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3 차 장성 백암산 산행기
1. 일자 : 2017년 11월 4일 토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남창계곡 주차장(08:40) - 몽계폭포(09:15) - 능선사거리(10:17) - 백암산 상왕봉(741m 10:32 - 10:37) - 순창새재(11:20) - 불바래기(11:45) - 장성새재(12:00) - 남창계곡 주차장(12:55)
4. 시간 : 4시간 15분
5. 지도
6. 산행수첩
* 남창계곡 주차장은 주차료 5,000원을 받는다.
* 오늘 산행 코스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산행에 어려움은 없다.
* 늦가을이나 한 여름에 걸으면 좋은 코스라고 생각한다.
7. 산길을 걸으며
몇 년 전에 품어보았던
불바래기의 가을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해
서둘러
남창계곡 주차장으로 향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도 있다.
산자락을 타고 내리는 햇살과 몸을 섞은 바람이
한 차례 시위를 한다.
내장산으로 넘어간다는 부부 산객이 길을 물어
세새히 알려두리고
그분들은 장성새재 갈림길로
우리는 몽계폭포 오른 길로 걸음을 나눈다.
이미 숲 속 깊은 곳까지 점령해버린
가을의 춤사위에
떨어지는 햇살이 아름답다.
몽계폭포.
떨어지는 폭포수는
그 한적함을 깨뜨리지 못하고
가을의 품으로 부끄러운 듯 안기고 만다.
깊은 가을을 따라
부드러운 산길을 따라
능선 사거리에 오르는데
거세게 휘들러대는
가을 바람의 무서운 손짓
도망치듯 상왕봉으로 오른다.
사방의 조망을 즐기기에는
거센 바람을 맞서지 못하는 마음에
백학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버리고
순창새재로 걸음을 돌린다.
순창새재.
교실 한 칸 정도의 오지랖을 펼치고 있는
순창새재에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줄기만 떼로 몰려 다니고
가을 하늘이 내려 놓은 적막만 가득하다.
불바래기로 내려서는 길에서
문득문득 피어오르는 어린 시절의 그리움.
산에 들면
자꾸만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일까.
오두막 위로
하늘이 파랗다.
불바래기.
예전에 마을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자기 혼자서 삶의 시간들을 잇고 있다는
할아버지.
낭만인지
여유로움인지
조금 담아보려는 우리들을 마구 몰아낸다.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새때들을 부르고 있는 감나무의 이야기도,
손바닥만한 밭뙈기에 내려 앉는 햇살의 부드러움 속살도
느껴볼 재간도 없이
할아버지의 성화에 걸음을 돌린다.
그곳에 있어야만 그곳의 정취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미 내 눈으로 담아버린 불바래기의 가을이기에
산을 나서는 내내
불바래기의 가을 이야기를 가지런히 추려내어
시간의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는다.
남창계곡 주차장
주차비 5,000원을 지불한다.
주차장을 나와서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내려올 때 보니까 길가에 주차한 차량이 많았다. 주차비가 많아서 일까.
이곳에서 길을 묻는 부부 산객에세 자세하게 길을 알려드린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기도원 정문 앞에 이정표가 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이곳에서 우리는 몽계폭포 방향으로 간다. 하산길의 부담을 덜기 위해 몽계폭포 방향으로 먼저 오르는 것이다.
몽계폭포로 오르는 길은 이미 가을이 무너지고 있었다.
몽계폭포 갈림길.
커다란 바위에 누군가 몽계폭포의 이름표를 달아 놓았다.
너무나 힘이 없는 몽계폭포
폭포 주변 바위벽
이렇게 커다란 바위 옆을 지나
걷고 걷다가
아름다운 단풍에 빠지기도 하는데
몽계폭포를 지나면서 산길은 납작 엎드려 버린다. 부드럼게 이어지는 산길은
이렇게 햇살을 끌어 안기도 하고
아주 얕은 계류를 불러들이기도 하면서 이어진다.
숲을 파고들어오는 햇살은
작은 고갯마루에서 힘찬 인사를 건넨다.
햇살이 이끄는 산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우리가 걷는 시간을 색칠해보기도 하고
우리가 걸어온 산모퉁이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우리가 걸어야 할 산자락을 그려보기도 하다가
문득
또 하나의 '나'를 만난다.
이제는 좀 힘이 빠진 '나'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몸부림을 치며 살아온 '나'가 안쓰럽기도 해서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이제는
너그럽고 느릿하게 살아가기로 약속한다.
갑자기 납작 엎드렸던 몸을 일으킨 산길은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고
다리를 조금 두두리게 한 후에야
우리는
자신의 등성이에 올라서게 한다.
그리고 잔뜩 몰아다 놓은 바람을 한꺼번에 내밀어 놓는다.
건너편 사자봉에 다녀올 생각도 못하고
탐방로 안내판 한 번 힐끗 보고는
백암산 정상 상왕봉에 오른다.
파란 햇살과 함께 정상석이 외롭게 보이지만
기실은 무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옷깃을 여며야 했고
걸음을 동동거리게 했던 바람에
배낭으로 등을 가리고
장갑 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정상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탐욕을 벗어 놓고
욕심을 내려 놓고
바람처럼
햇살처럼
살아야 한다고
오늘 백암산은 힘주어 말한다.
정상 한 걸음 아래에서 순창새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북사면을 타고 오르는 바람에
걸음도 더디고
살갗의 느낌도 무뎌져 갈 무렵
한 겨울에 무릎까지 빠지던 눈길을 헤치던 걸음이 떠오르고
어이없게도
눈이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텅 비어버린 순창새재.
호남정맥을 종주하면서
내려섰던 기억을 솟구쳐 보고
'방로 없음'이라는 팻말로 가로막힌 정맥길을 그려본다.
이유가 있어서 길을 막았겠지만
물길을 건너야 하는 길은 허용을 하고
산등성이를 타고 걷는 길은 막아놓았으니
호남정맥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법을 어긴자가 된다.
입암(산정동) 방향으로 내려사는 길은
낙엽 이불을 두껍게 덮고 누워 버린 탓에
희미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걸음을 못 이을 정도는 아니다.
아직 남아 있는 단풍을 지나면서
다시 길은 뚜렷해지고
하늘을 향해 새때들을 위한 만찬을 마련하고 있는 불바래기의 감나무를 보면서
외딴집의 정취에 빠져보는데
걸음을 재촉하는 할아버지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서고 만다.
이 비닐하우스 좌측에 서 있는 감나무 옆으로 하산길이 열려 있다.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단풍길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을 따르니
장성과 정음을 잇는 장성고개이다.
이 이정표 뒤로 이어지는 산길은 호남정맥에서 갈라져 온 영산기맥이다. 물론 출입하면 범법자가 된다.
장성새재에서 남창골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 입암산으로 오르는 영산기백길이 이어지건만 공단에서는 언제부인지 이길을 막아 놓았다. 예전에는 이 길을 막지 않아서 입암산 갓바위에서 입암산 정상으로 걸어 이 길로 내려와 불바래기, 순창새재, 상왕본, 몽계폭포를 잇는 산길을 걸었던 적이 있다.
이곳이 월은치라고 말해주고 있는 안내판
월은치 이후에는 수렛길 같은 넓은 길을 따라 장성새재 갈림길로 간다.
장성새재 갈림길.
이곳에서 우측은 입암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좌측이 남창게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남창계곡으로 내려서는 길
화장실 부근의 햇살이 참 곱다
남경성 기도원에는 전에 못보던 건물이 들어 섰다.
남경성 기도원 정문
좌측길이 등산로이다.
2017년 11월 4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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