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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불갑산(516m) 산행기

힘날세상 2009. 9. 20. 16:58

86 불갑산(516m) (전남 함평, 영광)

 

1. 산행일자 : 2009년 09월 20일 (일)

2. 동행 : 아내, 촌장

3. 산행코스 : 용천사 주차장(07:50)-정자(모악산 갈림길 08:00)-한우재(이정표 08:10)-모악산(이정표/등산안내도 08:18)-용천봉(정자/도솔봉 갈림길 이정표/모악산 0.6k 도솔봉0.25k 용봉 0.35k 08:25)-용봉(정자/ 08:40)-용천사갈림길(08:45)-용천사갈림길(08:50)-구수재(정자/이정표 연실봉 1.5k 용봉 0.35k  용천사 1.03k 동백골 0.95k 08:55)-연실봉(516m 09:35 휴식 30분)-용운사 갈림길(이정표/ 용운사 0.4k 노루목 0.53k 연실봉 50m 10:06)-해불암갈림길( 이정표 해불암 0.2k 연실봉0.1k 노루목 0.5k 10:08)-노루목(군통신시설/ 차량통행가능임도/이정표 연실봉 0.53k 해불암 0.15k 장군봉 0.3k 밀재 k 10:20) -장군봉(10:28)-투구봉(10:35)-법성봉(10:43)-노적봉(10:50)- 덫고개(11:05)-불갑사(11:20 휴식 10분)-저수지(11:35)-동백골 갈림길(11:40)- 해불암 갈림길(이정표/ 해불암 0.88k 불갑사 0.9k 구수재 0.95k 11:50 점심 40분)-구수재(13:00)-용천사(13:15)-용천사주차장(13:20)

4. 산행시간 : 5시간 30분

5. 산행지도

 

 

6. 산행수첩

1) 들머리

 

 용천사 주차장에 세워진 버스 운행시각표. 이 옆으로 모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위 사진에서 10여 미터 들어서면 이런 이정표가 있다.

 

 

불갑산은 영광의 불갑사나 함평의 용천사에서 오를 수 있는데 용천사에서 오르면 쉽게 능선에 오를 수 있다.

 

2) 갈림길

 

 

 전 구간 갈림길마다 이렇게 이정표가 서 있다.

 

 산행로는 이렇게 넓고 양호하다.

 

 

산행코스는 마치 고속도로처럼 잘 나있고,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불갑사에서 덫고개로 오르는 길은 불갑사로 들어서면서 건물의 좌측으로 이어지고, 동백골로 들어서는 길은 건물의 우측으로 돌아 저수지를 옆에 끼고 오르게 된다. 저수지를 지나 조금 오르면 해불암을 거쳐 연실봉으로 오르는 길과 구수재로 이어지는 길이 갈라진다.

 

3) 원점회귀 산행

불갑사에서 오를 경우는 덫고개로 올라 능선을 따라 연실봉에 이른 다음 구수재를 지나 용봉, 용천봉에서 도솔봉 능선을 타고 하산하면 되고, 용천사에서 오를 경우는 모악산으로 올라 용천봉, 용봉, 구수재를 거쳐 연실봉에 오른 후, 덫고개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다가 덫고개에서 불갑사로 내려선 후 다시 동백골을 거슬러 올라 구수재에서 용천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7. 산행기

오늘을 놓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촌장형이 같이가자고 한다. 내년에 에베레스트를 간다고 훈련을 한다고 하기에 연락도 안했는데 퇴직 후에 귀촌하려고 하는데 토요일에 그곳에서 설명회를 한다고 하여 훈련에 참석을 못했다고 한다.

6시에 서부시장 하이마트에서 촌장형을 픽업해가지고 애마 쏘알의 품에 안겨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장성IC에서 내려 함평 해보면을 거쳐 용천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다. 많은 인파가 몰려올 것으로 판단하고 집에서 일찍 나섰기 때문에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을 뿐이었다.

채비를 하고 7시 40분에 산행에 나선다. 주차장에서 모악산 입구를 가리키는 팻말을 따라 오르는데 빨갛게 핀 꽃무릇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짙은 초록색을 밟고 일어선 붉은 꽃송이가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 같다.

 

 

 

 

 

 

 용천사에서 모악산으로 오르는 길에 피어 있는 꽃무릇

 

 

10여분 오르니 정자가 있는 사거리이다. 배낭을 벗어 놓고 물을 마시며 보니까 나희덕 시인의 <산속에서>라는 시가 적혀 있다.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구나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을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들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  나희덕, <산속에서> 

 

이정표를 따라 정자 뒤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른다. 지금까지 뒤따라오던 꽃무릇은 어디론가 꼬리를 감추어 버렸다. 10여 분만에 한우재에 도착하였다. 모악산 방향으로 밋밋한 능선을 따라 걷는다. 불갑사 쪽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제법이다. 능선에는 졸참나무가 많아 도토리가 발길에 부딪친다.

 

 

 모악산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와 등산 안내도

 

 

모악산은 별 특징도 없는 봉우리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에서 태고봉, 나발봉을 거쳐 불갑사로 하산하는 등로가 열려 있다. 불갑사에서 덫고개로 올라 연실봉을 거쳐 이곳까지 온 다음 불갑사로 하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산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하고 넓은 길을 따라 진행하여 용천봉에 이른다. 이정표는 도솔봉으로 가는 길을 말없이 가리키고 있다. 도솔봉을 따라 불갑사로 내려서는 길도 산객들의 발걸음을 끌어 당기는 모양이다. 리본이 많이 달려 있고 수없이 많은 발자국들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불갑사로 내려가고 있다.

 

 

 

도솔봉 갈림길인 용천봉

 

 

 이렇게 생긴 의자를 지나면

 

이런 정자가 있는 곳이 용봉이다. 

 

 용봉을 지나면 용천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을 따라 진행하니 선탠하기 좋은 의자 3개가 놓여 있다. 햇살이 내려앉지 않고 바람만 휑하니 지나갈 뿐이어서 황량한 느낌만 들었다. 정자가 있는 용봉을 지나 용천사로 가는 갈림길을 두 번 만나고 잘록한 안부인 구수재에 닿는다. 좌측으로 내려가는 길은 동백골을 거쳐 불갑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한쪽에 있는 정자에는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산으로 들어서면서 무엇 때문에 음식을 싸들고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 마치 먹기 위해서 산에 오는 것처럼 싸들고 와서는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가는 사람들은 산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구수재 전경. 왼쪽으로 내려가면 동백골을 따라 불갑사로 내려간다.

 

 구수재의 이정표

 

 구수재의 정자.

 

 

 

 

절대 위험한 길이 아니고 조망이 좋은 길이다. 

 

 

 

연실봉으로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법 경사가 있다.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얼마나 이른 시각에 올랐으면 벌써 내려오는 것인가. 제법 경사가 있는 바위지대를 오르니 ‘안전한 길’과 ‘위험한 길’로 갈라진다. 앞에 가는 아내는 당연한 듯이 위험한 길로 들어선다. 막상 올라가보니 위험한 길이 아니고 조망 좋은 길이다. 오른쪽으로 용천사로 들어가는 길이 내려다보이고 지나온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부처바위라고 짐작되는 바위를 지나 9시 35분에 연실봉(516m)에 올랐다.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산봉우리나 내려다보이는 산밖 세상이나 아는 곳이 없다. 그저 끝없이 퍼져 나가고 있는 산줄기에 눈길이나 주면서 제법 노랗게 단장을 하고 있는 들녘이나 끌어 안을 뿐이다. 덫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이 제법 힘있게 달려나가고 있다.

 

 

 

연실봉 직전에서 본 지나온 능선. 사진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뻗은 맨 뒤의 능선은 태고봉, 나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 앞은 도솔봉을 거쳐 불갑사로 내려가는 능선이다. 맨 앞은 구수재로 이어지는 지나온 길이다. 

 

 50대 후반인데도 40대 같은 촌장 형.

 

 

 동백골 아래로 보이는 불갑사. 저수지를 따라 오르면 구수재로 오르게 된다.

 

 연실봉에서 본 덫고개 방향 능선. 안테나가 있는 곳이 노루목이고 뒤의 뾰족한 봉우리는 법성봉이다.

 

 

 연실봉에서

 

 

그늘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다. 이곳까지 아이스크림을 짊어지고 와서 파는 사람이 있다. 1개 1,000원이다. 여기까지 짊어지고 온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다. 삶은 계란과 포도를 먹으며 앉아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온다. 아마 산악회에서 온 모양이다. 연꽃 열매 모양을 하고 있다는 연실봉은 순식간에 고요의 바다에서 소란스런 장터로 변하고 말았다. 산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단체로 산행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 생각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무리를 지어 산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대화가 커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도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떠들어대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불갑산 정상.

 

정상석에서 본 정상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오니 우측으로 용운사로 가는 갈림길이 있고, 이어서 좌측으로 해불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노루목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암릉

 

 

 

 

 암릉에서 되돌아본 연실봉

 

 

이후 능선은 다시 위험한 길과 안전한 길로 갈리는데 위험한 길을 따르니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이어진다. 철제 난간을 설치해 놓기는 했지만 조심해서 지나가야 한다. 연실봉에서 떠난 지 15분이 지난 10시 20분에 노루목에 도착했다. 노루목은 군통신시설이 자리잡고 있으며 밀재로 이어지는 차량통행이 가능한 임도가 시작된다. 몇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군 통신시설이 있는 노루목

 

 장군봉

 

 나무계단이 설치된 장군봉 내림길

 

 

완만한 능선을 따라서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는 장군봉에 도착한다. 장군봉을 내려가는 길에는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덫고개에서 올라오는 단체 산행객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계단을 내려서서 다시 평평해진 능선을 따라 투구봉을 지난다. 이어서 나타난 법성봉은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올라가본다. 조망을 기대하고 올랐지만 이곳도 단체 산행객들에게 점령되어 있어 바로 내려온다. 노적봉에서 불갑사를 내려다보며 쉬고 있는데 한참 후에 촌장형이 올라온다. 노적봉에서 내가 다시 되돌아 내려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길을 따라 내려온 것을 모르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법성봉에서 내려다본 불갑사 꽃무릇이 붉게 피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법성봉을 내려서면 만나는 호랑이굴

 

 불갑사로 내려서는 덫고개

 

 덫고개의 이정표. 불갑사 방향은 표시가 없다.

 

 

불갑사 일대는 붉게 핀 꽃무릇이 장관이었다. 이렇게 멀리서도 잘 보이는데 가까이 가면 얼마나 호사스러울까. 덫고개로 향하는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노적봉에서 내려서서 큰 바위를 돌아가는데 오른쪽으로 굴에서 막 나온 호랑이가 한 마리 서 있다. 1908년 농부에 의해 잡힌 불갑산 호랑이 모형이다. 15분 만에 덫고개에 도착한다. 정자에서 사람들이 다리쉼을 하고 있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려서니 꽃무릇의 천지 불갑사 뜨락이다.

 

 

 

 

 

 

 

 불갑사의 꽃무릇

 

이리저리 꽃무릇에 젖어 돌아다니다가 절 옆으로 돌아가니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완만하게 올라가는 길 옆 숲속은 온통 꽃무릇 세상이다.

 

 

영겁의 세월을 기다려 / 임을 그리지 못하고 / 기어이 / 붉은 울음으로 터져버린 마음

얼굴을 들어 / 안으로 흐르는 눈물 / 햇살은 사치인가 / 세월은 / 한 자락 바람이 되어

부끄러운 허리통 드러내놓고 / 가슴 터지는 그리움 드러내놓고 / 끝내 떨군 눈물 / 붉은 눈물

                                                                                                                                 - 졸시, 꽃무릇 옆에서

 

 

 해불암 갈림길의 이정표

 

 

 점심식사.  겨울에 이용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해불암 갈림길을 지나면서 나뭇그늘 짙게 드리운 마른 골짝에서 점심을 먹는다. 촌장 형이 가져온 발열 도시락이다. 줄을 잡아 당기고 20여분 기다려 카레를 얹어 먹는 카레비빔밥이다. 느긋하게 앉아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막걸리가 생각이 난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마시던 막걸리가 무슨 이유로 떠올랐을까.

점심을 마치고 완만한 길을 30여 분 오르니 아침에 지나갔던 구수재이다. 수없는 인파에 다소곳하던 아침을 빼앗긴 구수재는 무거운 표정으로 돌아 앉아 있다. 용천사로 내려서는 길을 따라 내려서는데 꽃무릇이 붉은 얼굴로 마중나왔다. 먼지가 폴싹폴싹 날리는 길을 따라 내려서는데 용천사 공연장에서 울려오는 풍장 소리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용천사의 사천왕문

 

 용천사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의 꽃무릇

 

 꽃무릇 축제 공연

 

 

용천사의 꽃무릇

 

 

용천사는 꽃무릇에 안겨 있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꽃구경을 하다가 산에서 곱게 씻어온 마음에 붉은 꽃물이 들고 말았다.

꽃무릇의 안에서 울리고 있는 상사(想思)의 사모침에 발걸음은 자꾸만 무뎌지고 있었다.  마음 속에서 터져나오는 그리움을 발길에 얹어가며 길을 아껴 걷는다.

 

 

                                                                          2009년 9월 20일

                                                                               힘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