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斷想)

[아들] 영월 기행, 단종의 흔적을 찾아서

힘날세상 2010. 1. 28. 10:12

영월기행, 단종의 흔적을 찾아서.

                                                 * 2009 영월 여행 수기 공모 최우수작  

 

                                                                                                                  정 글

 

 

원통한 새가 되어 궁궐을 나온 후로 一自寃禽出帝宮

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 孤身隻影碧山中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 못 이루고 假眠夜夜眠無假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어라 窮恨年年恨不窮

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은 밝은데 斷聲曉岑殘月白

피눈물 흘러서 지는 꽃이 붉구나 血流春谷落花紅

하늘도 저 하소연 듣지 못하는데 天聾尙未聞哀訴

어찌 시름 젖은 내게만 들이는고 何奈愁人耳獨聽

 

단종(端宗, 조선 제6대 임금),「자규시」

 

아직도 그 한이 풀리지 않으셨습니까. 당신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영월로 향하는 지금, 날씨는 당신의 한이 서린 듯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는 아직도 하늘에 못다 한 당신의 하소연으로 느껴집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그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의미 없는 권력다툼에 스러져간 당신의 삶이 더욱 안타깝게만 다가옵니다. 더불어 당신의 자취를 찾아가는 저의 발걸음도 계속 무겁기만 합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영월 땅이 당신에게는 얼마나 먼 거리였을까를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또 아려옵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떠나야하는 그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당신이 가졌던 이상을 조금도 펼쳐보지 못한 그 아쉬움과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을 삼촌이 자신을 내쳤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은 어리기만 했던 당신이 이겨내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왔겠지요. 사방이 막힌 그 곳에서 홀로 쓸쓸하게 보내야 했던 두 달이란 시간은 당신에게 얼마나 긴 시간이었겠습니까.

 

당신을 그리는 중에 어느덧 당신이 마지막을 함께한 영월 땅에 도착하였습니다. 당당한 기상을 뽐내며 서있는 적송(赤松)이 우거진 산들과, 그 아래로 깊게 펼쳐진 계곡, 그 위로 흐르는 푸른 물의 동강과 서강이 어우러진 영월 땅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운 땅이 너무도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는군요. 저도 그렇지만 당신도 이곳이 처음이었겠지요? 당신이 처음 본 영월은 아름다웠는지 아니면 적막하게만 느껴졌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영월의 관문인 선돌에 도착하였습니다. 당신도 이곳을 지나가셨나요? 마치 대도(大刀)로 절벽을 쪼갠 듯한 그 웅장함에 저절로 발길이 멈춰집니다. 그 밑을 돌아 흐르는 서강은 당신이 품고 있을 그 한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서도 당신은 당신의 의지대로 쉬었다 갈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영월을 찾는 누구나 선돌에 멈춰서 영월의 아름다움을 맛보기 시작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영월의 관문인 이 선돌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당신의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이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한스러운 당신의 처지가 섞인 눈물 한 방울이 서강을 타고 한양까지 흘러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전자이었길 간절히 바라면서 선돌의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제 눈에 담아봅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한 마디씩 던지네요. 마음이 탁 트일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도 분명 조금은 위로받았을 것입니다. 한스러움에 복받쳐서 마냥 슬퍼만 하기에는 이곳은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무겁기만 했던 제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옛 선인들이 노래하였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특별히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수백, 아니 수천 년을 그 자리를 지키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어우러지면서 더 큰 기운을 주는 자연의 신비에 다시 한 번 감탄해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처지를 같이 슬퍼하고 안타까워하였던 저의 마음이 변해가는 것이 원망스러우신가요? 물론 슬픔을 나누면 그 슬픔이 줄어들겠지만 저는 다른 측면에서 당신을 위로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마지막을 보냈던 이 영월 땅은 슬퍼만 하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땅이었다는 사실을 전해드리면서요. 언제 생을 다할지 모르는 상황 가운데 갇혀 지내는 처지에 어떻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겠느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권력다툼의 소용돌이 가운데 항상 불안해하고, 한 나라를 이끌어 가야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게다가 거의 궁궐 안에서만 갇혀 지내야 하는 왕의 삶도 결국은 똑같은 삶이 아니겠습니까.

 

강호에 놀자 하니 임금을 저버리겠고

임금을 섬기자 하니 즐거움에 어긋나네

혼자서 기로에 서서 갈 데 몰라 하노라

 

권호문, 「한거십팔곡(閑居十八曲)」中

 

당신의 시대에 살던 선비들도 자연을 더불어 살아야 할지, 아니면 유교의 가르침대로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며 살아야 할지를 계속 고민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왕이라고 해서 꼭 그 자리에 매여서 있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모든 미련을 벗어 던지고 자연을 맘껏 즐기는 것도 소중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이 가진 모든 아픔을 다 씻어 버릴 수 있을 만큼의 아름다움을 지닌 영월 땅을 보면서 말입니다.

 

소리 없이 내리던 가랑비가 잦아듭니다. 구름도 점점 걷히고 따사로운 햇살이 산과 강 구석구석에 내리쬡니다. 당신의 한과 눈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영월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이시겠지요. 당신의 슬픔이 조금은 위로받은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집니다.

 

영월읍내로 들어섰습니다. 당신의 길을 가로막았던 동강은 지금 영월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곳곳에서 곧 동강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당신에게는 아픔의 대상이었을 동강이 지금 사람들에게는 축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보면서 영월사람들이 당신을 잊은 것 같아 서운하십니까? 아닙니다. 당신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당신의 흔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그래서 당신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발자취가 담긴 모든 곳을 소중히 관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 나오고 있습니다. 저기 당신이 이 세상과 이별한 장소인 관풍헌이 보이는군요. 차마 저곳은 가지 못하겠습니다. 당신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져서 제 마음도 슬픔으로 가득찰 것만 같기 때문이지요. 대신 당신의 애끓는 마음이 담긴 시 한 수를 더 읊어봅니다.

 

달 밝은 밤 두견새 울 제 月白夜蜀魂癝

추시름 못 잊어 누 머리에 기대어라 含愁情依樓頭

네 울음 슬프니 내 듣기 괴롭구나 爾啼悲我聞苦

네 소리 없었던들 내 시름 없을 것을 無爾聲無我愁

세상에 근심 많은 이들에게 일으노니 寄語世苦榮人

부디 자규루에는 오르지 마오 愼莫登子規樓

 

단종(端宗, 조선 제6대 임금),「자규사」

 

달 밝은 밤의 자규루가 당신에게는 얼마나 큰 슬픔이었길래 남들에게 부디 오르지 말라고 당부하실 정도입니까. 점점 다가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당신의 처지가 눈 앞에 선하게 다가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지만 마음에는 슬픔이 계속 밀려옵니다. 좀 전에 보았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무색할 정도랄까요. 다시 한 번 당신의 한을 느끼면서 다음 행선지로 갑니다.

 

이동하는 곳곳마다 영월의 매력이 드러납니다. 요리골목을 수놓은 벽화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재래시장,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산과 강의 조화는 이곳을 결코 잊을 수 없게 만드는군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요리골목의 한 벽에 제가 좋아하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적혀있네요. 자신의 온몸을 희생하면서 남들을 따뜻하게 만드는 연탄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당신이 만약 왕의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당신의 할아버지 못지않게 백성들을 위하는 왕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당신이 품고 있던 그 한은 당신이 품고 있던 그 이상을 펼치지 못한 안타까움이었겠지요. 당신이 이곳에 머문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당신의 그 마음만은 지금까지 이곳 사람들에게 충분히 전해진 것 같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청령포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많이 놀랐습니다. 당신의 유배지라기에 무엇인가 척박하고 스산한 기운이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곳은 유배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군요. 유배지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황량하고 척박한 환경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느끼지 못하게, 절망 속에서 자신의 신세만을 한탄하며 살아가게 만드는 곳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도착해서 본 청령포는 절경 중의 절경을 가지고 있는 그러면서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입니다. 동강 건너편에서 바라보기만 하는데도 아름다운데 직접 건너가서 느껴본다면 어떨지 기대감이 커져만 가네요. 배가 막 도착했습니다. 이제 직접 그곳을 거닐러 가야겠습니다.

 

동, 남, 북의 삼면은 동강이 흐르고 있고 서쪽은 육육봉이 가로막고 있는 이곳을, 건너와서 보니 그 아름다운 매력이 한 걸음 더 다가옵니다. 동강 변의 자갈밭과 무성한 적송들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당신은 물론 편하지 않았겠지만요.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당신의 한이 잔뜩 배어있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되어 즐거워하는 저의 태도가 과연 당신이 가진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곳이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500여 년이 흘렀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흔적을 찾아오고 당신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한다는 것 자체로 위로가 되지 않나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당신은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억 될 테니까요.

 

청령포를 수놓고 있는 많은 적송들의 방향이 왜 하나같이 한 쪽 방향으로 휘어져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던 차에 가이드의 설명이 들리는군요. 그 방향이 다름이 아닌 한양 땅을 향하고 있다는 말에 당신이 얼마나 이곳에서 홀로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창 자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배울 시기이고,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할 때에 누구보다도 큰 아픔을 지닌 채 홀로 이곳에서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요. 청령포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관음송이 늠름해 보이기보다는 당신의 한을 담은 채 묵묵히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아마도 당신의 유일한 말벗이었겠지요. 당신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을 이 나무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던 그 한을 잊지 말아달라고요.

 

망향대에 올라 당신이 쌓았다는 돌탑을 바라봅니다. 돌 하나하나를 쌓아가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당신을 그렇게 무참하게 내친 숙부를 용서하려고 노력하셨나요? 아니면 다시는 이 조선 땅에 당신과 같은 불행한 왕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셨나요. 당신의 한이 서려있는 이 돌탑을 보면서 늦게나마 당신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청령포를 떠납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웠던 이곳, 물론 아름답다는 생각은 그대로이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뭔가 모를 쓸쓸함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그 쓸쓸함은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요. 당신을 찾는 이 많은 사람들을 보니 이곳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신은 불행한 왕이었지만 결코 외로운 왕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시대에 목숨과 마음을 다 바쳐서 당신을 따랐던 신하들과 흰옷자라기에 통한의 눈물 적셔가며 애달파했던 많은 백성들이 있었고, 지금에도 당신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이제 당신이 누워계신 곳으로 갑니다. 얼마 전에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군요. 이제 더 이상 우리 민족만의 보물이 아닌 세계인들이 함께 지켜나갈 보물이 되었습니다. 당신도 기쁘신가요? 더 많은 이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당신을 찾아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의 그 슬픈 이야기와 당신의 흔적을 담고 있은 각각의 아름다운 장소들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드디어 당신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예전에 당신의 할아버지의 능을 찾아 참배한 적이 있습니다. 고요함 가운데서 신륵사의 목탁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남한강이 유유하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땅에 웅장하게 모습으로 서있더군요. 그에 비해 당신이 누워계신 곳은 너무도 작고 초라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초라함 때문에 더 아름답다고 할까요? 당신의 능이 화려했다면 저는 당신과 깊은 교감(交感)을 나누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좀 아쉬우신가요? 아쉬워하지 마세요. 제가 가 보았던 어떤 조선 왕들의 능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니까요. 가장 작고 초라하다고 할지라도 가장 외롭지 않은 곳이 이곳이니까요. 당신의 죽음을 같이 슬퍼하였던 당신 백성들의 마음이 지금 이곳을 찾는 사람들 마음 곳곳에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당신과 이별할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기만 했지만 이제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의 이야기에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당신이 원했던 그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당신의 흔적을 보면서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당신이 품고 있던 꿈은 만백성이 편안하게 사는 그런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이었을 거라는 말입니다. 모두가 웃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된다면 당신도 저 하늘 어딘가에서 모든 아픔을 잊은 채 웃으며 편하게 쉴 수 있으시겠지요? 서울로 가는 길에 들른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이 영월 땅에 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있으면서도 당신은 항상 이 한반도와 그 땅에 살고 있는 당신의 백성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그러한 당신의 간절한 마음이 너무나도 실제와 똑같은 이 땅의 모습으로 당신의 흔적과 더불어 이 영월 땅에 남아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영월을 점점 벗어날수록 아쉬운 마음이 커져갑니다. 당신에게 사약을 내리고 돌아가는 왕방연의 마음이 이러했을까요? 하지만 이 아쉬운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언젠가는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꼭 당신을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그 때는 저도 당신도 그 모든 슬픔을 내려놓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그만 한을 푸시고 이 아름다운 땅을 맘껏 느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슬퍼만 하기엔 이 영월은 너무 아름다운 땅이니까요. 우리들 모두 당신이 꿈꾸었던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마음을 모아가고 있으니까요.

 

금부도사 왕방연의 시조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몸 편히, 마음 편히 안녕히 계십시오.

 

천만리 머나먼 길의 고운 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안 같도다 울어 밤길 예놋다.

 

왕방연, 「천만리 머나먼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