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일 폼페이 - 소렌토 - 나폴리(2015년 1월 16일 금)
폼페이 - 소렌토 - 카프리섬 - 나폴리
이른 아침
폼페이로 가는 길은
한국의 아침 시골을 달리는 느낌이다.
길은 자꾸만 짙은 안개를 뿜어
폼페이로 향하는 나의 시선을 가로 막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싫다.
나는 멀리 보고 싶다.
유럽의 하늘을 보고 싶고
이탈리아 시골을 들이마시고 싶다.
격렬하게 몸부림쳐보지만
안개는
더욱 두터워지는 안개는
나의 의식을 돌려
내 마음 속으로 밀어 넣는다.
언제나 내가 품고 있는 한줄기의 상념이 있다.
밤을 세워 달리는 장거리 버스
낯선 사람들 틈에 홀로 남고 싶은,
그래서 그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
긴장감인가
낯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대감인가
낯설음의 미학을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그 낯섦 안에
베수비오 화산에 짓눌려 버린 폼페이가 있었다.
시간마져 갇혀 버린
환락의 도시 폼페이는
하늘빛을 받아 누워있는주검들 위에서
햇살마저 사치스런 내음을 풍겨내는
집안에 화장실이 있었고
상수도 시설까지 갖추었다는
포장도로로 멀쩡하게 남아 있는
폼페이는
오늘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26만평이나 되는 도시를 짓누르고 있던
5 - 6 미터 두께의 화산재는
어떤 사실을 간직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대로 당시의 모습 그대로
숨어버리고 싶었던 폼페이를
사람들은 가만두지 않았다.
파내고
들춰내고
심지어 춘화(春畵)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유곽(游廓)까지 드러내어
당시대 사람들의 육욕(肉慾)을 낱낱이 욕보이고 있었다.
하늘을 향한 제단을 쌓고
모든 도로를 포장하고
인도와 차도를 구별하고
상하수도를 설치하고
공중 목욕탕까지 만들어 놓고
빵집과 포장마차까지 운영하면서
대형 극장과 유곽을 만들어 휘청거렸던
폼페이 사람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화산이 폭발하던 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찾아
부등켜 안고 죽어갔던 그런 남자가 있었을까.
비행기에서 보았던
폼페이 최후의 날 영상이
지금 이 폼페이에서 생생하게 오버랩이 되고 있다.
베수비오 화산이 빤히 바라다 보이는
폼페이의 중심 드넓은 광장에서
나는 알지 못할 전율감(戰慄感)에 떨고 있었다.
소렌토 해안 절벽에서
느긋이 내려다 보는 지중해는
비단결처럼 잔잔했고
푸르디 푸른 바다 너머로
세계 최고의 미항이라는 나폴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서 찬사를 터트리지만
나는 남해도의 설흘산에서 내려다 본 남해가 자꾸 그려졌다.
미조 포구의 아름다움이나
안면도 영목항의 고즈넉하고 여유로움을 내세우고 싶었다.
카프리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맞은 바람.
120유로씩이나 지불하고 들어선 카프리는
1인용 리프트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바라본
카프리 섬과 바다의 조망은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어둠 속에서 발을 디딘
세계의 미항 나폴리를
가이드는 소매치기와 강도들이 날뛰는 슬럼가로만 몰아부친다.
마피아의 영향력이 강해
도로가 좁고 더럽고
교통질서도 문란한 불법의 도시
나폴리.
문득 맥주가 한 잔 마시고 싶었다.
폼페이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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