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제 12코스 삼화실 - 대축마을(16.9km)

힘날세상 2015. 10. 8. 14:42

제 12코스 삼화실 - 대축마을(16.9km)

1. 일자 : 2015년 10월 4일 일요일

2. 동행 : 산정 산우회 7명

3. 코스 : 삼화실(10:00) - 버디재(10:35) -  서당마을(11:15) -  우계 저수지 (11:30) - 신촌마을(12:15) - 숲고운터 농장(12:40 - 13:50 점심식사) - 신촌재(14:25) - 먹점마을(14:50) - 문암송(16:20) - 대축마을회관(16:30)

4. 시간 : 6시간 30분

5. 지도

 

 

 

 

 

6. 둘레길 수첩

* 출발지점인 삼화실에코하우스 앞에는 약간의 주차공간이 있다.

* 서당마을에서 신촌마을까지는 2차선 포장도로이고 그 이후에는 시멘트 길이 먹점마을까지 이어진다.

* 중간에 식사나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신촌재 직전 숲고운터 농장에서 팬션을 짓고 있다고 하였다.

* 차량회수는 악양택시(055 - 883 - 3009  010 - 3830 - 5100)를 이용하면 된다. 대축마을회관에서 삼화실까지 미터 요금으로 23,000원이다.

 

 

 

7. 둘레길을 걸으며

 

10월!

햇살이 말갛게 내려 앉는

바람까지 더하는 날

지리산 곁에 선다.

마을을 따라 이어지기도 하고

강을 따라 굽어지기도 하고

산을 따라 허리를 곧추 세우기도 하지만

발걸음 멈추는 곳마다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넉넉하고

인심이 살아 있는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영감님 드리려고 준비해 두었던 소주를 꺼내 주시는 할머니

주름진 손등 위에

우리가 올려 드리는 것은

잿빛 도시에서 돌고 도는

지폐 한 장

그것은 제대로 된 보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밤껍질을 까고 계시는 곁에 앉아

서울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드리다가

지나간 아픈 세월에 마음아파하기도 하고

할머니 꼬부라진 웃음에

손뼉을 치며 웃어드리기도 한다.

귀농하여 신촌마을 꼭대기로 들어온지 6년

2만평의 농장

숲고운터를 가꾸어가는 부부와

길바닥 깔고 앉아

싸기지고 간 점심을 나눠 먹으며

세상 이야기

귀촌 이야기

자식 이야기

섞어 가면서 한 잔 술까지 나눠 마시고

다시 놀러 오라고

다시 올러 오겠다고

손 흔들어

돌아서는 길

둘레길은 그렇게 이어지는데

신촌재 내려서다가

토란 한 움큼 캐어 주시는

서울에서 내려오셨다는 아주머니

그 후덕함

문암송

천연기념물 491호

세월을 이겨낸 거대한 소나무 앞에서

노인이라는 말이 제일 싫다시던

78세 할아버지

농익은 이야기를 듣다가

수 십만 평

바알갛게 열매를 매어 달아 놓은 감나무 사이로

파아랗게 파고드는 하늘

기어이 익은 감 몇 개 손에 들려주시며

손 흔들어 주시던 78세의 젊은이(?)

내내 건강하시라고

저 푸른 문암송처럼

젊음을 구가하시라고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돌아서는 발길

둘레길은

사람고 사람 사이로 이어지고 있었다.

 

 

삼화실 에코 하우스 앞 공터에 주차를 하고 준비를 한다.

 

삼화실 에코하우스

폐교를 활용하여 둘레길 안내센터와 숙박을 겸하고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집 뒤에 주차를 하였다.

 

시멘트 길로 이어지는 둘레길이지만 어느덧 익숙해진 풍경이다.

 

어느덧 길은 숲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버디재

 

힘겹다고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숲으로 들어서 걷는 길

산으로만 올라다니던 걸음이기에

이렇게 산을 넘어가는 길만이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람이 있고

그만큼의 나뭇그늘이 있고

숲 속으로 가득 담긴

투명한 힘

산에서 힘을 얻는다는 말을

골프를 즐기는 친구는 이해하지 못한다.

산길이 어떻게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상처입은 마음을 다독여 주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산길에서 느끼는  지극한 즐거움을

산밖 사람들은 알지 못화는 것이다.

 

 

숲길을 돌아돌아

작은 고갯길을 넘어가는 것은

삶의 굽이를 돌아가는 일이다.

힘들어도

은근한 즐거움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거둬들인 것이 있다는 것

우리가 보내는 세월도 그렇다.

땀흘리며

허리 굽혀 힘들어하지만

배불리 먹는 자식들이 있고

환하게 웃는 가족들의 얼굴이 있기에

우리는

세상을 향해 맞서지 않는가

 

 

잘 가꾸어 놓은 묘지를 지나다가

삶의 의미를 생각한다.

돌아서면

이렇게 땅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인데

우리는

욕심을 부리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짓밟고

나의 쾌락을 위해

이웃을 울게한다.

어느 순간

이렇게 묘지 하나로 남을 것인데

무엇이 그렇게 우리를 탐욕의 화신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일까.

그것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기 때문이라는 것을 떠올린 까닭이다.

정말 필요해서 하는 일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일의 차이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시간을 보기 위해서 시계가 필요하다면

시계 위에 박힌 보석은 남의 가슴에 꼽는 날카로운 비수일 따름이다.

탐욕은

놓아야 한다.

보여주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레길은

그런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다.

 

서당마을

 

이곳 서당 마을회관 앞에서 하동음까지 이어지는 7.08km의 또하나의 둘레길이 이어진다.

 

 

 

 

서당 마을

황금빛 햇살이 가득한 시간을 지난다.

가을은 황금빛 햇살을 만들고

황금빛 햇살은

넉넉함을 만든다.

영글어가는 곡식 앞에 서면

무엇인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것은

인지상정일까

자연의 섭리일까

소주 한 병을 내어주시던 마을 할머니의 마음이나

잠깐이나미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싶었던 지나가는 둘레꾼들의 마음이나

사람이기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잿빛 도시의 복잡하고 어수선한 경쟁의 마당에서는

깊이깊이 묻혀 있었던

우리들의 본연의 마음은

둘레길을 걸으면서

슬며시 돋아나는 것이다. 

 

 

우계 저수지를 지난다.

산밖에서는

가뭄에 애가 타지만

지리산 너른 품이 내어준

맑은 물이 가득하다.

 

우계 저수지 둑에서 바라본 서당마을 모습

지금 이 자리에서

이러한 풍경 속에 젖어 있을 때

어느 누가

사악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까

남의 것에 욕심을 부릴 수 있을까

아름답다

멋있다

풍요롭다

이런 말들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각박함으로 가득한 마음을

조금씩조금씩 닦아내고 있지 않을까.

 

 

 

괴목 마을을 지나며 바라본 구재봉

 

지리산 둘레길은

마을을 따라 이어진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마을 사람들의 삶을 따라 이어진다.

 

신촌마을

2차선 도로는 신촌마을까지만 이어진다.

 

신촌마을 입구에 있는 안내판

 

신촌마을에서 바라본 구재봉

 

가을이 익어 가고 있다.

봄부터 땀흘려 심은 벼

가을되면 풍성함으로 답하겠다는 기약을 잊지 않고

탐스럽게 계절을 담아내었다.

저 한톨의 벼에서

자식들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고

농부들의 마음도 풍성해진다.

수확의 기쁨

어디 농부들뿐이랴

땀흘린 사람들이라면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신촌마을

남향받이로 앉은 마을은

평화가 넘쳐나고 있었다.

 

아직도 튼실한 열매를 달고 있는

길가에서 당당히

길손들을 영접하고 있는 옥수수가

던지는 메타포는 무엇일까.

 

 

신촌재로 올라가는

굽은 길을 따르다가

문득 아름다움을 만났다.

인공적이지만

인공적이 아닌 듯

아직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자연은

매정하고 차가운

인간들에게

늘 넉넉한 마음을 가지라고

몸으로 가르친다.

 

신촌재로 올라서기 직전

숲고운터 농장 앞

길바닥 그늘에 앉아

농장을 가꾸어 가고 있는

하동 매실 연구회 회장님 부부까지

같이 앉아 점심을 먹는다.

집에 있는 밥과 반찬까지 들고 나오신

두 분.

6년전 대기업도 버리고

교단도 버리고

지리산의 품에 안겼단다.

2만평의 농장을 손으로 일궈내고

자연과 더불어 산다고 한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농장

숲고운터를 꿈꾸며

서울에서

교단에 서 있는 딸을 생각하며

자신들의 여유로운 삶을 위하여 

오늘도

하루 해를 디자인한단다.

 

세월이 흘러

농장이 가다듬어질 때 쯤

두 분이 그려내려고 했던

그림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기에

두 분이 흘린 땀만큼

마음이 윤택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숲고운터에서 짓고 있는 별채

친지들이 찾아올 때 숙소로 사용하려는 의도인데

지나가는 분들이 묵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정경이

상한 영혼

아픈 마음을 싸매 주기에 딱 좋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힐링이 아닐까.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다는

청정계류를 안고

여유로움과

다소곳한 화평

어쩌면 무념무상의 시간들을 이어가시기를 바란다

 

 

건축중인 별채에서 본 숲고운터 농장.

밤나무 그늘에 앉아

즐겁고 화기애애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신촌재로 오르면서 돌아본 우계 저수지.

오른쪽 높이 보이는 산은 하동 금오산이다.

 

신촌재

구재봉으로 오르는 산길이 열려 있다.

 

신촌재의 이정표

 

 

색깔과 무늬가 아름다운 나무

 

신촌재에서 먹점마을로 내려가는 길

 

흔들바위.

조금만 힘을 가해도 떨어질 것 같았다.

 

먹점마을

이곳에 먹점골 가든이 있다고 했는데 찾지 못했다.

 

아름다운 소나무

부부송이라고 이름을 지어 줬는데

어느쪽이 아내일까

남편일까

 

백운산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

.

아무래도 모양이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나중에 섬진강을 내려다 볼 때까지는

 저것이 형제봉인 줄 알았다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

노랗게 벼가 익은 논 뒤에서 이어지는 산자락이

형제본 능선이고

산 아래 마을에 한산사가 있다.

 

지나가는 길손을 불러 세우고

토란을 캐어 주시는

서울에서 내려오셨다는 아주머니

시골에 내려와 살다보니

서울에서 가지고 있던

각박함

경쟁심

오만함 같은 것들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며

시골살이의 즐거움을 늘어 놓는다.

 

 

형제봉

이 들녘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었다.

산 아래 보이는 마을에

최참판댁이 있다.

 

둘레길을 걷다가

 많은 마을을 지나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마을의 크기는

마을 앞에 있는 논밭의 크기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마을 앞에 있는 논밭에서 수확한

곡식으로 먹고 살만큼만 모여 사는 것이다.

조금 전에 지나온

신촌마을도

 먹점마을도

꼭 그 만큼의 크기이다.

그러나

저 악양의 들녘을 보라.

많은 마을을 품을만큼 넉넉하지 않은가.

  

 

이제 대축마을로 내려선다.

 

마을 어디엔가 들꽃 민박이 있는 모양이다.

 

문암송 앞에 세워 놓은 문암정

 

천연기념물 491호인 문암송

수형이 참 아름답다

 

 

 

 

신발만 벗는다면

문암정에는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대축마을의 대봉감나무들

할아버지 한 분이

감을 몇 개 건네 주셨다.

노인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이라며

78세지만

아직은 젊음이 있다고

아직은 힘이 있다던

할아버지

늘 건강하게 사시고

젊음을 이어가시기를 바란다.

 

대축마을회관.

악양택시를 불러

삼화실에 있는 차를 가지러 가고

남은 일행들은

대축마을을 즐긴다.

 

 

대축 마을회관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각표

 

 

2015. 10. 4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