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옥녀봉 787M (전북 완주)
1. 일시 : 2009년 02월 01일(일)
2. 동행 : 아내
3. 산행코스 : 왜목치 - 597봉(호남정맥 분기봉) 왕복
4. 산행시간 : 2시간 55분 ( 13:50 - 16:45)
5. 산행지도(1/25,000)
6. 특기사항
1) 왜목치
지도상에는 신원마을까지만 도로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신원마을에서 왜목치를 넘어 장신대학교까지 2차선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있어서 접근은 아주 용이하다. 고개 정상에는 승용차 두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7. 산행기
예배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집을 나섰다. 왜목치에 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하고 13시 50분에 출발한다. 예전에 마라톤을 하던 시절 수없이 넘나들었던 고개이다. 그 고개에서 오늘은 마라톤이 아니라 산에 오른다.
430봉에서 본 고덕산
리본을 따라 오르는데 처음부터 급경사로 이어진다. 다리에 신호가 올 즈음에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섰다. 뒤돌아 보니 고덕산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오늘 산행 코스는 고경오모 능선을 따라가다가 호남정맥과 만나 옥녀봉까지 왕복하기로 한다.
고경오모는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약 60 km 정도의 산줄기를 말하는데 고덕산, 경각산, 오봉산, 모악산이 솟아 있어서 산꾼들 사이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다시 급격하게 오르막을 올라 430봉에 오르고 보니 제법 땀이 흐른다. 기온도 높아 자켓도 벗어버리고 티셔츠 차림으로 산행을 한다.
왼쪽 사면은 인공으로 쌓은 성벽처럼 10미터는 족히 넘을 직벽이 이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왼쪽을 보니 만덕산부터 슬치를 건너 경각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모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
597봉으로 가는 능선상의 바위. 이 바위 뒤는 10여 미터가 넘는 직벽이 한 동안 이어진다
호남정맥과 만나는 579봉. 꼭대기는 아주 좁고 조망도 좋지 않다. 웅덩이가 파여 있다.
호남정맥과 만나는 597봉에 걸려 있는 호남정맥 종주자들의 리본들
호남정맥과 만나는 597봉에 섰다. 왜목치에서 한 시간 30분이 걸렸다. 시간을 보니 3시 20분이다. 2007년 현충일 오후 1시 40분 경에 호남정맥 종주를 하면서 이곳을 지나갔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눈에 익은 리본도 많이 걸려 있다. 차량회수는 나중에 생각하고 불재까지 걸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마구 끓어 오른다.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아내가 아니었어도 무리한 산행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지면서 생각을 접는다.
목표했던 옥녀봉까지 다녀오기에는 남은 해가 너무 짧을 것 같았다. 배낭 속에 해드랜턴이 있기는 하지만, 작년 가을에 운암산에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고는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올랐던 길을 되짚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산행은 이미 재미를 잃은 산행이다. 외부로 향하는 눈을 돌려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걷는다.
응달진 곳에는 발목까지 덮는 낙엽더미 속에 얼음이 남아 있기도 해서 미끄럽기도 하다. 앞서 가는 아내에게 고경오모를 말해주자 언제 한 번 걸어보자고 한다. 한 번에 걷는 것은 피하고 대개 4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하는 것은 괜찮을 듯하다.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산행은 지양하고 많아도 8시간은 넘지 않는 산행을 하기로 아내와 서로 약속을 했건만, 막상 산에 들어서면 그런 생각을 다 없어지고 끝없이 걷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을 해야하는가.
우리 나라 사람들은 남이 하는 일은 절대로 꼴을 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지리산 종주를 하면 나는 당일로 종주를 해야 하고, 당일 종주를 하면 나는 왕복 종주를 해야 한다. 그것도 부족해서 90 km가 넘는 소위 태극종주를 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태극 왕복 종주를 한다. 물론 나름대로 자신의 의지가 있어서 하는 일이겠지만 한 번쯤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마라톤에서도 그렇다. 예전에는 풀코스 한 번 달리면 대단하다고 하였지만, 지금은 100 km를 달린 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소위 한반도 횡단 313 km(강화도에서 경포대까지)를 하더니,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한반도 종단을 무박으로 달리기까지 하더니, 급기야 어떤 사람은 한반도 일주 달리기(1,500km)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을 extreme sports라고 하는데 흔히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고는 하지만, 육체가 받는 고통을 생각하면 아무리 정신적으로 만족하다고 하더라고 재고해 볼 일인 것 같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산행 코스를 잡을 때 어떻게든 최대한의 거리를 걸으려고 하고, 앞에서 말했던 ‘고경오모 60km'나 ’세월의 능선 57km(대아리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운암산, 칠백이고지, 운장산, 연석산, 원등산, 위봉산, 동성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내가 붙인 이름이다)‘를 한꺼번에 걷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extreme sports는 인간의 내면에서 언제나 살아 있는 하나의 욕망인 모양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늘 부상의 위험이 따르고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extreme sports에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신체적인 핸디캡이 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되돌아오면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고덕산의 자태가 제법 도도하다. 짧은 시간을 내어 왜목치에서 고덕산으로 올라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낙엽 속에 숨어 있던 얼음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머리 속으로 extreme sports 만 생각하다가 집중력을 잃은 까닭이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산행에서는 언제나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왜목치에 도착하니 오후 4시 45분이다. 세 시간도 못되는 산행이었지만 집에서 뒹글고 있는 것보다 몸과 마음이 상쾌하다.
차를 타고 돌아오다가 바라보니 경각산이 가냘픈 미소를 던지며 남은 햇살을 끌어 안고 있었다.
430봉을 지나 만나는 바위 전망대에서
2009.02.01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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