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제 215 차 가지산 - 운문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2. 11. 26. 23:11

제 215 차 가지산 - 운문산 산행기

1. 일자 :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석남터널(08:20) - 석남고개(08:57) - 가지산(1,240m  10:00 30분 휴식) - 아랫재(11:30 점심 1시

             간) - 운문산(1,118m 13:38) - 상운암(14:03) - 정구지 바위(14:46) - 석골사(15:20) - 원당마을회관

             (15:40)

4. 시간 :  7시간 20분

5. 지도

 

6. 산행수첩

    가지산 - 운문산 산행을 생각하면서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차량회수 문제였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석남터널 휴게소의 한 식당에 부탁하면 25,000원에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제 재약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다가 주차장에서 만난 버스 기사가 건네준 석남사행 버스 시간표를 보니 7시 5분차가 첫차이다. 밀성여객에 전화해 보니 하산 지점인 석골사 입구 원서리를 지나 석남사로 간다고 한다. 어젯밤에 묵은 모텔에서 새벽부터 서둘러서 원서리 원당 마을회관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기다려 승차하고 나서 기사님에게 석남 터널에서 내려달라고 하니 석남터널로 가지 않고 새로 뚫은 터널을 통과하여 석남사로 간다고 한다. 일단 얼음골에서 원서리 정류장 부근 컨테이너에서 보았던 얼음골 택시 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태워다 준다고 한다. 얼음골에서 잠시 후에 도착한 택시를 타고 석남터널로 간다. 택시 기사가 바로 원서리에 살고 있다고 한다. 택시비 2만원, 택시 번호 010 - 3886 - 8989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산행에 어려움은 없다.

 

 

7. 산길을 걸으며

 

가지산을 오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산을 오르고 난 후

기록하는 산행기는 나를 위한 것인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인가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를 참고하여

산행을 하면서

무엇인가 2% 부족한 정보에

아쉬워하는 일이 많다.

택시를 탔을 때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산행 지도를 마음대로 복사할 수 있도록 풀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산으로 들어서는 들머리를 조금만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 어떨까.

 

하여 난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산행기를 기록한다.

때로는 산행 시작부터 끝까지 산길의 상태나 분위기 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른 사람이 내가 쓴 산행기를 참고하여 산행에 나설 때

꼭 필요한 정보는 세세히 기록하고

나머지는 산길을 걸으며 느낀 감정을

주관적으로 기록한다.

산행기는 내가 보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분의 산행기를 읽을 때

어느 봉우리를 내려가면 커다란 바위가 있고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급경사를 30분 정도 올라가면 

멋있는 소나무가 있다는 식의

서사적인 기록도 좋지만

산행을 하면서 기록자가 느낀 감정을 공유해 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가지산 꼭대기에서

신선을 생각한다.

어제 올랐던 재약산

그 너머 간월재와 신불산을 지그시 잡아 당기며

어이없게도 신선을 생각한다.

하늘나라에서 경전을 읽다가 한 글자만 잘못 읽어도

인간 세계로 쫓겨나게 된다는 신선,

그를 우리는 적선(謫仙)이라 부르던가.

 

산꼭대기에 서면

우리는 모두 적선이 아닐까

흰 수염 날리며 바둑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발 아래 펼쳐진 세속의 세상을 내려다 보며

내가 바로 그 세속의 중심에서 아귀다툼하는 존재라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그 순간은 잠깐이라도 신선이 아닐까.

 

이제는 근육에 힘을 붙이는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오르지는 않는다.

화요일 정도만 되면

머릿속에 어느 산으로 들어설 것인가를 궁글리면서

이 산 저 산

마음으로 걸어 보는데

그것이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희열이고

의식의 심층부에서 나오는 갈망이고 보면

육신을 위한 산행은 아니라고 본다.

 

골짜기를 따라 걷기보다는

산등성이를 밟아가는 걸음이 더 좋고

나뭇가지 무성한 숲길보다는

황량하게 말라버린 억새 풀밭을 걷는 시간이 더 비옥하게 느껴지는 것은

산에 들어서는 마음이 제각각인 사람들과 오르는 산길보다는

호젓하게 두 셋이서 도란도란 걷는 산행이 더 좋은 것은

어쩌면 편견일까.

 

한 발자국 느리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억새가 한창인 때 사자평이며 천황재를 걷기보다는

억새가 몸을 낮추고

햇빛마져 받아내질 못할 비틀어진 모습으로

가을과 겨울의 틈바구니에서

메마른 바람 줄기에 흔들리는 때

한 달 전의 화려한 군무를 내 마음으로 그려보는 일이

더 좋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등성이는

화려하게 단장했던 잎파리들을 다 떨구고

삐퉅빼툴 늘어선

나무들이

부지런히 겨울을 잡아 당기고 있었다.

가혹하게 몰아닥칠 겨울의 혹정(酷政)을 부등켜 안고

흘린 눈물을 닦아가며

담록의 싹을 다져야 하기에

겨울 나무들은

벌거벗은 채로 등성이에서

바람을 맞는다.

그래서 나는 소나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이

지조 높은 선비의 자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의 흐름을 자신의 몸으로 그려내는

활엽수가 나는 늘 좋다.

살다보면 잘못도 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새로운 것을 깨우치기도 하고

핏빛으로 물들인 잎사귀를 내세우며

내가 제일이라고 허세를 부리는 홍단풍마냥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마음을 흔들어 놓아

불편하게도 하다가

한바탕 불어오는 날카로운 바람에 붉은 잎 다 빼앗기고나면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하는 나무처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기도 하는

그런 삶이 맛이 있지 않을까.

 

선생님들은

규칙을 잘 지키기고 모범생이었던 학생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말썽부리고 애태우던

좀 밉상으로 보여

늘 가슴에 품고, 걱정하고, 관심을 두었던 학생들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아무런 굴곡이 없이 엮어진다면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가지산을 지나 운문산으로 가다가

조망이 좋은 바위에서

울산에서 오셨다는 산객을 만나

이야기 하던 중

눈 앞에 있는 작은 봉우리가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말을 들었다.

온몸이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1,000미터급 산봉우리가 7개가 늘어서 있다는 영남알프스에서

그것도 영알의 최고봉이라는 가지산 바로 아래에 엎드려 있는 작은 봉우리가

당당하게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는 백운산과 같은 삶을 살아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뛰어나고 두드러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은가.

운문산에서 바라본 가지산의 당당한 위용을 보면서도

자꾸만 그 작고 작은 백운산이 마음에 가득한 것은  

당분간 산길을 걸으면서

백운산을 마음에 넣어 두어야 할 것 같다.

 

산은

삶의 방향을 가리켜 준다.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래서

산길을 걷는 일은 육신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살아가는 일이다.

그런 까닭에

산을 걸으면서

또 다른 산행을 생각하게 된다.

 

 

                                                                   백운산을 한동안 마음에 넣어 두어야 할 힘날세상

 

 

 

 하산 지점인 원서리 마을 회관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기다린다.

 

 얼음골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석남터널 입구(밀양쪽)

 

 터널 입구에 차 몇 대를 주차할 공간이 있다.

 

 석남 터널 울산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 이 택시는 원서리가 차고지이다.

 

 석남고개

 

 석남고개에 있는 간이 매점

 

 위 매점의 판매 목록

 

 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가지산 전위봉에서 본 울산 방향. 울산 분에게서 문수산(좌)과 남한산(우)이라고 들었다.

 

 어제처럼 하늘빛이 참 좋았다.

 

 가지산 전위봉에서 본 재약산(좌)과 천황산(우)

 

 가지산에서 석남사로 내려서는 능선

 

 가지산으로 오르는 길

 

 가지산에서 돌아본 전위봉

 

 가지산 정상

 

 가지산에서 본 재약산과 천황산. 바로 앞의 바위 봉우리는 백운산. 울산 산객에게 들었는데 이 작은 산이 자신의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당당하게 이름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지산 정상. 헬기장 뒤 능선이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가지산 정상. 뒤에 있는 봉우리는 운문산이다.

 

 가지산 정상. 하늘빛 만큼이나 기분이 좋았다.

 

 가지산에서 쌀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석남사로 내려설 수 있다.

 

 가지산 정상. 영남알프스 최고봉으로 조망이 정말 최고였다.

 

 가지산 정상에 있는 간이매점.

 

간이매점 내부. 부부가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연중무휴로 운영을 한다고 한다.

 

주 메뉴는 라면과 어묵, 막걸리 등이다.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운문산으로 가다가 돌아다본 가지산.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본 신불산.

 

 가지산을 돌아보며

 

 산등성이에는 떠나는 가을의 발길을 붙잡는 가녀린 햇살이 남아 있었다. 그 가녀린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다.

 

 천황산 전망대. 오늘 산길을 걷는 내내 최고의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운문산으로 가는 능선에서 본 영남알프스. 앞이 재약산 - 천황산 능선, 뒤가 간월산 - 신불산 능선이다.

 

 좀 당겨본 울산의 문수산과 남한산(울산분에게서 들었는데 남안산인가 나만산인가 확실하지 않다)

 

 아랫재의 감시 초소

 

 산길에서 서릿발을 여러 차례 보았다.

 

 운문산으로 오르는 길. 이 황량한 길을 걷고 싶었다. 왜 이런 분위기가 좋아지는 걸까.

 

 얼음골.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울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산을 넘어가는 길이 표충사로 가는 길이다.

 

 운문산으로 오르는 계단. 이걸 오르면 정상이다.

 

오늘은 산객들이 많아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석골사로 하산길에 본 상운암

 

 돌탑군

 

 정구지 바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하산길에는 고요가 가득 쌓여 있었다.

 

석골사에서 억산으로 오르는 길.

 

 

 석골사

 

 석골사 앞의 거대한 폭포

 

석골사 입구의 산장.

 

 

                                                 가지산 - 운문산의 산길을 담아두고 싶은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