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

94 주흘산 산행기

힘날세상 2009. 10. 26. 10:48

 

94 주흘산(1075m) 산행기(경북 문경)

 

1. 일자 : 2009년 10월 25일(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문경관광호텔(08:00)-주흘관봉(1,039m 09:40)-주흘 주봉(1,075m 10:35)-주흘 영봉(1,106m 11:10 점심 45분)-부봉1봉(915m 13:10)-부봉6봉(916m 14:07)-조령제2관문(15:10)-문경관광호텔(16:00)

4. 시간 : 8시간

5. 산행지도

 

 

 

6. 산행안내

1) A(문경관광호텔)  -  B(주흘 관봉)

* 산행 기점은 매표소 직전 오른쪽에 있는 문경 관광호텔 바로 옆 등산로 폐쇄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출입할 시 자연공원법에 의거 5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써 있다. 서둘러 숲으로 몸을 감추다 보니 사진 활영을 하지 못했다. 나무를 베어 놓아 올라가는 길이 아주 잘 나 있다.

 

낙엽이 발목을 덮을 정도로 쌓여 있는 길을 걸었다. 

 

 이렇게 산길은 가을을 그려내고 있다.

 

 

*  주흘 관봉까지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중간에 어쩌다 조망이 트이기는 하지만 가파르고 재미 없는 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바위 봉우리를 돌아 로프를 의지해 올라야 하는 곳에 이르면 관봉이 보인다. 로프를 잡고 암봉에 오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문경읍이 내려다 보인다.

 

 

발아래는 어지러울 정도의 낭떠러지이다. 

 

위 사진의 밧줄을 올라가서 본 관봉 

 

위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본 문경읍 

 

관봉 직전 봉우리에서 본 모습 

 

 이런 바위도 보았다

 

 관봉에서 본 문경읍

 

관봉 아래로 펼쳐놓은 울긋불긋한 카펫. 양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모두 문경읍으로 향하고 있다.

 

 주흘 관봉 정상석

 

 

관봉에서 아내가 찍은 사진

 

 

* 주흘 관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어떠한 수식어도 붙여서는 안될 것 겉다. 그저 황홀하다. 생각 같아서는 별빛이 쏟아지는 밤 비박하면서 밤과 이야기하다가 불끈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확끌어 안아보고 싶은 곳이다.

 

2) B(주흘 관봉) - C(주흘 주봉)

* 관봉에서 주봉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이 깎아지른 절벽이다. 내려다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단풍은 자꾸만 발길을 붙든다. 

 

 관봉에서 본 주봉

 

 관봉에서 주봉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 절벽 아래로 이런 풍광을 보며 걷는다.

 

 되돌아 본 관봉

 

 주봉으로 가면서 본 부봉과 마패봉

 

 

 주봉으로 가면서 본 조령산

 

 전좌문. 이곳에서 좌측길은 제2관문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길은 월복사를 거쳐 문경읍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3) C(주흘 주봉) - D( 주흘 영봉)

* 주봉에서 영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거리도 짧고 별 특징도 없다. 그러나 영봉을 거쳐 부봉으로 이어지는 길이기에 꼭 걸어야 한다.

  

 주흘산 정상. 이른 시각이라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정상에서 본 관봉

 

 

 정상에서 뻗어내린 두 개의 능선. 유혹의 눈길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무작정 걷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렀다. 골짜기 가운데에 월복사가 있다.

 

 

 관봉 자락의 단풍

 

 

4) D(주흘 영봉) - E(부봉 1봉)

* 대부분 산객들이 영봉에서 꽃밭서들을 거쳐 제 2관문으로 하산한다. 그러나 부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다음 발길은 저절로 부봉으로 향한다. 꽃밭서들을 거쳐 2관문으로 하산하는 길은 영봉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50여 미터 되돌아와서 내려가야 한다. 부봉으로 가는 길은 정상석 뒤로 이어지는 길이다.

 

 

 주흘 영봉에서 셀카

 

 

 영봉 아래 꽃밭서들로 내려가는 삼거리.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정표를 쓰러뜨리는가. 여기에서 영봉은 오른쪽으로 약 50여 미터 가야 한다.

 

 부봉 방향에 아무런 표지가 없어서 리본을 하나 걸어 두었다.

 

* 중간에  하늘재 갈림길에서 부봉 삼거리까지는 백두대간길을 걸어야 한다. 하늘재 갈림길에서 하늘재로 가는 길은 급격하게 내려가야 하는데 국립공원에서 철사다리를 설치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다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곳이기도 하다. 하늘재 갈림길을 지나 만나는 암릉은 국립공원에서 철사다리를 설치해 놓아서 쉽게 걸을 수 있다.

 

 하늘재 갈림길. 국립공원지역이라서인지 하늘재 방향으로 내려가는 곳에 철게단을 설치하고 있고, 국립공원에서 세운 이정표가 있다.

 

 부봉으로 가는길의 암봉

 

 이렇게 철구조물을 해놓아서 쉽게 갈 수 있었다.

 

* 하늘재 갈림길에서 부봉 삼거리까지는 약 35분 정도 걸린다. 부봉 삼거리에서 마패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백두대간이고, 부봉은 이곳에서 급격하게 올라가야 한다.

 

 부봉 가는 길에 만난 단풍

 

 

5) E(부봉 1봉) - F(부봉 6봉)

 * 부봉 삼거리에서 힘겹게 7분 정도 오르면 정상석이 있는 부봉 1봉이다.  부봉은 모두 6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곳이 가장 좋은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아마 1봉아니면 6봉을 꼽을 것이다. 모두 조망이 좋을 휴식하기에 아주 적절하기 때문이다. 암봉을 오르내려야 하기에 1봉에서 6봉까지는 약 1시간이 걸린다. 부봉의 6개 암봉은 밧줄에 매달려 올라가야 하기도 하고 조망도 좋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부봉 삼거리

 

 부봉 정상석

 부봉 안내판

 

 부봉에서 본 백두대간

 

부봉에서 본 주흘 영봉(앞)과 주봉(뒤) 

 

 부봉 1봉 정상

 

 부봉의 아름다운 암릉

 

 이런 바위도 보고

 이렇게 밧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신기한 모양 바위

 

 바위에 뿌리 박은 소나무

 

 * 부봉 6봉은 철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하는데 6봉에서 동화원으로 내려서 제2관문이나 제3관문으로 갈 수 있다.

 

 

6) F(부봉 6봉) - G(제2관문 조곡관)

* 부봉 6봉 아래 갈림길에서 제2관문 조곡관까지는 조망은 별로 없지만 간간히 부봉 6봉의 웅장한 모습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노란 빛을 띄고 있는 나뭇잎에 물들기도 하면서 약 1시간 정도 내려서야 한다.

 

 

 F 지점(부봉 6봉 아래 갈림길)에 서 있는 이정표. 이곳에서 6봉을 넘어 가면 동화원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2관문으로 내려오다가 만난 거대한 바위

 

 

 되돌아 본 부봉 6봉

 

 아름다운 단풍

 

 

 

 

* 조곡관에서 주차장까지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도로가 잘 다듬어져 있고, 좌우로 늘어 서 있는 단풍의 터널이 이어진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다정한 모습으로 가을을 담고 있다. 비스듬히 내려 앉은 햇살은 단풍잎 끝에서 붉어 터지고 간간히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는 산등성이를 넘나들면서 호사를 누린 몸과 마음에 다시 한 번 행복의 불길을 지핀다.

 

 

 제2관문 조곡관

 

 단풍에 내려앉는 햇살

 

 조곡관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맨발로 걸어도 될 정도로 다듬어 놓았다.

 

   

 

 문경 새재로 가는 길은 단풍이 절정이다.

 

   사과 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전시관에 전시된 명품 사과.

 

 

7. 산길을 걸으며

 

 

 

 

 

안개에 갇혀 본 적이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던 사람과도

두꺼운 안개는

시간을 나누지 못하게 하였다.

정맥을 걷다가

안개가 감춘 길을 찾지 못하고

떠돌았던 일이 있었다.

오늘

주흘 관봉에서

어젯밤 몸을 누였던

문경 작은 읍을 감추어 버린

안개를 만났다.

안개는

문경을 감싸안은 안개는

차라리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밤늦게 통학열차에서 내렸을 때

등잔불 하나 들고

우산 하나 들고

당신은 받으나마나 한 찢어진 우산을 받고

저녁도 거른 채

중학생 큰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품이었다.

늘 땀에 젖은 냄새를 지니고 있던

어머니의 품이었다.

주흘 관봉에서

문득 어머니의 냄새가 그리웠다.

 

 

 

 

 

산에 들면서

늘상

다짐하는 것은

세상을 놓아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내가 서 있는 꼭대기가

내가 놓아버린 세상의 한 복판이라는 것을

항상

알아채지 못하는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조망에 어두워

단풍에 눈을 잃어

세상을 보지 못하는 나는

청맹과니가 아니고 무엇인가

 

 

 

 

 

산에서는

그저 산이 되어야 한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눈발이 온 세상을 덮어도

사람들이 몰려와

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고 휘청거려도

아무 말이 없는

산이 되어야 한다.

속세를 내려놓겠다는 말해서는 안된다.

그저

산이 되어야 한다.

 

 

 

 

 

산이 되려면

얼마를 걸어야 할까.

얼마를 걸어야

산 속에서

산이 될 수 있을까.

능선을 따라 걸어도

골짜기 깊숙히 빠져들어도

한 번도

산이 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사람인 까닭이다.

결코

산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산을 걷는 것은 무엇인가.

 

 

 

 

 

 

 

 

산에서

햇살을 보았다.

나뭇잎에 매달리는 햇살에서

뚝뚝

떨어지는

그리움을 보았다.

산을 나서는 발걸음에서

비로소

산을 보았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산을 보았다.

 

 

 

                                                                            2009.10.25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