를 헤쳐내는 유암폭포에서
느닷없이 앞을 가로막는 햇살
지리산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지리산은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고 중산리 탐방 지원센터를 나선다.
2010년 02월 1일 힘날세상
실수로 촬영한 사진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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