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6 차 지리산 산행기
1. 일자 : 2013년 6월 8일 토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백무동 주차장(07:20) - 하동바위(08:18) - 참샘(08:40) - 소지봉(09:15) - 장터목(10:25 -10:33) - 통천문(11:10) -
천왕봉(11:25 - 11:45) - 장터목(12:25 - 13:00) - 촛대봉(14:10 - 14:20) - 세석대피소(14:27) - 한신폭포(15:03) -
오층폭포(16:00) - 가내소폭포(16:15) - 백무동주차장(17:00)
4. 시간 : 9시간 40분
5. 지도
6.산길을 걸으며
이른 아침
백무동은 고요를 첩첩이 쌓고 있다.
펜션거리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설 즈음에
야영장에서 이른 잠을 깬 노인 한 분이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하루를 열고 있는데
8년만에 오르는 백무동길
추억인지
망각인지 모를
멍한 마음을 이어
짙은 녹음으로 어울러진 숲을 걷는다.
무엇이
지리산의 이야기인가
무엇이
산을 오르는 마음인가
아무도 오르는 이가 없어서 여유로운
산길을 따라
아침을 걷는다.
근원이 깊은 그리움을 따라
지리산을 품는다.
소지봉을 지나며
길은 마음을 열고 넓죽 엎드린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길을 걷다가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망바위를 만난다.
세월을 내려놓고
세속의 굴절된 시간도 벗어놓고
온새미로 지리산을 끌어 안는다.
장터목에 섰다.
예전의 장터목 산장은 발전실로 전락하고
그자리에 호텔 같은 위용으로 새로운 산장이 우뚝 서 있다.
장터목은
80년대의 낭만은 남아 있지 않다.
제석단의 샘가에서
텐트를 치고 달밤을 즐기던
지리산의 지난날은
이제 호화롭게 서 있는 건물과 함께
뒷모습만 남기고 말았다.
제석봉을 어루만져본다.
어디선가 달려왔는지
청아한 바람이 살갗을 부비대고
고사목 아래에서
푸른 풀밭은
바람에 간지럼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세월이 흘러가는 제석봉에는
그만큼의 고사목이 사라져가고
사시사철
바람이 살고 있다.
천왕을 보고 걷다가
하늘로 통하고 나서야
하늘의 기둥(天柱)
지리의 정수리를 품는다.
누가 천왕봉에 오르는가.
누가 지리산의 꼭대기에 서는가.
천왕봉은
그 이맛돌을 숱한 사람들에 붙잡힌 채
거센 바람을 불러다가
한바탕 울음을 운다.
하늘을 받치고 서서
인간세상과 하늘 세상을 이어보려던
천왕봉은
이 무수한 발걸음에
눈을 흘기고 있다.
돌아선다.
천왕봉만이 지리산이 아닌 까닭에
몸을 돌려
반야의 이야기를 듣는다.
저 거대한 산등성이를
구름이라도 타고 넘을라치면
새벽녘에 반야의 이야기를 들을라치면
지리산의 넉넉함을 보게 될 것을.
지리산의 그 너른 품을
깨우치게 될 것을.
다시 걸음을 걸어
천왕봉에 등을 내민다.
반야를 향하여 흘러가는 산등성이를 따라
연하선경의 초여름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 또한
천왕봉에 선 호사에 뒤지지 않을 일이다.
저 아름다운 산길에
들꽃이라도 한아름 얼굴을 들어올릴 때
지리산은
다시 한 번 그 넉넉한 품을 들어 내리라.
이제 지리산은
아무 때나 들어서지도 못하는
금줄이 둘려쳐지고 있다.
우리의 무자비한 발걸음으로 인한 형벌일까.
우리 스스로 채운 족쇄일까.
산은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서는 것이 될 수 있을까.
한신계곡으로 내려선다.
커다란 목소리로
하찮은 인간들 앞에서
지리산의 거대함을 자꾸만 들어내는
한신계곡의 맑고 또 맑은 물소리는
산을 나서는 발걸음을 다독이고
또 다독이건만
산을 나서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치졸한 걸음을 걸을 뿐이다.
2013.06.08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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