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수리봉(1,019m) - 황정산 산행기(충북 단양)
1. 일시 : 2009년 9월 26일 (토)
2. 동행 : 아내(전주 산사모 안내 산행)
3. 산행코스 : 윗점(10:55)- 슬랩지대(11:20)-수리봉(1,019m 11:45 10분 휴식)-신선봉(12:20 점심 40분)-
삼거리(13:17)-남봉(14:00)-기차바위(14:25)-황정산(14:30)-삼거리(15:10)-영인봉(15:25)-원
통암갈림길(15:40)-원통암(16:05)-임도(16:30)-대흥사(16:45)
4. 산행시간 : 5시간 50분
5. 산행지도
6. 산행 수첩
1) 들머리
방곡리 도예촌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2km 정도 진행하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새로 난 길을 따라 약 1km 정도 올라가면 좌측으로 들머리가 있다. 지금은 임시 등산로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으나 도로가 완성되면 없어질 것이다.
2) 갈림길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방향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신선봉 지나서 만나는 갈림길에는 아무런 표지가 없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서 방향을 잡아나가면 별 어려움은 없다.
7. 산행기
창녕 화왕산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 가야 하는지 10월 둘째 주에 가야하는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산사모에서 황장산을 간다는 사실을 금요일 오후에 알았다.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산이었는데 차량회수 문제로 미루어 오던 터라 즉시 전화해 보니 좌석에 여유가 있다고 한다. 화왕산은 나중으로 미루고 황장산으로 향한다.
새벽 5시 35분에 상산고 정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새벽 분위기가 참 좋다. 버스에 올라보니 이미 여러분이 타고 있다. 빙상경기장에서 두 대의 버스가 만나 1호차 23-24번을 배정받았다. 산행 인원이 70여 명이 되어 두 대의 버스로 이동한다.
단양으로 가는 길은 정말 멀다.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고속도로를 내려와 충주를 거쳐 장회나루 선착장을 통과하여 수산면을 지나 문경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 도락산 주차장 앞으로 해서 산행기점에 도착하니 10시 50분이다.
슬랩지대에서 본 수리봉
100여 미터 정도 이어지는 슬랩지대
슬랩지대 사면
단체 사진을 찍고 들머리로 들어선다. 시작부터 가파르게 이어지는 길을 오르는데 젊은 분들이 많아서인지 발걸음이 바쁘다. 25분을 빡세게 오르니 대슬랩지대이다. 뒤돌아보니 우리가 오르기 시작한 도로가 뱀처럼 어슬렁거리며 산허리를 넘어가고 있다.
슬랩지대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헤집고 들어온다. 바위에 앉아 사방을 조망해 본다. 오른쪽으로 수학봉(1,079m)이 당당한 모습으로 솟아 있다.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니 수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삼거리이다. 왼쪽 길을 따라 5분여 진행하니 수리봉(1,019m) 정상이다.
수리봉을 오르며 만난 햇살
정상은 좁은 공간에 두 개의 정상석이 있다. 그러나 조망은 나무에 가려 시원하지 못하다. 그래도 배낭을 내려놓고 땀을 들인다. 여러 사람이 산행을 하다보니 왁자지껄하다. 점심시간이 되어가지만 산악대장은 신선봉에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한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하여도 이렇게 답답한 곳에서는 식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이렇게 바위 능선이 많고 조망이 좋은 산에 와서는 점심 장소를 잘 잡아야 한다.
수리봉에서 신선봉으로 가는 능선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암릉도 지나고
신선봉. 오른쪽 뒤에 보이는 봉우리는 남봉과 황정산이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수리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신선봉쪽에서 본 모습
신선봉.
신선봉으로 향하는 길은 연이어 암릉이 이어진다. 살갗을 간질이는 바람도 황홀하였지만 일망무제로 터지는 조망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개미처럼 바위에 붙어 아슬아슬하게 걷기도 하고, 밧줄에 매달려 오르내리며 25분 만에 신선봉에 도착했다. 작은 돌무더기가 있는 신선봉은 교실 한 칸 정도의 공간이 있다. 먼저 도착한 회원님들은 점심상을 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할까 하였는데 장소도 협소하고 조망도 없어서 조금 더 진행하면서 좋은 장소를 찾기로 하였다. 100여 미터 진행하니 왼쪽으로 방곡리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 삼거리이다. 거기에 그런대로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있어서 점심을 먹는다. 아내와 둘이서만 산에 들었다면 지금 이 시간에 이곳까지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중간에 만난 암릉에서 머무른 시간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 산행이기에 점심식사를 느긋하게 하면서 보낼 수는 없었다. 배낭을 싸서 1시 정각에 자리를 뜬다. 적당한 오르내리막이 이어지는 길을 걷기도 하고 조망이 툭 터지는 바위 전망대를 지나기도 하면서 17분 만에 삼거리에 도착한다. 양쪽 길 모두 족적이 뚜렷하고 산객들의 리본도 많이 걸려 있다. 오른쪽 길은 석화봉, 중고개를 경유하여 대흥사 위쪽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우리가 예정하고 있는 황정산으로 가는 길은 왼쪽 길이다.
남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신선봉(앞)과 수리봉(뒤)
남봉의 모습
남봉에 있는 이정표. 남봉이라는 표지는 없다.
왼쪽 길로 들어서서 적당히 즐길만한 오르내림을 이어가며 걷는다. 남봉이라고 생각하는 봉우리를 올라섰는데 전위봉이다. 다시 급격하게 내려갔다가 땀을 좀 흘리며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남봉이다. 그러나 정작 남봉이라는 표지는 없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빗재로 하산하게 된다.
서서히 단풍이 물들고 있다.
말바위인지 공룡바위인지...
손에 잡힐듯이 가까운 도락산. 작년 겨울에 올랐을 때 본 도락산의 암릉도 가히 장관이었다.
기차바위. 우회하는 길도 있다.
남봉을 지나면서부터 암릉은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밧줄에 매달리고 바위벽을 끌어안고 한바탕 소동을 피우며 올라선 바위는 바로 기차바위였다. 모양새가 기차처럼 길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차바위를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도 있었는데 선두가 오르니 모두가 따라 나선다. 그러나 막상 기차바위에 올라가 보니 내려가는 길이 쉽지 않다. 모두들 어렵게 올라온 바위를 되돌아 내려가 우회하는 길로 들어선다.
바위 위에서 보니 그런대로 내려갈만하여 그냥 내려서기로 한다. 아내는 무서워하면서도 암릉을 좋아하기 때문에 반은 무섭고 반은 즐기는 마음으로 내려간다. 기차바위를 내려서자 이내 황정산(959.4m)이다.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는 황정산은 넓은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조망은 별로 좋지 못하다. 그러나 정상을 지나 몇 걸음 걸으면 환상적인 조망이 있는 바위 능선이다. 아예 드러누운 소나무와 멋있게 비틀린 소나무가 암릉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좌측으로 작년에 올랐던 도락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황정산 정상. 조망이 좋지 않다.
황정산 정상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암릉. 이곳에 누워있는 소나무가 있는데 사람이 많아 못찍었다.
죽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두고 있는 나무.
오늘 산행은 후반부로 갈수록 암릉미가 대단해진다.
이런 암릉길은 새벽녘에 걸어야 신선미가 더하다.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들었던 바위
여기에서 내려가는 순간이 최고의 스릴이었다.
이런 맛에 산행을 하기는 하지만 다음날이면 팔의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
영인봉 직전 삼거리에서 본 영인봉
설악산 공룡능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암릉을 지나는데 제법 스릴이 있다. 10여 미터가 넘는 바위벽을 밧줄에 매달려 내려오기도 하면서 보니 암봉인 영인봉을 바라보며 걷는다. 전망대바위 200m/황정리 하산길 3.13km/ 황정산 520m 라고 써 있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이다. 눈 앞에 보이는 영인봉을 바라보며 황정리 하산길 방향으로 내려선다. 가파르게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니 영인봉이다. 역시 암릉으로 이어진 능선을 걷는다.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으며 길다란 밧줄을 늘어뜨리고 있다. 이정표를 보니 원통암으로 이어지는 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길이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자 마자 삼거리다. 왼쪽은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고 하산은 직진하라고 써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도 뚜렷하여 잠시 갈등하다가 직진하여 전망바위에 올라보니 좌측 골짜기 아래에 인터넷에서 보았던 원통암의 천수관음보살의 손이라는 바위가 보인다. 전망대 바위를 따라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과 다시 만난다. 원통암과 다른 방향으로 내려서는 것 같던 길은 이내 왼쪽으로 90도 꺾어 급경사로 내려가더니 이내 평탄하게 이어진다.
영인봉 직전 삼거리. 황정리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런 바위를 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위 사진의 바위를 올라가면 이러한 석문을 지나야 한다.
황정산에도 가을은 이미 찾아와 있었다.
저 바위에 올라 앉으면 신선이 될까
천년고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원통암(圓通庵)
천수관음보살의 손을 닮았다는 바위.
나옹화상이 수도했다는 안내판.
원통암은 고려 때 스님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라는 설이 있는 <서왕가(西往歌)>를 지은 나옹화상이 수도를 한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천년고찰이라고 한다. 입구에 앉아 바라보는 천수관음보살의 손이라는 바위가 일품이다. 산에 다니며 수없이 많은 바위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의 힘은 언제나 자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관악산의 지도바위, 북한산의 입술바위, 속리산의 원숭이 바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는 과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무지한 산객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샘에서 머리를 감고 떠들어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을 달아 놓았다며 주지스님은 조용히 들어와서 물을 마시고 바위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괜찮다며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가뭄으로 인해 말라버린 골짜기를 따라 내려서는데 산행의 마지막에 들어섰다는 것을 발바닥에서 느낀다.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서기도 하고 마른 골짜기를 건너기도 하면서 20여분 내려서니까 임도를 만난다. 직진하는 길을 따라 먼저 내려가신 산객들이 되돌아 온다. 길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선답자들의 리본은 임도를 따라 걸려 있다 임도를 따라 100여 미터 걸으니 오른쪽 숲으로 리본이 걸려 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서는데 오른쪽으로 대흥사가 보이고 길가에 주차해 있는 버스가 보인다.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30여 분들이 내려와 있고 탁자에는 도토리묵과 돼지고기 수육이 진열되어 있다. 옷을 챙겨 앞에 있는 계곡에 들어가 땀을 씻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시원한 콩나물을 곁들여 저녁을 먹는다.
늦게 도착한 분들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정확하게 6시에 출발한다. 온 길을 되짚어 전주 빙상경기장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고 집에는 10시 30분이 넘어서 도착했다. 오고가는 버스탑승 시간의 지루함을 충분히 보상받은 산행이었다.
조용한 산행을 이어갔더라면 그지없었을 암릉과 소나무, 그리고 그들이 어울어져 연출하는 나무그늘과 향그러운 바람은 얼마 동안은 잊지 못할 것이다.
2009.09.26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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