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53 지리산 천왕봉(09.01.03)

힘날세상 2009. 6. 26. 12:49

53 지리산 1915M (경남 산청)

 

1. 일시 : 2009년 01월 03일(토)

2. 동행 : 아내 (전주 봉우리 산악회)

3. 산행코스 : 중산리 주차장(09:20) - 매표소(09:50) - 칼바위(10:20) - 망바위(10:55) - 법계사(11:35) - 개선문(12:35) - 천왕봉(13:20 점심 30분) - 장터목(14:30) - 유암폭포(15:15) - 칼바위(16:15) - 매표소(16:40) - 중산리 주차장(17:00)

4. 산행시간 : 7시간 40분

5. 산행지도

 

 

 

6. 산행기

 

2009년 기축년이 밝았다. 무엇인가 올 해에는 큰 변화가 있을 해이다. 캐나다에 공부하러 갔던 드리가 돌아오고, 군복무를 하고 있는 글이가 제대를 하는 해이다. 나름대로의 큰 뜻을 펼치기 위해 발판을 다져왔던 시간들을 디딤돌로 하여 나름의 날갯짓을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결혼 24주년을 맞아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봉우리 산악회 일정에 맞추어 산행에 나선다. 상산고 앞에서 아침 6시 15분에 승차하여 종합경기장에서 7시가 넘어서 출발하여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다. 산행 들머리인 시인의 마을까지 1.7km를 걸어야 한다. 작은 차는 시인마을까지 갈 수 있으나 대형버스는 출입을 금하고 있다.

 

 

 

중산리에서 올려다 본 천왕봉

 

도로를 따라 걷는데 천왕봉이 빼꼼이 올려다 보인다. 마치 동네 뒷산 같다. 몇 해 전에 성삼재까지 종주하기 위하여 새벽 4시에 시인마을을 통과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둠 속에서 앞만 보고 올랐던 길을 환한 대낮에 오르면서 보니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25분 만에 시인마을에 도착하여 채비를 하고 9시 50분에 출발한다. 산악회 일행들은 모두 다 올라가버렸다. 여유를 부리며 들머리로 들어선다. 커다란 바위가 돌출되어 있는 길을 걷는 것은 쉽지가 않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길을 오르는데 등에서 땀이 흐른다. 마치 봄날 같은 날씨다.

칼바위를 지나며 옷을 벗는다. 티셔츠에 고아텍스 자켓만 입고 걷는다. 칼바위에서 법계사쪽으로 방향을 잡고 오른다. 휴일인지라 산악회에서 단체로 나선 산객들이 많다. 전주 산사모에서도 많은 분들이 산행에 나서고 있다. 망바위까지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다시 자켓을 벗는다. 망바위에서 휴식을 하며 과일을 먹는다. 웬지 힘이 든다. 아대로라면 천왕봉까지 4시간 이상이 걸릴 것 같다.

 

 

법계사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날씨가 너무 따뜻했다.

 

거대한 바위 뒤로 천왕봉이 보인다. 망바위다. 망바위에서부터 법계사까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걷는다. 갑자기 시야가 특 터지면서 법계사 대웅전 지붕 너머로 천왕봉이 웃고 있다. 등 뒤에서는 최치원이 수도했다는 문창대가 다소곳이 내려다보고 있다. 천왕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는다.

법계사부터는 잔설이 걸음을 더디게 한다. 아이젠을 차고 걷는다. 햇살이 참 좋다. 하늘 또한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 빛이다. 개선문 직전에서 배낭을 풀고 계란과 따뜻한 생강차를 마신다.

개선문을 지나면서부터 바람이 제법 불어온다. 그러나 견딜만한 상쾌함도 담겨 있다. 눈이 다져진 길을 조심스레 걷는다. 천왕샘을 지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서 솟아나는 천왕샘의 물맛이 제법일진대 가뭄으로 인해 말라버린데다가 꽁꽁 얼어붙어 그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가파른 바위투성이 길을 오르는데 천왕봉의 바람을 피해서 적당한 자리를 잡고 여기저기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4시간을 걸은 끝에 오후 1시 20분 천왕봉에 올랐다. 한 겨울의 천왕봉은 너무나 순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말간 햇살에 쌓인 눈 다 녹이고 청청한 기운을 가득 쌓아 두고 있다. 사방으로 터진 시원한 조망에 어찌할 줄을 모른다.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과 중봉에서 써리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도 활기찬 얼굴을 하고 있다. 발 아래 고요를 묻고 있는 칠선계곡의 길다란 몸체가 제법 눈길을 당기고 있다. 제석봉을 지나 연하봉, 촛대봉, 칠선봉, 덕평봉을 지난 벽소령에서 몸을 낮추었다가 다시 명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마냥 걷고 싶은 충동을 금하지 못하게 한다.

 

 

 

천왕봉. 뒤로 지리산의 주능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노고단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평평한 곳에서 점심을 먹는데 너무나 따뜻하다. 한겨울에 이렇게 호사(豪奢)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장터목으로 간다. 통천문을 지나 제석봉을 걷는데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뺨을 간질이는 상큼한 바람과 쥐어 짜면 푸른 물이 줄줄 흐를 것 같은 하늘빛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왕봉과 동부능선이 가슴을 파고든다. 금단의 구역인 동부능선을 걷고 싶은 욕구를 참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장터목에서 14시 40분에 중산리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가파른 눈길을 내려서는데 산희샘은 이미 말라버렸고, 100여 미터 아래 계곡에서 임시로 취수(取水)를 하고 있다. 유암폭포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길은 간간이 얼음이 덮고 있기도 했고, 응달인지라 눈이 녹지 않고 다져져서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미끄러웠다.

15시 15분 유암폭포에 도착하였다. 직벽을 이루고 있는 유암폭포는 꽁꽁 얼어붙어 있어 황량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한 여름에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폭포이지만 얼어붙은 모습은 아무런 위엄도 없이 그저 냉담(冷淡)할 뿐이었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압권이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내려서는 길은 참으로 지루하였다. 별로 특징도 없는 길을 1시간 넘게 걸어 칼바위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조선의 장군이 한 칼에 베어버렸다는 칼바위는 이제 전설도 갖지 못하고 처량하게 서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전설의 내용을 적어 넣은 안내판을 세워 놓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칼바위라는 표지만 있을 뿐이다. 국립공원이 아닌 곳이었다면 관리하는 지자체에서 앞을 다투어 안내판을 세워 놓았을 것인데, 국립공원 지역은 그런 내용은 모두 거두어 버렸다. 세워져 있는 것은 오직 규제와 통제를 위한 경고판뿐이다. 세상이 각박해지는데 산길마저도 무조건 막아버리는 느낌이 들어 야속하기만 하다.

산길을 빠져나온 중산리 탐방지원센터는 왼쪽으로 순두류로 올라가는 시멘트 길만이 덩그럽게 이어지고 있을 뿐 황량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대형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되돌아보니 천왕봉이 빙긋이 웃고 있다.

 

 

 

얼어붙은 유암폭포

 

대형주차장에 오니 산행에 나선 55명 중 약 30명 정도가 도착하여 있고, 산악회 임원들이 돼지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따뜻한 국에 찬밥을 한 덩이 말아서 먹고 나니 기분이 나른하다. 같이 간 부부는 뒷풀이를 다 마치고 출발할 때까지 오지 않아서 탐방지원센터까지 올라가서 차에 태우고 6시에 전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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