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산행기

6. 황석산 - 가망산 산행기

힘날세상 2014. 3. 20. 11:19

 

6. 황석산 - 가망산 산행기

 

1. 일시 : 2008년 10월 12일(일)

 

2. 동행 : 아내

 

3. 산행코스 : 유동마을 - 망월대 - 황석산 - 뫼재 - 거망산 - 태장골 - 황석산장 - 유동마을

 

 

4. 산행시간 : 7시간 20분

유동마을(07:40) - 연촌마을 샘터(07:55) - 황석산성 안내판(08:05) - 식수안내표지(08:10) - 벤치(08:25 휴식 10분) - 지능선(황석산 1.9km 09:15) - 망월대(09:55) - 돌탑(10:13) - 황석산성(10:15 휴식 20분) - 황석산 정상(1,190m 10:40 점심 30분) - 거북바위(11:35) - 뫼재(12:05) - 불당골 갈림길(12:40) - 지장골 갈림길(13:38) - 거망산(1184m 13:45) - 태장골 갈림길(14:00) - 태장폭포(14:45) - 사평리(15:00) - 일주문(15:20)

 

5. 산행지도


 


 

 

6. 특기사항

 

1) 들머리

 


 


  유동마을회관. 1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만한 공터가 있다.


여기에서 왼쪽 연천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오른쪽길은 유동마을회관으로 가는길. 유동마을회관은 여기에서 100미터도 안된다.


 


연촌마을의 샘터.


연촌마을 샘터를 지나면 이런 급수탱크를 만난다. 오른쪽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이 들머리이다.

 

 

용추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매표소 직전에 용추농원과 황석산 등산로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좌회전하여 500여 미터를 진행하면 연촌마을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유동마을 회관 앞 공터에 주차를 하고 되돌아와 연촌 마을로 가는 길을 따르면 샘터를 지나게 되고 마을 상수도 탱크 바로 위에 황석산성 안내판이 서 있는 곳이 들머리이다.

 

2) 하산

 

용추사 일주문 앞에서 매시간 40분에 안의면으로 나가는 서흥여객 버스를 탈 수 있다. 3시 20분에 도착하여 45분까지 기다렸으나 버스가 오지 않아 지나가는 승용차를 히치하여 타고 나가는데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유동마을 입구까지 승용차로 7 - 8분 정도 걸린다.

 

3) 숙박시설

 

용추계곡에는 펜션, 모텔, 민박집이 많이 있다. 안의면에도 숙박업소가 3 곳이 있고, 식당, 떡집이나 빵집도 있어서 급한 경우 점심을 준비하는데 지장이 없다. 특히 안의면에는 풍광루라는 멋진 2층 누각이 있는데 그 주변에 갈비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그 중에 풍광루를 끼고 지우천을 따라 100여 미터 들어가면 물레방아촌이라는 식당이 있다. 기와지붕을 올려놓은 곳인데 맛이 아주 좋다. 갈비찜 대(3-4인) 45,000원, 소(2-3인) 35,000원. 산행 후 꼭 맛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7. 산행기

 

어제 거창 의상봉 산행 후 안의면에 있는 모텔에서 숙박을 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많다. 어제 준비한 빵으로 아침을 먹고 모텔을 나서 유동마을 회관 앞 공터에 주차를 하니 7시 30분이다. 채비를 하고 연촌마을로 올라간다. 길옆에 사과 과수원이 있고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한 개 따서 먹고 싶은 생각을 참느라고 혼날 정도로 맛있게 보였다.

 

  연천마을로 가는 길에 만난 사과밭. 절도죄로 잡혀가더라도 한 개 따먹고 싶을 만큼 맛있게 보였다.

 

 

7시 55분 마을 끝에 있는 샘터를 지난다. 급한 경우가 아니면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앞에 보이는 급수탱크가 있는 곳에 이르니 황석산성 안내판이 서 있고 오른쪽으로 산으로 들어서는 길이 열려 있다. 숲으로 들어서서 5분 정도 진행하니 작은 계류가 흐르고 있고 ‘식수 준비하는 곳’이라는 팻말이 서 있다. 가뭄이 심한데도 물이 흐르고 있다. 연촌 마을의 식수임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다.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하여 15분을 힘겹게 올라서니 벤치가 있는 쉼터이다. 황석산 정상이 3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10분 정도 휴식을 하고 출발한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능선에 붙기 위하여 급경사로 이어진다. 한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 9시 15분에 지능선에 붙었다. 단풍나무 수액을 받기 위해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까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가을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피를 토하듯 붉은 빛을 흘리고 있는 놈, 유치원 아이들을 연상하게 만드는 샛노란 물을 들이고 있는 놈, 주홍글씨를 이마에 달고 있는 놈, 그야말로 가지각색으로 치장한 채 황석산 정상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망월대에서 본 조망.  왼쪽 저멀리 보이는 산이 가야산.


 

 



 


망월대에서 본 황석산(오른쪽 봉우리) 반대편 사면의 단풍은 훨씬 더 고왔다.

 

09시 55분 갑자기 앞이 툭 터지는 바위 전망대에 섰다. 이곳이 망월대인 모양이다. 황석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두 개의 커다란 암봉이 솟구쳐 있다. 오른쪽이 황석산이다. 사방으로 조망되는 경치가 발길을 붙잡았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을 생각하며 발길을 서두른다.

 


 

 

망월대에서 본 단풍


망월대에서 본 황석산(우)


지리산 천왕봉


돌탑에서 본 황석산


돌탑에서 본 황석산 남봉


 


황석산 정상


 


황석산성 동문

 

 

10여분 걸어 돌탑을 지나고 10시 15분에 황석산성에 이른다. 워낙 바위 봉우리가 많아 굳이 성을 쌓지 않아도 될 천연요새가 아닌가. 오른쪽의 정상을 아껴두고 왼쪽의 봉우리로 올라간다. 우전마을에서 올라오는 피바위쪽으로도 성벽이 일부 보인다. 정상을 아껴두고 싶은 마음도 더 이상 발걸음을 붙들지 못한다. 정상 아래 삼거리에서 밧줄에 매달리며 정상으로 오른다.

 


 


황석산성에 본 망월대


황석산 남봉

 


 


남봉에서 본 산성과 황석산 정상


황석산 동문에 서 있는 이정표. 거창 사람들은 우전마을에서 시작하여 피바위쪽으로 오른다고 한다.


황석산 정장을 오르는 길. 뒤에 보이는 마루금은 지리산 주능선이다.

 

 

10시 40분 황석산(1,190m) 정상에 섰다. 정상은 온통 바위로 되어 있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을만한 공간도 없다. 돌무더기 한편에 작달막한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지리산의 주능을 바라보는 가장 적당한 거리와 위치가 아닐까.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광양 백운산에서 보는 지리산 능선은 비견할 바가 못 되었다. 동남쪽으로는 가야산이 바위 투성이의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고, 북동쪽으로는 금원산에서 기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소잔등처럼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 너머로 덕유산 향적봉에서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 할미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서쪽으로는 함양 계관산이 우람한 자태로 솟구치고 있었다.


 


정상에서 본 북릉. 거망산은 1245봉 뒤로 숨어 있고, 멀리 보이는 마루금은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황석산 정상에서 본 남문과 남봉


황석산 정상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점심을 먹기로 한다. 어느 곳에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황석산은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붙기 시작한 불길은 산자락을 타고 이미 산허리를 돌아 산 밖 세상까지 물들이고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두고 그 많은 산객들은 다 어디로 몰려 갔다는 말인가. 하기야 그 바람에 오늘 황석산에 오른 몇 안되는 우리들만 횡재한 것이 아닌가.

 

  문득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遠上寒山石徑斜  멀리 쓸슬한 산 위로 돌길이 비껴가고

白雲生處有人家  흰구름 피어나는 곳에 인가가 보인다

停車坐愛風林晩  늦가을 단풍이 하도 좋아 수레를 멈추고 바라보니

霜葉紅於二月花  서리맞은 단풍잎은 봄꽃보다 붉어라.

 


 


거북바위


거북바위에서 본 솽석산 정상. 뒤에 보이는 봉우리는 남봉

 

 

다시 정상에서 내려와 거망산 방향으로 진행을 하는데 한 마리의 거북이가 산 아래를 향해 막 걸음을 옮기고 있는 듯한 바위를 만난다. 거북바위다. 거북바위를 뒤에 두고 돌아서니 다시 또 거대한 암봉이 길을 가로 막는다. 지도상의 북봉이다. 산길은 북봉을 오르지 못하고 아래로 돌아서 간다. 북봉 이후는 밋밋한 흙길이 이어진다. 앞서가는 아내는 ‘호남정맥을 걷는 것 같다’고 한다.

 


 


뫼재 이정표


뫼재에서 되돌아본 황석산



 


1245봉에서 본 황석산

 

 

12시 05분에 뫼재에 당도했다. 별 특징도 없는 곳이다. 뫼재라는 이정표가 서 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탁현 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이어진다.

12시 40분 별 조망도 없이 사리나무와 산죽 밭을 가로 질러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걸어 불당골 갈림길을 지난다. 앞에 거대한 봉우리가 보이는데 거망산으로 판단하고 지도를 보니 1245봉이다. 햇살이 따갑고 날씨가 더워 나무 그늘 속에 들어 앉아 20여 분 정도 휴식을 한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으니 날아갈 듯 시원하다.

 


 


거망산 직전 안부에 서 있는 이정표


거망산 정상의 모습.


가망산 직전 안부에서 뒤돌아 본 모습


거망산 직전 안부의 억새


태장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의 이정표.

 

 

13시 38분 억새가 피어 있는 안부에 닿았다. 오른쪽으로는 지장골로 하산하는 길이 열려 있고, 왼쪽으로는 거망샘이 있다고 표기되어 있다. 활짝 피어버린 억새꽃 잎 위에서 가을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억새밭에 누워 파아란 하늘을 보듬고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13시 45분 거망산(1,184m)에 올랐다. 거망산은 조금 전에 지나온 1245봉의 형세에 눌려 참으로 볼품없는 모양새를 억새풀로 감추고 있었다. 북쪽으로 백두대간이 육십령을 넘어 할미봉에서 숨을 고른 다음 남덕유로 치솟더니 무룡산을 부둥켜 안고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정상석도 뿌리가 뽑힌 채로 겨우 서 있다. 한 무리의 산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지 억새풀 사이에서 화들짝하니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되돌아서 지장골로 내려설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진행하여 태장골로 하산할 것인가 저울질하여 보았다. 태장골로 하산하면 버스 타는 곳까지 더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지장골로 하산하고 싶기도 했지만, 되돌아 간다는 것이 싫어서 태장골 방향으로 진행하였다.

14시 태장골 갈림길이다. 내려서는 초입이 밋밋하다. 하산길로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으로 내려서는데 20분도 못되어 게곡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길이 가팔라진다. 마른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25분을 내려서니 태장폭포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폭포라는 말이 무색하게 형편없는 모양이다. 물이 많아도 별로 내세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이후 별 특징도 없는 계곡길을 따라 15분을 내려서니 오미자 밭이 나오고 지우천을 건너자 황석산장이라는 간판이 걸린 사평리에 도착한다.

용추사 일주문에서 15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서둘러 일주문을 향해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10분 정도 내려서니 지장골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다시 10분 정도 내려서니 용추사 일주문이다. 15시 40분이 넘었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아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였다. 거창읍에 사시는 분인데 친절하게 유동마을 입구에서 내려준다.

 


 


안의면 소재지에 있는 광풍루.여기에서 오른쪽길로 100미터 정도 가면 물레방아촌이 있다.

 

 

유동마을까지는 불과 500여 미터 정도이다. 재빨리 걸어가서 차를 타고 안의면으로 가서 풍광루 옆에 있는 물레방아촌으로 가서 그 유명하다는 ‘안의갈비찜’을 먹고 귀가길에 들어 선다.