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斷想)

독한 가을

힘날세상 2018. 11. 7. 15:14








                                                                                          - 김명식 가을을 지나다72cm×72cm Oil on canvas

 

 

  

 



 

독한 가을

 

 

가을을 따라 걷는다.

산자락을 따라 짙어가는 가을로 들어간다.

 

쉽게 올라서지 못할 만큼 솟아올라 사람들을 와락 끌어안는 산

안쪽으로 이어지는 마음

산등성이 꽃 한 송이 노랗게 피우는데

빙그레 웃음 웃는 산

이미 무르익은 화려한 춤사위를 펼칠 때면

가을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손바닥만한 밭뙈기

가득한 포근포근한 인정(人情)

한 그루 나무로 수도승처럼 서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날까.

태곳적 어둠 하얗게 밝힌

봇끝에서

짙은 가래 쿨럭이는 늙은 화가

가슴앓이 사이로

무덕무덕 돋아나는

눅진눅진한 시간들

삶의 무상함에 무너져가는 나

 

굳건하게 잡아줄 새 떼들의 함성

독한 가을을 따라 걷는다.


2018.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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