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외도 보타니아
2016. 06. 11
거제 계룡산에서 내려와
해금강 유람산 선착장으로 간다.
오후 5시 배를 예약했으나
4시 배로 바꾸고
농익은 오후의 햇살을 안고
외도 보타니아로 들어선다.
해금강 우뚝 솟은 바위기둥을 안고
그리움에 허덕이는 남해 바다를 애무하다가
미끄러지는 뱃길
갈매기 끼룩끼룩 울어
다림질한 듯한 수면을 펼치고
약간의 이방인스러움을 안고
외도에 들어선다.
황량했던
버려졌던 섬, 외도는
화려한 옷을 입고
꽃으로 피어나고
진초록의 향기를 풍겨내고
통랑한 햇살을 흩뿌리면서
속살을 홀라당
드러낸다.
매표소 뒷편
앞으로 유람선 선착장이 이곳으로 옮겨 올거라고 한다.
이곳에서 배 시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유람산 선착장에서 본 거제 해금강
해금강 호텔
이곳의 조망이 좋았다.
외도
향나무의 진기한 모습에 일단 감탄하고
야자수 아래에서 산죽을 다듬고 있는 사람들
외도는 이분들의 땀으로 이루어졌다
외도를 외도로 만들어 놓은 분들의 저택
외도의 중심구역
몇 시간이고 앉아 있고 싶었다. 그러나 1시간 30분만에 우리는 외도를 떠나야 한다.
나뭇잎에 내려 앉는 햇살이 뇌쇄적이었다.
작은 교회당과 십자가상
이 햇살을 가져오고 싶었다.
나뭇잎에서 놀고 있는 오후의 햇살은 정말 좋았다.
어린 시절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볏잎에서 뒹글던 가을 오후의 햇살이 자꾸만 밀려 들었다.
어느 때든지 어린 시작은 울컥한 그리움을 한 바구니씩 쏟아낸다.
외도에는 햇살이 있고
바람이 있고
물이 있었다.
그리고
은은한 연보랏빛 노래가 있었다.
카페에 젖어든 적막
그렇게 외도를 나온다.
그러나 몸이 나온다고
마음까지 아노는 것은 아니다.
외도는
작은 교회당과 함께
마음 속에 담겨져 버렸다.
바람의 언덕은
이국적 이미지를 잔뜩 휘날리지만
자꾸만
건너편 산자락으로 눈이 향하는 것은 무언인가.
납작하게 엎드린 작은 새 한마리가
태평양을 거슬러온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곳이
바람의 언덕이라던가.
그렇다면
땅거미가 슬슬 기어나오는
늦은 오후의
바람의 언덕은
차라리 외로움인가
센티멘탈이라고 하던가
낯선 객창감이 짓눌러 온다.
한 겨울쯤
혼자 서서
칼바람에 찔려나 볼까.
바람의 언덕은
오늘
순하디 순한 작은 새 한 마리였다.
영화의 주인공이
등이라도 기대고 서서
떠나버린 연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초록등대는
물씬 외로움을 한 모금 토해내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가.
바다는 말이 없고
바람은 이미 실종되었고
등대 하나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도장포 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
도장포 선착장의 화장실
이 앞에 그 유명한 핫도그집이 있었다는데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내려놓고
다대오클랜항으로 가버렸다.
찾아 주시면
뜨겁게 껴안아 주겠다고
파수꾼 하나 세워놓았다.
바람의 언덕에는 주차장이 없다. 따라서 이곳 도장포 선착장에 주차하고
화장실 옆으로 올라가면 된다. 온 김에 유람선도 한 번 타면 좋을까.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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