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 종주기

3구간 신광치 - 강정골재 산행기

힘날세상 2010. 10. 28. 13:39

금남호남정맥 3구간 신광치 - 강정골재

 

 

1. 산행일시 : 2007년 5월 5일(토요일)

2. 동    행 : 아내

3. 날    씨 : 맑음

4. 산행거리 : 16.78Km 도상거리14.8Km 

5. 산행시간 : 8시간 05분(휴식 및 간식 40분 포함)

             중리(07:10) - 신광치(07:50) - 924봉(08:10) - 성수산(08:49) - 1,008봉(09:30) -  911봉(09:44) - 775봉(10:00) - 709.8봉(10:24) - 신천강씨묘(10:39) - 옥산동고개 (11:02 점심 30분) - 밀고개(11:45) - 가름내고개(12:08) - 30번 국도(12:53) - 숫마이봉(13:40) - 은수사(13:48) - 탑사( 14:00) - 봉두봉(14:24) - 548봉(14:31) - 안부(14:39) - 532봉(14:46) - 강정골재(15:55)

 

 6. 산행 지도



 

 7. 특기사항

    * 신광치 접근로 -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와룡휴양림으로 들어가다가 중리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시멘트길을 따라 약 10여미터 오르면 승용차 3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 걸어서 신광치까지 약 35분 정도 소요.

    * 가름내 고개 - 1차선 포장도로인데 날머리에서 왼쪽으로 10여 미터 가면 시멘트 옹벽 너머로 들머리가 있다. 누군가 옹벽을 올라가기 좋게 돌을 가져다가 받침을 놓아두었다.

    * 30번 국도 - 날머리에서 오른쪽으로 10여 미터 가면 낮은 절벽이 있는 곳이 들머리이다.

    * 은수사 - 은수사 마이산신제라는 제단 옆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은수사 마당에 서 있는 청실배나무 옆에 우물이 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원래 정맥길이지만 암마이봉을 오른 길을 막아 놓아서 탑사로 내려와야 한다. 탑사로 가는 길은 법당 뜰을 가로질러 왼쪽을 내려서면 되는데 불과 5분 만에 탑사에 이른다.

    * 탑사 - 탑사를 지나 왼쪽으로 나오면 상가가 있고, 넓은 광장이 있는데 광장이 끝나고 길이 시작되는 곳 우측으로 들머리가 있다. 입구에 ‘광대봉’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후에는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광대봉’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 548봉(제2쉼터) 아래 안부 - 이곳에 아래 사진과 같은 이정표가 서 있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뚜렷한 길이 나 있다. 왼쪽 ‘광대봉’쪽으로 가는 길은 평평한 길이고, 오른쪽 ‘북부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직진하는 정맥길은 묘지가 있는 쪽으로 오르막길이다. 이후부터는 강정골재까지 길이 뚜렷하다.

    * 승용차 회수 - 강정골재에서 진안터미널까지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걸린다. 진안에서 천천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한다.(30분 간격에 1,400원 약 15분 소요) 천천에서 중리까지는 시간이 맞으면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5시 50분 버스 있음. 요금은 1,000원) 진안택시 011-655-1095     택시비 8,000원. 진안에서 중리 20,000원 천천개인택시 011-672-7856, 011-653-0556

 

  가름내고개 - 누군가 발디딤돌을 놓아 둔 곳으로 정맥길이 이어진다. 


 

    * 30번 국도. 사진 오른쪽의 절개지로 올라가야한다.

  


  *  548봉 아래 안부 이정표. 정맥길은 이정표 뒤에 있는 묘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8. 산행기

    아침에 서둘렀지만 6시를 넘기고 집에서 출발하였다. 전주에서 화심, 진안, 천천을 거쳐 신광치 입구인 중리마을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니 7시다. 채비를 하고 7시 10분에 신광치로 향한 비포장 도로를 거슬러 올라간다. 숲속에서 만나는 아침이 퍽이나 상큼하다. 새소리가 여리디여리지만 거세게 흘러가는 개울물 소리를 밀어내고 귓가를 맴돌아 온다.

신광치 전경. 정맥이 고랭지 채소밭으로 변해버렸다. 중리에서 오르는 길은 차가 서 있는 왼쪽으로 이어진다.


  7시 45분 신광치에 도착하였다. 누군가 차를 주차해 놓았다. 중리에서 이곳까지 택시로 오르려면 10,000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넓게 펼쳐진 고랭지 채소밭을 느긋이 바라보다가 오늘의 들머리로 들어선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햇살은 이미 그 끝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몇 걸음 올라 되돌아 보니 신광치의 전경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924봉을 내려서며 본 초원지대. 휘영청 달이 밝은 날 야영하면 참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8시 10분 924봉을 올랐다. 조망이 좋지 않아 그냥 통과한다. 봉우리를 내려서자마자 성수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넓은 초원지대가 있고 가운데 헬기장이 있다. 생각 같아서는 몇 시간이고 주저앉아서 내려다보고 싶은 풍광이다. 아내가 앞서간다. 뒤따라가 보니 밭이다.

  8시 17분  헬기장에 섰다. 남쪽으로 지리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밟아온 장안산, 팔공산, 삿갓봉,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정맥이 힘을 주며 솟아 있다. 벌써 이렇게 많이 왔다며 아내가 환호성을 지른다. 지나온 곳을 뒤돌아보는 것은 늘 필요하다. 자신이 이루어낸 결과를 발판으로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에 힘을 얹어갈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8시 49분 헬기장 뒤로 이어지는 봉우리를 오르고도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지나니 전북 산사랑회에서 세운 표지판이 서 있는 성수산(1,059.2m) 정상이다. 남쪽으로 조망이 참 좋다. 지리산의 능선뿐만 아니라 덕유산의 능선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성수산에서 본 정맥. 맨 뒤 가운데가 팔공산이고, 한가운데 뾰족한 것이 삿갓봉, 오른쪽이 시루봉이다. 왼쪽 앞이 924봉이다.


성수산을 출발하자마자 삼거리가 나온다. 정맥은 왼쪽길이다. 소나무가 늘어서 있는 능선을 조금 내려서니 헬기장이다. 길은 계속해서 내려서더니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봉우리를 옆으로 돌아서다가 다시 오른다.

9시 30분 아무런 표식도 없는 1,008 봉에 섰다. 왼쪽으로 백운면으로 내려가는 뚜렷한 길이 있는 삼거리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다. 급경사로 이어지던 길이 분위기를 바꿔 산죽들을 늘어 놓는다.

9시 44분 요즈음 호남정맥을 마치고 금남정맥을 타고 있는 전주 제일산악회 표지기가 달려 있는 911봉을 통과한다. 몇 개의 표지기만 달려 있을 뿐, 역시 아무런 표식이 없다. 오른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특별한 특징이 없는 능선을 계속 내려더니 오르막길이다.

10시 775봉을 지나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따라 간다. 괴상한 모습으로 마주 서는 소나무를 지나간다. 나무들은 참 다양한 모습이로구나 하다가 오늘 산행의 감상의 초점을 나무에 맞추기로 한다.

10시 24분 709.8 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은 널찍한 헬기장이다. 삼각점도 박혀 있다. 걸음을 멈추고 조망을 하면서 쉬고 싶었으나 앞장 선 아내는 그냥 내달린다. 산행에 나설 때마다 나는 아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 뒤에서 그저 따라간다. 암봉에 주저 앉아 조망도 해보고, 다양한 모습으로 늘어 서 있는 나무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나뭇가지를 헤집고 다가서는 바람자락에 온몸을 맡겨보기도 하면서 느긋한 산행을 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의 발걸음으로 산행을 한다.




 

 ▲ 709.8봉. 정상은 헬기장이나 조망은 신통지 않다. 성수산을 지난 이후 별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산길이 이어진다.


10시 39분  신천 강씨 묘에 도착할 때까지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만나는 나무에 눈길을 주며 걷는다. 자연 발걸음이 느려지고 아내와 거리가 멀어진다. 발 아래 옥산동 고개가 낮으막하게 업드려 있다. 가림리 옥산동과 반월리 외기마을 사람들이 넘나들며 정을 나누는 통로이다.

11시 02분 인삼밭이 조성되어 있는 옥산동 고개를 지난다.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불과 몇 걸음 올라가니 봉우리 아닌 봉우리다.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점심이래야 현미찹쌀떡과 오렌지가 전부다. 언제부턴가 산에 들어설 때마다 점심으로 떡을 가지고 다닌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스럽기도 하고, 김밥에 대한 불안감도 씻어버리고 여러 가지로 좋다. 아예 떡집에서 한 말을 해가지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가지고 다닌다. 신발도 풀고 양말도 벗고 편안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그때 한 부부가 옥산동 고개에서 올라온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낯이 익다. 처음에는 육덕(六德 -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뵈었을 뿐이지만)님인 줄 알았다. 아니라고 한다. 하기야 육덕님은 호남정맥을 졸업한 지가 언제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분은 육덕님을 잘 아신다. 궁금증은 더해가는데 그 분은 먼저 가신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여 가는데 온통 그 분 생각뿐이다. 분명히 많이 뵌 얼굴이다. 20여분 진행하니 두 분이 쉬고 있다.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데 전주 제일산악회 나무깨님이시다. 제일 산악회를 따라 백두대간 산행을 할 때 만났던 분이었다. 산에서 누구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더구나 연분이 있는 분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걸음이 서로 달라 동행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먼저 출발한다.


12시 08분 1차선 포장도로인 가름내 고개에 내려섰다. 햇살만 뜨겁게 내려 쪼이고 있을 뿐 적막하다. 길을 건너 오르막을 오르는데 땀이 많이 난다. 널직한 길을 따라 오르니 이내 가족 묘지가 나타난다. 다시 오르막을 조금 올라 낮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가니 완만한 능선이다. 벌목을 하여 시야가 확 트이는데 눈 앞에서 마이산이 우뚝 솟아오른다.

마이산을 바라보며 걷는데 길에 낡은 배낭 두 개가 놓여 있다. 모양으로 보아서 등산객의 것은 아니었다. 조금 후에 고사리를 꺾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그분의 것이란다. 그러고 보니 고사리가 많다. 아내는 고사리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어느덧 손에 고사리가 가득하다.


 

벌목지대에서 본 마이산. 앞에 보이는 것이 숫마이봉.


12시 53분  마이산에 위용에 빠져서 즐겁게 걷고 있는데 이내 자동차 소리가 들리더니 진안과 마령을 잇는 30번 국도가 나타난다. 진안에서 남부주차장으로 들어갈 때 이용하는 도로이다.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약 10 여 미터 가서 절개지가 있는 곳이 들머리다. 리본이 많이 붙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검은 비닐을 씌워 놓은 밭을 가로 질러 이내 숲으로 들어선다. 밋밋하게 오르막이 이어진다. 숲을 헤치고 들어오는 바람이 좋아 소나무 등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아내는 새로 산 등산화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물이 잡혔다고 호소한다. 3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산 잠발란이 말썽을 부린다.

13시 40분  다시 출발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묘가 나오고 숫마이봉이 코 앞에 솟아 있다. 땀을 흘리며 몇 분 더 걸으니 커다란 돌과 시멘트를 섞어 놓은 콘크리이트 같은 숫마이봉이 여기저기 패여나간 험상궂은 모습으로 마주선다. 멀리서 보면 매끄러울 것 같았던 바위봉우리가 이런 모습이었다니.. 나중에 물어보니 퇴적암이란다.

13시 48분  숫마이산을 오른쪽에 끼고 자갈길을 급하게 내려서니 은수사이다.  청실배나무 옆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한 바가지 퍼 마시고 수통에 물을 채운 다음, 탑사로 내려선다. 원래 정맥은 암마이봉을 왼쪽으로 끼고 넘어가지만, 암마이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까닭이다.


 

탑사. 이갑용 처사가 쌓았다는 신비의 돌탑으로 유명하다.


14시  울긋불긋 연등이 매달려 있는 탑사에 도착하였다. 어린이날이라서 그런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상가(商街)를 지나 광장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암마이봉을 끼고 봉두봉으로 오른다.

14시 24분 봉두봉이다. 정상 표지석이 서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니 548봉(제2쉼터)이다.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광대봉이 제법 볼만하다. 이 구간은 덕천교에서 광대봉을 거쳐 여러 차례 산행을 해본 터라 퍽이나 정겹게 느껴진다.


14시 39분  광대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을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광대봉과 북부주차장으로 갈라지는 안부에 도착하였다. 정맥은 묘가 있는 쪽으로 직진하여야 한다. 탑사에서 이곳까지는 광대봉 이정표만 보고 오르면 되지만, 여기에서는 광대봉 쪽을 버리고 직진해야 한다. 밋밋한 오르막을 오르니 커다란 바위가 나오는데, 바위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가니 전망이 좋은 암봉이다.

14시 46분  암봉에서의 조망은 가히 장관이다. 비룡대, 고금당을 지나 광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푸르름에 싸여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금남정맥의 주봉인 운장산에 아스라이 마루금을 그리고 있다.

 바람은 산들거리고 몸은 노곤하여 털썩 주저앉아 옷을 풀어 헤친다.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바람의 끝이 서늘하다. 벌써 계절이 이렇게 변했나보다.


 

 

광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오른쪽이 비룡대, 중앙의 하얀 지붕이 보이는 곳이 고금당, 왼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광대봉이다.


  다시 길을 잇기 위해 일어서는데 암마이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마이산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신비롭다. 조선 태종이 산신제를 올렸다는 마이산은 독특한 그 모양새와 탑사의 신비로운 돌탑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마이산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광대봉으로 먼저 올라야 한다. 광대봉에서 보는 마이산은 어느 계절이나 아름답다. 덕천교에 주차를 하고 탑사로 하산한 다음 마령 택시를 부르면 8,000원이면 덕천교로 되돌아갈 수 있다.



 암마이봉. 바위 봉우리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신비롭다.


  이제 강정골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걷는다. 산행의 끄트머리라서 그런지 발걸음도 느려지고, 처음부터 지루하게 이어지는 흙길을 걷는 것도 식상해졌다. 몇 군데 갈림길이 있었으나 정맥길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진행에 별 문제는 없다.

15시 55분  지루함이 견디기 어려울 즈음해서 왕복 4차선 도로가 지나가는 강정골재에 내려선다. 길 건너편으로 다음 들머리에 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도로를 따라 진안읍으로 걸어간다. 로터리 부근에 있는 수삼센터에서 수삼 한 채를 사고 오른편으로 개천을 끼고 10여분 걸어 16시 20 분에 진안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천천까지 가는 직행은 16시 35분에 있었다. 게시된 시간표에는 16시 55분이었는데 창구에 물으니 35분이라고 한다. 천천까지 가는 버스는 시내버스도 있고, 직행버스도 있는데 꼭 직행버스를 타야한다. 직행은 불과 15분이면 천천까지 갈 수 있는데 시내버스는 훨씬 더 걸리기기 때문이다. 표를 사고(요금 1,400원) 터미널에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첫 골목에 있는 제일순대국밥집으로 갔다. 예부터 아주 유명한 집이기 때문이다. 국밥 한 그릇(3,500원) 시켜서 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먹었지 정말 맛이 없었다.

  16시 55분 버스를 타고 천천에 내리니 17시 10분이다. 정류장에 택시 2 대가 기다리고 있었으나 장류장에서 와룡리로 가는 시내버스 시간을 보니 17시 50분이다. 기다릴 수가 없어서 택시비를 물으니 8,000원이란다. 중리교에서 내리면서 신광치까지 올라가는데 얼마냐니까 만원은 주어야 한다고 한다.




9. 나무들 비탈에 서다.



 

 

은수사를 지켜온 청실배나무

 

 

 


1. 그리움


나무는 

늘상

비탈에 선다.


땅속을 울어

겨울을 지나고

온몸으로 울어

떠다니는 눈발을 끌어안아

쪽으로 물들이고

잇으로 옷 입혀서

메마른 가지 끝에서 터뜨린

함성.


비탈진 산자락을 따라

사람 사는 품이 그리워

농익은 사랑이 그리워

못견딘 발걸음

골짝을 건너기도 전에

담록(淡綠)의 아이를 낳아버리고.


누가

나무를 안았는가.

누가

나무의 옷을 벗겼는가.


나무는

늘상

비탈에 서 그리워해야 하는가




 

2. 무욕(無慾)


세월을 뒤틀어

바람 자락 휘감아

내려선 곳

바위 틈서리에서

속으로 울음을 다독이는데

온 세상을 감싸오는 찬사(讚辭)

나무는

한 번도

울지 않는다.

한 번도 웃지 않는다.

나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나무다.


잎을 드리워

그늘을 만들고

줄기를 뻗어

새들을 부른다.

세파(世波)에 짓눌린 나그네

하찮은 하소연을 떨구고

느닷없이 끼어든

바람줄기 떼

빗줄기를 세우고 흔들어 올 때

빈 손들고 둥지로 돌아오는

어미새 눈물을 씻어

나무는

아무렇지도 않게

비탈로 내려선다.

비탈에서

나무는 산다.




 



3. 울음



서리가 내릴 무렵

나무는

한 번의 울음을 운다.

가득히 품어

사랑을 이야기하던

잎사귀들

저마다의 시간으로 돌아서면

폐부를 찔러오는

울음.

허탈한 웃음.

가지 끝에서 파란 하늘로 피어나도

눈발 덮인 세월을 따라

 햇살은 짓이겨지는데

가다가

휘어잡는 억센 손아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4. 세속으로



새 떼

한 무리 날아가고

적막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나무는

절벽으로만 선다.


겨우 디딤발 내려놓고도

기름진 골짜기에 서지 않았음을

후회하지 않는다.

어쩌다 마주친

산객(山客)의 가느다란 노랫가락에 매달려

속세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세상을 

내려다본다.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