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제 277 차 변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3. 12. 28. 19:23

제 277 차 변산 산행기

1. 일자 : 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2. 동행 : 아내

3. 코스 : 내변산 탐방지원센터(10:20) - 가마소/세봉 삼거리 갈림길(11:15) - 세봉 삼거리(12:27) - 세봉(12:42) - 관음봉(424m 13:15 - 13:35) - 관음봉 삼거리(13:50) - 재백이고개(14:12) - 직소폭포(14:40) - 자연보호헌장탑(15:05) - 실상사터(15:15) - 내변산 탐방지원센터(15:20)

4. 시간 : 5시간

5. 지도

 

               

 

6. 산길을 걸으며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함박눈이 쏟아진다.

잠깐 사이에 눈이 쌓인다.

온 산을 덮는 굵은 눈발

하늘을 가득 채운다.

겨울 산행은 언제나 대비를 하고 다니기 때문에

눈이 심하게 내리는 산속으로 들어선다.

 

능선에 올라섰지만

내리는 눈으로 뒤덮인 하늘 탓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이 쌓여

길을 막아서지만

부드러운 눈발이 좋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이라서 좋다.

마음은 흔쾌하다.

관음봉에는 아무도 없다.

내려다 보이는 내소사의 겨울 자락이

정겹다.

고즈넉하게 눈을 맞고 있는 산사의 모습에서

아늑하고 다정한 시간을 즐긴다.

관음봉은 그래서 좋다.

재백이고개에서 가을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것은 산행의 아름다움이다.

오늘은 눈이 쏟아져 내리는 겨울

재백이고개는

적막과 굵은 눈발만 가득하다.

직소폭포로 가는 길은 어느 계절에 걸어도 좋다.

담록의 이야기가 가득한 봄날에 걸어도 좋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 쪼이는 한 여름에 걸어도 좋고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 그늘을 따라 걸어도 좋고

오늘처럼 펄펄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걸어도 좋다.

평평하게 굴곡도 없이 이어지는 길 또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도 느긋하게 풀어 주고

걷가가 조금씩은 해찰을 해도 될만큼

부드러운 길이라서 좋다.

 

고요와 적막이 가득한

산정호수에

온갖 번뇌를 다 털어 놓고

산을 나선다.

 

 

 

 굵은 눈발이 가득한 주차장

 

 쏟아지는 눈발을 안고

다리를 건너 세봉으로 오른다.

 

 

 잠깐 내린 눈인데

길을 가득 덮었다.

 

 

 소담스럽게 내린 눈이

마음을 씻어 내린다.

 

 

 눈은 온 산을 가득 덮어 버리고

시간까지도 정지되어 버린 듯

세상이 조용하다.

 

 

 

 여기에서 세봉 방향으로 오른다.

가마소 삼거리까지 갔다가 세봉으로 오를 수도 있다

 

 

 

 늘 이곳에서 조망을 즐겼는데

오늘은 떨어지는 눈발에 빠진다.

그것도 하나의 잔잔한 즐거움이다.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이 소담스러운 눈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가.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조용히 걷는다.

앞을 보며 걷는 길

생각하며 걷는 산길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걷는 산길

 

 

 

 지나온 산길도 돌아보며

지나온 삶의 길도 돌아보며

우리는 같이 걷는다.

 

 

 

 

 세봉 삼거리는

먼저 온 산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있다.

 

 

 돌아본 세봉 삼거리

저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내소사로 내려서고

왼쪽 능선은 우리가 올라온 길이다.

 

 

 

 여기가 세봉이다.

 

 

 

 세봉에서 바라본 관음봉

 

 

 세봉에서 본 내소사.

 

 

 

 

 흑백사진처럼 느껴지는 설경

 

 

 세봉에서 바라보는 설경

 

 

 

 

 세봉에서 관음봉으로 가는 길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온 산을 덮을 듯이 내리던 눈은

잠깐 멈추고

가느다란 햇살이 내린다

 

 

 관음봉에서 바라본 산정호수

뒤에 보이는 능선은 월명암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그러나 저 곳은 출입 금지구역이다.

 

 

 

 

 관음봉에서 100명산 인증 사진도 찍고

떡 한 조각으로 점심을 먹는다

 

 

 다시 가파르게 내려서는 길

 

 

 관음봉 삼거리에서 재백이고개로 내려선다.

 

 

 

 재백이고개 방향에서 본 관음봉 삼거리

직진은 내소사 왼쪽길은 관음봉으로 가는 길이다.

 

 

 

 돌아다본 관음봉

 

 

 거세게 눈발이 내리는 재백이 고개

주먹만한 눈이 내렸다

 

 

 

 

 

 신선대로 가는 길은 출입금지구역이다.

 

 

 재백이고개에서 직소폭포로 가는 길

어느 계절에 걸어도 좋은 길이다.

그만큼 산길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겨울을 안고 있는 직소폭포

가늘지만 얼어붙지는 않았다.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일까

세상의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까

 

 

 

 산정 호수에 비친 겨울

시간이 멎은 듯

눈발도 그쳐

수면에 그리움만 가득 쌓는다.

 

 

 

 산정호수 전망대에서 바라본 관음봉

 

 

 

 자연보호헌장탑.

이곳에서 월명암으로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우리는 걷고 또 걷는다.

힘든 걸음도 걷고

즐거운 걸음도 걷는다.

어떤 걸음이든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걸음이다.

오늘 걸은 산길은 무엇을 말하였을까

눈 덮힌 산길에서

내가 담아온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실상사가 있었다는 곳에서

눈 덮힌 겨울을 다독인다.

누군가

부처님을 품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었을까.

행여 부처가 되고 싶었을까.

 

 

 허공에 우뚝 솟아 있는

인장암을 바라보며

부처의 마음을 닮고 싶었을까.

아니면

저 인장암처럼

세상이 우뚝 서보고 싶었을까.

 

 

 

 실상사터가

어떤 연유로 원불교성지가 되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마음이 모아지지 않는다.

 

 

 

되돌아 온  주차장은

눈도 그치고

사람들도 없다.

산행의 끝은 언제나 허전함이 감돈다.

 

 

 

돌아오는 길에

변산에 들러 바지락죽으로

남은 오후를 잇는다.

부드러운 죽처럼

내가 살아가는 길도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2013년 12월 28일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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