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구간 강정골재 - 조약봉 산행기
1. 산행 일자 : 2007년 5월 26일(토) 날씨 맑음
2. 동 행 : 아내
3. 산행 거리 : 16.97km (도상거리 14.7km)
4. 산행 시간 : 강정골재(07:22) - 정자(07:31) - 농로(07:34) - 묘 2기(08:01) - 벌목지대(08:07) - 부귀산0.8km 이정표(08:55) - 부귀산 정상 0.28km 이정표(09:05) - 부귀산 정상(09:13, 휴식15분) - 바위전망대(09:34) - 질마재(11:54) - 600봉(12:16, 점심 10분) - 가정고개(12:32) - 480 너덜봉(12: 45) - 26번 국도(13:08) - 580봉(13:30) - 622봉(13:55) - 627 바위봉(14:04) - 641봉(15:03) - 조약봉 전위봉(15:25) - 세봉임도기념비(15:32) - 조약봉 분기점(15:38) 총 8시간 16분
5. 특기사항
1) 모래재 휴게소에서 강정골재 이동
대중교통 이용시 전주 전동성당을 06시 10분에 통과하는 872번 시내버스를 타면 모래재 휴게소에 6시 40분 전후에 도착한다. 모래재에서 들머리인 강정골재까지는 모래재에서 07시에 출발하는 진안군내버스(무진장여객)를 이용하면 된다. 모래재 휴게소에서 16시 30분 경에 출발하는 버스 기사에게 확인한 내용(첫차 07시, 막차 18시 30 분. 요금 1600원. 첫차는 약 30분 소요)
택시를 이용해야 할 경우에는 모래재 휴게소 사장님이 택시기사이므로 휴게소에 문의하면 된다.
016-559-2985 요금 10,000원 진안개인택시 011 - 655 - 1095(택시에 써 있는 번호를 적은 것임)
2) 강정골재 들머리
* 26번 도로 고개 정상에 있는 모텔 입구에 리번이 붙어 있는 곳.
* 강정골재가든 옆 도로를 따라 올라가 마이산 종합수련원 마당을 지나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비석이 서 있는 절개지
* 마이산 종합 수련원 정문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 농로를 따라 30여 미터 진행하여 만나는 삼거리 (위 두 곳에서 진입하는 경우 결국은 마이산 종합 수련원을 한 바퀴 돌아 이 농로 삼거리로 오게 되어 있음.
3) 부귀산 정상에서 식사나 휴식을 해야 될 경우 불과 5분만 더 진행하면 최고의 바위 전망대가 있음. 이 구간에서 만나는 유일한 전망대임.
4) 26번 도로는 절개지 좌측으로 내려서 "위험 겨울철 결빙구간"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는 곳으로 내려서게 되고 길 건너편에 있는 묘지 뒤로 정맥길이 이어진다.
5) 조약봉 분기점에서 모래재 휴게소로 하산하는 길은 세봉 임도 개통기념비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와도 되고 조약봉 분기점에서 호남정맥을 따라 10여분 내려오다가 모래재 터널에서 바로 내려설 수도 있다. 역으로 모래재에서 조약봉 분기점으로 올라서야 하는 경우 여름철에는 모래재 휴게소 건너편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묘지 한 가운데로 난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 세봉임도개통기념비에서 왼쪽으로 오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겨울이라면 모래공원 사무실 뒤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도로를 따라 모래재 터널 위로 이어지는 정맥길까지 치고 올라 조약봉으로 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6. 산행지도
7. 산행기
오늘은 금남호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이다. 서둘렀지만 6시를 넘기고서야 출발하였다. 들머리가 집에서 가깝기 때문인지 게으름이 피어난다. 모래재 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고 지나는 차를 향해 손길을 보내보지만 그냥 내달린다. 포기하고 인터넷에서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지금 모래재 휴게소에 차가 있다는 것이다.
강정골재까지 만원만 달라고 한다. 차를 타고 막 출발하려는데 진안행 시내버스가 온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7시 첫차이다. 다시 내릴 수도 없고 안개가 짙게 깔린 도로를 달려 20여분 만에 강정골재에 도착하였다. 기사가 특별히 배려한다고 진안읍 입구의 로터리를 돌아 강정골재 가든 옆 길로 올라가 마이산 종합학습관 정문에 내려준다.
마이산 종합학습관 정문.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 마당을 지나 건물을 왼쪽에 끼고 돌면 아래 사진의 들머리가 보인다. 절개지를 올라서자 마자 사각의 정자가 나타나는데 그 뒤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면 커다란 원형 정자가 나오고 다시 그 뒤로 내려서면 농로를 만난다.그런데 그 농로는 위 사진 왼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 30여미터 가면 만나게 된다.
07시 22분 학습관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산행을 시작한다.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서 숲속의 느낌이 신비롭다. 절개지를 올라서자마자 사각의 정자가 나온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읽은 정자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자를 지나 희미한 길을 따라 안개속을 더듬어 나간다.
07시 31분 제법 규모가 큰 정자를 만났다. 왜 이런 곳에 이런 정자를 세웠는지 모르겠다. 정자 뒤로 돌아가니 내리막길이다. 길가에 찔레가 활짝 피어있다.
정자에서 내리막을 따라 내려서니 이런 시멘트길 삼거리를 만난다. 사진의 왼쪽길을 보니 바로 학습관 정문이다. 강정골재 가든에서 시작한다면 학습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올라와서 이 삼거리에서 밭가장자리(아내가 서 있는 바로 앞)를 따라 진행해도 될 것 같았다. 죽어도 마루금을 따라야 한다고 고집하면 강종골재 고개 정상에서 진안쪽으로 약간 내려가면 서 있는 모텔 입구에서 올라야 할 것이다.
이슬이 맺혀 있는 거미줄. 발걸음을 붙잡는 이슬로 인해 바짓가랭이가 다 젖었다.
농로 삼거리에서 올라서자마자 만나는 가족묘. 정맥은 묘지 뒤쪽으로 이어진다.
벌목지대를 지나며 되돌아본 마이산. 초여름 신록이 우거질 때나 가을 단풍이 한창 물들어갈 때 광대봉에서 바라보는 마이산은 가히 환상적이다. 덕천교에 주차하고 마이산 탑사로 내려서 남부주차장에서 마령택시를 이용하면(8천원) 쉽게 차를 회수할 수 있다.
다시 벌목지대를 지난다. 맨 뒤 봉우리는 부귀산 정상이다. 봉우리 끝이 바위 전망대이다. 벌목지대 사면을 지나가는데 남아 있는 리기다 소나무의 모습이 이국적 정서를 생각하게 해준다. 숲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이 벌써 따갑다.
08시 55분 부귀산 정상 0.8KM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오른쪽으로는 철조망을 두르고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걸려있다. 장뇌삼 재배단지인 모양이다. 자주공원이나 천주교입구를 가리키고 있는 안내판은 지금까지 밟아온 길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어디가 자주공원이고 천주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밋밋한 오르막을 따라 오르는데 삼거리가 나타난다. 어느쪽으로 오르더라도 부귀산정상으로 오른다. 오른쪽 길은 돌아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르면 위 사진의 이정표를 만나고 왼쪽길로 돌아 오르면 이내 부귀산 정상에 도착한다.
부귀산 정상은 나무로 둘러 싸여 아무것도 조망할 수 없다. 그래도 다리쉼도 할 겸 간식을 먹으며 15분이 넘게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불과 5분여 지난 즈음에 크게 후회하였다. 기가 막힌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가야할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였다. 너럭바위도 있어 5-6명이 둘러 앉아 쉬기에는 그만이었다. 아침에 벌목지대를 지날 때 아득히 보이던 부귀산 정상의 절벽이었던 것이다. 밧줄에 매달려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한다.
11시 55분에 질마재를 지난다. 아무런 표식이 없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양쪽으로 희미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있을 뿐 한낮의 정적만이 숲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을 보듬고 가라앉아 있었다.
12시 16분 600미터 봉에 도착하였다. 백곰님이 달아높은 안내판이 다른 표지기들과 함께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가 우리를 맞이해 준다.
선답자들의 시그널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분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붙인다고 성토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떼어냈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외로운 산행길을 줄여가고 있는 산객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어준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분명한 길이지만 아무런 시그널이 붙어 있지 않은 길과 간간이 시그널이 달려 있는 길에서 받는 느낌은 분명히 달랐다. 다만 재질을 비닐보다는 헝겊으로 사용하면 좋을 듯하였다.
600 미터 봉을 지나 15분 만에 만난 가정고개. 역시 아무런 표지도 없었지만 지도를 보니 가정마을과 오룡동을 이어주는 가정고개이다.
13시 07분 26번 국도에 내려섰다. 아침에 택시를 타고 지나온 길이다. 위 사진의 절개지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으로 내려선다. 차량이 통행하지 않는 틈을 이용하여 재빨리 길을 건넌다. 건너몊 묘지 뒤에 있는 숲으로 정맥길은 이어진다. 길을 건너 묘지를 지나는데 햇볕이 그야말로 불볕이다. 한낮의 열기까지 더해져 정말 괴로웠다. 재빨리 숲 속으로 들어선다. 역시 천국이다.
오른쪽으로 농로가 발걸음을 따라 이어진다. 작은 개울도 흐른다. 넓게 트인 골짝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자랑할 만큼 시원하다.
13시 33분 580봉을 지난다. 앞으로는 622봉이 우뚝 솟아 있다. 땀께나 흘려야 할 것 같다. 뒤돌아보니 부귀산이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의 앞봉우리는 600 미터 봉이고 뒷봉우리는 부귀산이다.
622봉을 오르는 길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앞에서 오르고 있는 아내는 가볍게 올라서는데 나는 무척 힘이 든다. 오늘 정맥 산행 구간 중 가장 힘든 곳이었다. 그것도 한낮의 열기까지 품고 오르려니 죽을 맛이다.
문득 작년 여름 백두대간을 위한 지리산 종주를 하던 생각이 난다. 중산리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여 성삼재에 18시 30분에 도착하기까지 우리를 괴롭힌 것은 가파른 오르막이나 바위 투성이의 내리막길이 아니라 정면으로 파고드는 햇살이었다. 한낮에는 모든 것을 녹일 듯이 내리쬐더니 연하천을 지날 무렵부터는 얼굴로 파고드는데 견딜 수가 없었다. 모자를 눌러 쓰면 땀이 비오듯 흐르고 모자를 올려 쓰면 햇살의 공격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어가고 있는 정맥은 정말 천국이었다. 길도 부드럽고 짙게 우거진 나무숲은 두꺼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서 콧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것이 아닌가
20여분을 빡세게 올라 622봉에 올랐다. 백곰님의 안내표지가 떨어져 뒹글고 있다. 나뭇가지에 다시 붙들어 매놓았다. 중요한 봉우리마다 표지를 해 놓아 산행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산행기 덕에 후답자로서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한번도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고맙게 생각한다. 사실 정맥길은 능선을 따라 이어지기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앞서간 분들의 산행기나 시그널 덕분에 독도에 대한 어려움이 없이 진행할 수 있어서 좋다.
622봉에 이어서 넘어야 하는 바위봉인 627m 봉. 정상을 이루고 있는 바위가 자갈을 넣고 시멘트를 비벼놓은 마이산의 바위와 비슷하다. 마이산의 바위가 퇴적암이라고 하는데 여기도 그렇다.
바위봉에서 본 640봉.
15시 03분 640봉에 도착하여 20여분 동안 다리쉼을 한다. 산행을 하면서 빨리 걷지 않고, 자주 쉬지 않으며 묵묵히 걷는 스타일이다. 간식이나 점심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면 앉아서 쉬지는 않는다. 점심도 행동식이다. 떡을 해서 뜨거울 때 냉동실에 넣었다가 싸기지고 오면 짐도 가볍고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아서 좋다. 과일도 깎고 잘라서 비닐봉지에 넣어가지고 오니 남은 것은 비닐 봉지 뿐이다. 다른 일행들과 같이 산행을 할 때에는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밥을 싸가지고 가긴 하지만 우리만의 산행을 할 때에는 언제나 떡이다. 지난번 모래재 - 슬치 구간을 산행할 때에 만난 전주에 사시는 부부도 그렇다고 한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밥을 싸려고 하면 여자가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상쾌하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이 불어오는 바람에 상쾌하다. 올해 들어 가장 시원하게 맞이한 바람이다. 이럴 때 바람은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껴안아 온다. 살갗을 파고드는 느낌은 그만이다.
들판을 달리다가 비를 만나면 웃옷을 벗고 달린다. 빗줄기의 감촉을 느끼기 위함이다. 장시간 마라톤으로 인해 땀으로 젖은 몸을 어루만져주는 빗줄기의 손길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부드럽고 달콤한 촉감을.
오늘 바람이 그렇다. 그야말로 달콤한 촉감이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길이 가팔라지면서 봉우리를 오른다. '아, 이것이 조약봉이로구나.이렇게 해서 금남호남정맥도 끝이로구나. 저 봉우리에 세 정맥의 분기점을 알리는 팻말이 서있겠지'하며 힘차게 올랐다. 그러나 아니었다. 3월 1일에 모래재 - 슬치구간 산행을 위해 올랐던 조약봉이 아니었다. 정상에는 산불 감시초소가 부서진 잔해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북쪽으로 연석산을 지나 운장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이 힘차게 뻗어가고 있었다. 순간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분기점에서 갈라진 금남정맥상의 봉우리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 봉우리가 세 정맥의 분기점이 되어야 할텐데' 착각에 빠져 봉우리를 올라가지 직전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을 따라 내려오니 불과 7분도 못되어 임도가 가로막는다. 세봉임도 개통기념비이다.
15시 38분 조약봉 분기점에 섰다. 여기에 와서 보니 앞에 올랐던 봉우리는 금남호남정맥상의 봉우리였고, 금남정맥은 여기에서 갈라져 가고 있었다.
4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던 금남호남정맥 산행은 이렇게 마치게 되었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어느 날 여수 앞바다에 내려섰을 때도 이렇게 무덤덤한 느낌일까.
이제 호남정맥으로 발길을 돌린다. 어떠한 길이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느낌을 안겨 줄것인지 기대가 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을 지나가기에 평소에 눈으로만 바라보던, 동네 뒷산이라고 홀대하였던 산줄기들을 이제 밟아가야 한다.
더 힘차고 더 즐거운 발걸음으로 말이다.
7년을 이어온 마라톤의 주로(走路)보다도 산에 더 깊이 빠져버린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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