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식 『가을을 지나다』 72cm×72cm Oil on canvas
독한 가을
가을을 따라 걷는다.
산자락을 따라 짙어가는 가을로 들어간다.
쉽게 올라서지 못할 만큼 솟아올라 사람들을 와락 끌어안는 산
안쪽으로 이어지는 마음
산등성이 꽃 한 송이 노랗게 피우는데
빙그레 웃음 웃는 산
이미 무르익은 화려한 춤사위를 펼칠 때면
가을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손바닥만한 밭뙈기
가득한 포근포근한 인정(人情)
한 그루 나무로 수도승처럼 서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날까.
태곳적 어둠 하얗게 밝힌
봇끝에서
짙은 가래 쿨럭이는 늙은 화가
가슴앓이 사이로
무덕무덕 돋아나는
눅진눅진한 시간들
삶의 무상함에 무너져가는 나
굳건하게 잡아줄 새 떼들의 함성
독한 가을을 따라 걷는다.
2018.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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