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산행기

2. 종남산 - 서방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4. 3. 20. 09:12

2. 종남산 - 서방산 산행기

 

1. 일자 : 2008. 07. 07(일)

2. 인원 : 아내

3. 코스 : 송광사 - 종남산 - 서방산 - 오도재 - 서레봉 - 안수산 - 안수사 - 안성재 마을

4. 시간 : 7시간 40분( 07:35 - 15 : 15)

송광사(07:35) - 스카우트 야영장(07:45) - 전망대(08:10) - 전망대(08:20 10분 휴식) - 무인산불초소(08:50) - 종남산(608.4m 09:05 10분 휴식) - 삼거리(09:40 우측길) - 서방산(611.7m 10:10 간식 20분) - 오도재(11:10) - 690봉/안수산 갈림길(12:05 점심 35분) - 삼거리(13:00 우측길) - 안수산(14:00 휴식10분) - 안수사(14:35) - 안부사거리(15:00) - 성재동 마을(15:15)

 

5. 산행기

 

 

 

 

1. 폭염 그리고 폭염

 


 


송광사 정문. 여기에서 좌측으로 담을 따라 가면 주차장이 나오고 아래 사진의 삼거리에 다다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야영장으로 진행한다.

 

 


 


야영장 정문에 있는 건물을 끼고 산으로 들어선다.

 


 


첫번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송광사 일대.가운데 숲 속이 송광사이고 그옆이 주차장과 연못


 

 

 

무서웠다.

폭염의 위력이 그러할 줄은

그래서

염제(炎帝)라고 하는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땀에 젖어

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데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그 가냘픔이여!

그 작고 미약함이여!

 

 


 


종남산 전위봉에 설치되어 있는 산불감시초소

 

 


 


 

종남산 꼭대기. 대여섯명이 쉴만한 공간이 있을 뿐이다.

 

 

 

종남산 꼭대기의

손바닥만한 그늘과

서방산 헬기장

그 뜨거움이여!

한 발짝 내려선

낙엽송 아래

잠자던 바람이 후닥닥 일어난다.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는 서방산


 


서방산에서 되돌아본 종남산


 


서방산에서 본 간중리 저수지. 저수지 위쪽에 봉서사가 있다.


 


서방산 정상석. 사방으로 조망은 좋았으나 폭염 때문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고마운 바람

그랬다.

어린 시절 불러대던

동요가 생각난다.

웃옷을 벗어

맨살로 끌어안는 바람

정말 산행을 접고 싶었다.

 

 


 


서방산에서 본 690봉. 왼쪽으로 내려서는 능선이 안수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오도치. 왼쪽은 고산, 오른쪽은 오성리를 거쳐 송광사로 내려서는 길이다.

 

 

오도치를 넘어

690봉을 오르면서

몇 번씩 죽는다.

살 수가 없다.

이를 악물어

다다른 690봉

불에 달궈진 암봉.

안수산으로 가는 길

숲 속에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

점심상을 펼칠 기력도 없다.

 


 

 

690봉에서 뒤돌아본 종남산


 

690봉에서 뒤돌아본 서방산


 


 

690봉의 암봉. 세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다.

 


 


690봉에서 바라본 되실봉(가운데)과 송곳산(맨 뒤)  그 사이에 위봉산성 서문이 있다.

 


 


690봉에서 본 안수산. 그 왼쪽으로 고산면소재지가 보인다.

 

 

 

 

안수산으로 가는 능선

그 뾰족한 햇볕

송곳처럼 머리에 박히고

왜 걸어야 하나.

산행의 의미가 무엇인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작달막한 나뭇가지가 펼친 엉성한

그늘에 몸을 누이고

복날 개처럼 헐떡인다.

 

 

 

 

2. 안수산

 

 

 

안수산에 가보고 싶었다.

지난 겨울

가슴에 담았던

하늘까지 솟아오른 안수산

안수산에 오르고 싶었다.

 

 


 


안수산.

 


 


690봉에서 안수산으로 가는 삼거리. 직진하면 호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운장산-구봉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안수산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

 

 

 


안수산으로 가는 바위능선. 불에 달궈진 돌처럼 뜨거웠다.

 

 


 


안수산 삼거리에서 20분 정도 진행하면 만나는 삼거리. 우측길로 들어서야 한다.

 

 


 


가까워진 안수산. 막상 다가가 보니 오르막도 별 것이 아니었다. 그 실망감이란..

 

 

 

 

690봉에서

오른쪽으로 동성산으로 달려나가는

마루금과 발걸음을 맞추어

안수산으로 가는 길은

가을 옷 곱게 차려 입은 몸매가 아름다울까

하얗게 소복을 입은

겨울의 등줄기가 걷고 싶을까

차라리

새잎파리 내세워

생명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봄날의 오후가 좋을까

그런

안수산에 오르고 싶었다.

문득

백운산 꼭대기에서

바라보았던 억불봉이 생각나는데

오늘 안수산으로 가는 길을

폭염주의보까지 대동하고

점령해버린

햇볕은

정녕 뜨거웠다.

 

 

 

 

3. 허무

 

 


 


안수산 정상. 고산쪽으로만 조망이 터진다.

 


 

 

안수산 정상. 땀으로 인해 모자를 쓸 수 없었다.

 



 


안수산에서 본 암봉(달걀봉이라고 한다.).왼쪽 아래 헬기장 옆에 안수사가 있다.

 


 


달걀봉. 소나무 아래의 바람은 잊을 수 없었다.

 

 

 

 

안수산은

정말 안수산은

그 표지석 하나도 없이

온통 실망만을 가득 안은 채

아무런 말도 없이

갈매및 등성이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안수사로 내려서는

암봉

달걀봉에서

바람을 맞는다.

 

힘겹게 몸을 웅크린 소나무

바람은 그곳에서 살아 있었다.

발 아래로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안수사

법당 뜰의 거목에서

매미가 졸린 목소리로 울음을 운다.

 


 


달걀봉에서 본 안수산. 볼품이 없었다.

 


 


달걀봉

 


 


달걀봉에서 내려다 본 안수사.

 

 


 


달걀봉을 내려서는 길

 

 

 

 

멀리서 바라뵈는 겉모습에

흔들리지 말자.

현상은

언제나 본질을 이기지 못한다.

 

갑자기 허무감에 싸인다.

작은 암봉

작은 소나무 아래에서.

 

 

 

4. 성재동 마을

 

 

성재동 마을로

내려서는 길

지리산 무박 종주의 고행이 이러했을까.

 


 


성재동 마을로 내려서는 안부. 보이는 길이 내려온 길이다.

아무런 표식도 없지만 달걀봉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갈림길이고사진의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내는 말도 하지 않는다.

 

 


 


 

성재동 마을로 내려서며 만난 도라지

 


 


성재동 마을의 날머리.

 


 

 

택시 번호를 묻다가 집주인의 배려로 승용차를 얻어타게 된 집의 지붕 뒤로 달걀봉이 보인다.

 


 

 

성재동 마을

모정에서

더위를 떨구던 할머니들이

건내신 수박 한 조각에서

두꺼운 정이 흘러들어

흔드는 손길에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

담벼락이 만든 그늘을 의지하여

택시 전화번호를 묻는데

자기차를 타고 가란다.

고혈압으로 생사를 넘나들던

김광섭 시인의 싯구처럼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5. 고산 터미널

 

 

 

시골의 터미널.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는

반드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그 선명하고

위협적인 글씨에 비해

터미널은

있는 선풍기도 틀어 놓지 않은

‘개인 소유’의 고산 터미널은

머리를 짓눌러 오던

폭염의 횡포가 아니던가.

기름이 없어서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한다는

버스 기사의 한숨에서

여름이

그 무서운 염제(炎帝)의 폭정이

건들거리고 있었다.

 

 

 


 



 



 



 



 


고산 터미널의 버스 시각표. 마지막으로 더위를 제대로 느꼈던 곳이다.

 

 

 

 

 

 

당분간 계곡산행으로 이어가려고 하는  힘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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