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차 재약산 - 천황산 산행기
1. 일자 : 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주차장(09:40) - 표충사( 09:55) - 흑룡폭포(10:37) - 층층폭포(11:20 휴식 15분) - 임도(11:43) - 재약산(1,108
m 12:42 점심 40분) - 천황재(13:50) - 천황산(1,189m 14:20) - 천황재(14:55) - 내원암(15:45) - 표충사(15:55)
- 주차장(16:10)
4. 시간 : 6시간 30분
5. 지도
6. 산행수첩
표충사 직전 상가지대에 넓은 무료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고,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천황재에는 털보산장이라는 간이 음식점이 있다.
7. 산길을 걸으며
가을을 보내고 싶었다.
기어이 등을 돌리고 돌아선 가을을 향해
무엇인가 손을 흔들어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황량하게 사그라들어가는 길을 걸어
한 해를 갈무리 하려는 마음이 더 깊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약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사자평은
눈이 시릴 것처럼 짙푸른 하늘이
곱게 내려앉고 있었다.
이미 산을 내려가버린 가을의 빈 자리를
영남 알프스 산등성이를 온새미로 덮어버린 하늘은
두터운 그리움으로 희미한 가을의 뒷꽁무니를 붙들고 있었다.
다 말라 비틀어진 억새풀 잎에
내려 앉는 햇살을 끌어 담아 두는데
천황산을 넘어
간월산으로 신불산으로 휑하니 달려가는
지난 어느날의 시간이 불쑥 마음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느닷없이 소중하게 꺼내보게된 지난 시간의 한 토막은
머나먼 재약산까지 한 달음에 달려온데 대한
보상이었던가.
표충사 부처님의 자비를 품어 온 청량한 바람따라
천황재 억새숲으로 내려선다.
산으로 들어설 때마다
걷는 발걸음마다
늘 허전한 마음이 묻어나는 것은
돌아서는 가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허전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가.
이것은 치졸한 감성일까.
근원을 알지 못하는 그리움의 실체일까.
호남정맥 팔공산을 올라 천상데미로 걷다가 만난
봄날의 말간 햇살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두께를 더하며
내가 걷는 산길에서 어느 때든 어느 시간이든
필설로 다하지 못할 그리움을 더하고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간월재에서 끌어안은 가을 달빛은
눈 덮인 산자락을 따라
선명한 그리움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발걸음마다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나의 눈에
보고픔이 좀더 가득 담기는 것
홀로 산길을 걸어
그리움을 키워 가고 있는 전주의 상불재님이
그려낸 그리움의 실체이다.
그렇다.
건너편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억새풀밭을 따라
걸었던 발걸음의 느낌을 살리며
보고픔을 좀 더 가득 담기 위해
오늘
영남 알프스 재약산 등성이를 따라 천황산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천황재에서
표충사로 내려서다가
누렇게 빛을 잃어가고 있는 억새풀잎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햇살을 본다.
이제 가을을 놓아주어야 할 것이다.
더 화려한 옷차림을 위한
잠시 동안의 이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산을 나선다.
산길을 걸어 흥건히 젖은
가을과 가을이 담아준 그리움을 안고
또 다른 산행을 위하여
산을 나선다.
표충사. 여기까지 차를 타고 오려면 주차비 2,000원, 입장료 3,000원을 내야 한다.
표충사 뒤로 보이는 재약산
제법 규모가 큰 표충사
층층폭포로 오르는 길. 이런 길을 걷는 일은 그리움을 켜켜이 쌓아 가는 일이다.
흑룡폭포. 어느 지도에는 흥룡폭포라고 되어 있기도 해서 헷갈린다. 수량이 많은 한 여름에는 대단한 위용을 보일 것 같았다.
이름 없는 폭포. 처음엔 이것이 층층폭포인 줄 알았다.
이것이 바로 층층폭포이다. 이렇게 높은 위치에 거대한 폭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재약산 오름길. 눈 앞에 보이는 재약산은 한 시간을 걷고서야 품을 내주었다.
재약산을 오르다가 돌아본 사자평. 억새밭은 대부분 잡목이 덮어 버렸다.
저기가 재약산 정상이건만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았다.
재약산을 오르다가 본 간월재. 왼쪽은 간월산, 오른쪽은 신불산이다. 간월재에서 밤을 새워 끌어안은 가을 달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재약산 자락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가을을 보았다.
재약산 정상은 바위로 되어 있다.
재약산에 올랐다. 건너편 간월재에서 간절한 그리움으로 바라봤던 재약산에 올랐다. 그러나 왜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재약산에서 바라본 천황산. 가운데가 천황재이다.
갈림길마다 이런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천황산으로 오르다가 돌아본 천황재와 재약산. 나무 데크 옆이 간이 음식점인 털보 산장이다. 사진 오른쪽으로 표충사로 내려서는 길이 열려 있다.
다시 돌아본 천황재와 재약산
거대한 암봉을 올라야 천황산이다.
천황산 정상. 누군가 세워 놓은 돌탑이 있다. 정말 하늘이 푸르렀다.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
하늘은 저렇게 청정무구 ( 淸淨無垢 ) 를 드리우고 있건만
- 이희승, '벽공(碧空)'
내일 오르게 되는 가지산(우)과 운문산(좌).
천황산에서 본 샘물상회 방향
천황산 정상의 돌탑. 멀리 간월산과 신불산이 보인다.
최고의 조망을 보여준 천황산. 어떤이는 재약산 사자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황재에서 남아 있는 가을 햇살. 몇 날이고 걷고 싶은 길이다.
표충사에서 10분 거리인 내원암
표충사 부도전. 이 뒤로 사자평으로 오르는 또 다른 길이 이어진다.
표충사 대광전
표충사에서 주차장으로 가다가 본 매바위
밀양의 영남루. 진주의 촉석루, 남원의 광한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불린다. 애석하게도 5시가 넘어 들어갈 수 없었다.
숱한삶의 이야기를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 고요와 적막 그 자체였다.
영남루를 끌어 안고 흐르는 밀양강. 사랑하는 사람과 두손을 꼭 잡고 걷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하는 영남루
영남루 옆에 있는 밀양아리랑 비. 옆에 천년 고찰인 무봉사라는 절이 있다.
작곡가 박시춘 선생이 살았다는 고가를 재현해 놓았다.
밀양 IC 근처에 있는 백촌 청국장의 해물 청국장. 인터넷에 많이 소개된 집인데 반찬이 짜지 않고 정말 맛이 있었다.
주인이 서각을 하는 분인데 곳곳마다 걸어 놓았다.
백촌청국장 계산대 위에 걸어 놓은 서각 작품
재약산 - 천황산에 흠뻑 바졌던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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